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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레이안즈] 수국이 놓인 그 자리에 마음을 보여주세요



고희든 - 四月戀歌 (사월연가)



[레이안즈] 수국이 놓인 그 자리에 마음을 보여주세요

*수국의 꽃말은 두가지 변덕과 진심 . 두 사람 다 수국 같아 . 동양AU 이지만 별 상관 없을 것 같기도 . 레이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가랑비에 옷 젖듯이


그렇게 마음이 젖어들었던 때를 기억하십니까




그것은 비가 보슬 하게 내리던 어느 날 이었다. 묘하게 비가 연하게도 내려와서 우산을 쓰기에도 안 쓰기에도 뭐한 그런 날에 안즈는 길을 사분 걷고 있었다. 딸각 거리는 소리와 찰박 거리는 소리가 함께 울려 재미도 있는 화음을 만들어내 안즈는 도리어 조금 더 소리를 내었다. 옆에 토모야가 있었다면 아씨 그러시면 아니 됩니다 라며 타박을 줬을 텐데. 엄하면서도 걱정스런 눈빛을 하는 토모야를 생각하니 안즈는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웃는 거마저도 소리를 내시면 아니 됩니다. 라고 하였을 텐데. 안즈는 집 안에서 한숨을 쉬며 창고 정리를 할 토모야를 생각하며 음을 흥얼거렸다. 토모야가 없으니 마음대로 걸을 수 있겠구나. 안즈는 멈춰 서서 달팽이를 보기도 하며 몇 있지 않은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며 그렇게 빗속을 걸었다. 한참을 그렇게 걷던 안즈는 우산을 뒤로 조금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살짝 건드리는 듯 한 톡 톡 거리면서 내리는 비에 안즈는 우산을 한 손으로 잡고서 우산 밖으로 손을 뻗었다. 손에 닿는 작은 물기들에 미소가 지어졌다. 조용하게 내린 듯 하다 자꾸만 튀어나가려는 듯 한 연약한 빗줄기가 예뻤다. 참으로 어여쁘게도 젖고 싶게 만드는 구나. 우산을 내리고 싶은 생각이 무척 들었지만. 들어가서 왜 이렇게 젖으셨나. 며 허둥지둥 대며 걱정할 하지메를 생각하니 차마 내릴 수 없는 안즈 였다. 밖으로 뻗었던 손을 걷고 조금의 물기를 머금은 채로 우산을 잡은 손을 잡았다. 전해지는 찬기가 기분이 좋았다. 연하게 내리는 비라 눅진하게 공기가 가라앉은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약간씩 느껴지는 습한 더위와 꿉꿉함이 조금 아쉬웠다.


멈추던 걸음을 다시 움직이던 안즈는 이윽고 수국원에 다다랐다. 보슬보슬한 비를 맞아. 한껏 싱그러움을 뽐내는 수국들은 묘한 감정을 들게 했다. 비를 맞아 싱그러움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이. 슬픔을 머금어야 아름다운 것 같아. 안즈는 수국을 다정스럽게 어루만졌다. 한참을 수국 속에서 걷다 안즈는 수국원의 한데 에서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우산도 없는 채 몸을 낮추어 바닥을 살피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아직 그리 가깝지는 않은지라 어떤 이 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이 비를 맞고 있는 것은 확실했다. 우산은 어디에 두고 무엇 때문에 바닥을 저리 살피고 있는 것일까. 곤경에 빠진 것이 분명 할 터이니. 더 비를 맞기 전에 도와야 갰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즈는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어떤 이 에게 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엇을 찾고 계십니까?”


안즈는 가까이 다가가 약간 몸을 숙여 어떤 이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어떤 이는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려 안즈를 놀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 것은 짙은 검은 머리와 살며시 내려앉은 눈매로 보이는 피와 같은 붉은 눈동자 였다. 전체적인 어떤 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자 안즈는 말문을 잃었다. 약간 젖은 흑단 같은 머리카락 눈과 같은 하얀 피부에 피 보다도 붉은 입술과 눈. 수려하게 뻗은 코와 고운 손. 빗물이 얹어질 만큼 빼어난 속눈썹까지. 필히 뛰어난 미모로 온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미인이 있다면 저 정도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였다. 그야 말로 경국지색 (傾國之色)이 아닌가. 안즈 저라도 저런 이가 한번 다정하니 웃어준다면 나라쯤이야 안겨주어도 망해도 괜찮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실로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중요한 것을 찾고 있네만 이 몸에게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라 이리 옷이 다 젖도록 찾고 있지. 혹 아가씨에게 방해라도 되었다면 내 사과를 하는 바일세. 그런데 무슨 일로 말을 걸었는지 묻고 싶네만”


그는 현재 수국원에 저와 안즈 밖에 사람이 있지 않아 안즈에게 방해가 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사과를 해보였다. 참으로 이상하고도 아름다운 사람이구나.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을 들으면서 안즈는 그의 말투가 묘하게 어르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본적인 말이라 잘 느껴지진 않지만. 어르신들이 쓰시는 말투와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 되는 바였다. 이런 미인이 어르신의 말투라니. 참. 맑은 날의 비 같이 유쾌한 현상이지 않은가 싶었다.


“그저 비에 젖은 이가 무언가를 애타게 찾기에 돕기 위해 말을 건 것뿐입니다. 같이 찾아드리겠습니다. 무엇을 찾고 계신지요?”


안즈의 말에 그는 다시 조금 놀란 얼굴을 하다. 약간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했다.


“아니 괜찮네만 아가씨가 도와줄 필요까진 없다네. 고운 손이 더러워질 것이야. 차려입은 옷도 흙탕물에 물들어 더럽혀 질 것이네. 그러니 이 몸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가던 길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네만.”


묘하게 거리를 두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보통 같으면 받았을 호의를 그는 왜 받지 않는 것일까. 비에 젖은 지도 시간이 꽤 된 것 같은데. 왜 굳이 혼자 찾으려 하는 것일까. 안즈는 그런 그가 약간 쓸쓸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거절을 하였지만. 모른 척 지나갈 수는 없었다. 그 보다 더 약간의 오기가 생겨 버렸다. 안즈는 본인의 우산을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고서 팔을 걷고 내려 앉아 수국 풀숲 사이를 살폈다.


“비에 젖은 이를 놔두고 길을 나설 정도로 뻔뻔한 이는 아닙니다. 혹여 제가 여자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그리 말씀하셨다면 제가 밤새 내리는 비에 푹 젖는 한이 있어도 꼭 찾아드릴 터이니 염려 마시고 무엇을 찾으시는지 알려주세요.”


안즈의 단단한 눈빛에 그는 조금 놀란 얼굴을 하다 살짝 웃으며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 과연. 웃으니 저리도 꽃이 필 것 같구나. 아니 꽃이 저 웃음에 부끄러워 잎을 접어 버릴지도 모르겠다.


“내가졌구먼. 이리 당돌한 아가씨는 오랜만이야. 그럼 염치없지만 네 아가씨의 도움을 받아도 되겠는가?”


안즈는 대답대신 그에게 말끔하게 웃어 보였다. 그도 안즈의 미소에 대답하듯 말끔하게 웃었다. 답하는 그의 미소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살짝 부러웠다.


“근데 무엇 찾으면 되는 겁니까?”

“이 늙은이가 그것을 말해주지 않았군.”


늙은이라니. 저 얼굴에 그런 말을 하면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걸 알고 하는 소리일까 그는. 안즈는 늙은이의 소리에 미묘한 얼굴이 되려는 것을 있는 힘을 다해 참고 있었다. 그는 약간 슬픈 얼굴을 하며 말을 꺼냈다.


“찾고 있는 것은 작은 핀이라네. 수국 머리 장식 핀 이라 여간 찾기가 어려워 이렇게 애를 먹고 있네만.”


그는 수국 사이를 뒤적이며 약간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국 머리 장식 핀. 이라. 확실히 수국원에서 찾기는 여간 어려운 물건이 아닐 수가 없다.


“어쩌다 이곳에서 잃어버리셨는지 연유를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안즈의 말에 그는 한참을 말이 없었다. 사그락 풀숲을 뒤적이는 소리와 보슬 하게 내리는 빗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를 가득 메우고 있을 뿐 이었다. 안즈는 제가 물어볼지 말 것을 물어 본 것 같아 마음이 불편 해졌다. 혹여 큰 상처라도 제가 후벼 파내었을까. 안즈는 다급하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죄송합니다. 초면인데 너무 깊은 사정까지 물어서 실례가.”

“그리움.”


미안한 마음이 커져 말하려는 것에 나지막하게 말을 자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씁쓸한 얼굴을 하며 낮으면서 진중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안즈가 놀라면서 되물어 봤을 때는 이미 그 얼굴은 사라지고 표면적인 미소만이 그의 얼굴에 자리 잡았다.


“그리움 때문이라네.”


그리움. 이 말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함축 되어 있는지 안즈는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애써 지어보인 그의 미소는 슬픔을 담고 있는 듯해 보였다. 거리는 그리 멀지도 않건만 그는 아까 전 보다 더 멀어진 듯했다. 가까운 듯 먼 듯 한 그와의 거리 사이에서 느껴지는 길고 도 긴 거리감에 더 이상의 말은 물을 수가 없었다. 묘한 정적 속에서 조용하게 수국에 똑 거리며 튕기는 빗소리가 고마웠다.


한참을 그렇게 수국 원을 뒤적였을까. 안즈는 그 풀 숲 사이에서 비를 맞아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보았다. 혹시나 하며. 안즈는 밑단을 흙탕물로 적셔가며 반짝 거리는 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 조금만 더 뻗으면 닿을 것 같아. 그 순간 살 짝의 아픔을 느끼며 안즈는 반짝 거리는 것을 잡아챘다. 애써 걷어 올린 소매도 다 젖어 버리고 말았지만 무언가 손에 잡힌 건 확실했다.


핀의 끝에 찔린 것이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안즈는 손가락에서 방울져 있는 피를 보다 손에 있는 핀을 보았다. 핀은 곱게도 만들어져 있었다. 오묘한 여러 색이 섞인 소담스럽게도 모인 수국이 올려져 있었고. 핀대도 좋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어 상당한 장인이 만든 듯했고 보관을 상당히 잘 한 모양이었다. 수국의 모양이 흐트러져 있지 않고. 소담스런 그 모습이 온전한 게 유지되어 있고 핀 대는 녹이 슨 곳이 전혀 없었다. 무척 소중하게도 간직했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마음이 오롯하게 묻어나 있는 물건이었다. 안즈는 여전히 고운 손으로 열심히도 찾고 있는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섰다.


“저 찾으시는 핀이 이것이 맞습니까?”


그는 고개를 들어 안즈의 손에 올려진 핀을 보고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 핀을 가져갔다. 소중하게도 꼭 쥐고서는 그는 낮추었던 몸을 일으켰다. 생각보다도 큰 키에 안즈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며 미인은 키도 큰 건가.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고맙네. 고맙구먼.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할지 내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는구먼.”


그는 그림을 그리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안즈에게 감사를 표했다. 안즈는 그런 그를 가만히 보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우산을 들어 쓰고서 그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웠주었다.


"그럼 저의 벗이 되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는 안즈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하다 재밌다 는 듯이 웃었다.


“정말로 재밌는 아가씨로군. 이런 늙은이라도 괜찮다면 말 일세. 아리따운 아가씨의 벗이 되는 행운을 얻었으니 비에 젖은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야.”


이것이 수국 속에서 이어진 안즈와 ‘사쿠마 레이’의 첫 만남이자 인연이었다. 

혹은 연심이 피어난 때일지도 모른다.




*




사랑 하는 마음은 들 뜨고 있다는 것을



비가 보슬 하게 내리고 있었다. 마치 그 날과 같이. 안즈는 툇마루에 앉아 처음 만날 날을 회상하며 손으로 비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역시 가봐야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이 확 들어 안즈는 급하게 툇마루에서 일어서 하지메에게 옷을 준비해 달라 일렀다.


“아씨 어떤 옷으로 준비 할 까요?”

“그때 그 옷이 좋지 않을까.”


하지메는 중얼거리듯 말하는 안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다 이내 무언가 생각났는지 옷을 가지러 나갔고 안즈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비가 오는 바깥을 보며 복잡한 표정을 했다. 그것은 하지메가 옷을 가지고 올 때까지 이어졌다.


“아씨 비 오는데 또 어딜 가시려고요!”


곱게 옷을 차려 입은 채 우산을 들고서 나가려는 안즈를 막아서는 토모야는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걱정할 것 없단다. 그 분을 만나러 가는 거야.”

“그 분 이라면. ‘수국’ 말 입니까?”


토모야가 어리둥절해 하며 ‘수국’이라 내뱉자 안즈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하긴 안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았었지. 그 날 집에 들어오자마자 토모야와 하지메의 걱정스런 잔소리를 받으면서 떠올린 것은 레이가 ‘수국’ 을 닮았다는 것이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저가 감기에 걸릴까봐 머리를 말려주는 토모야와 하지메에게 ‘수국’을 만나고 왔단다. 라고 말한 것이 지금 현재까지 이르러서 ‘수국’이 된 것이다.


“그렇단다.수국’을 만나러 가는 것이야.”


안즈는 토모야에게 만발한 꽃과 같은 웃음을 지어주며 밖으로 나섰다. 토모야는 그런 안즈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마디를 하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사랑 하고 계시는 건가요.”




깨달은 마음이 전하려는 말이 애달파


비가 쏟아졌다



안즈는 곧바로 수국 원으로 바로 발걸음을 놀렸다. 빨리 보고픈 것 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안즈의 입가는 호선이 그려져 있었다. 조금 숨 가쁘게 수국원에 도착한 안즈는 숨을 고르게 내쉬면서 수국원 안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붉은색 우산을 쓴 한 사내를 발견 했다.


“계실 줄 알았습니다.”


안즈의 목소리에 우산을 든 사내는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레이는 볼 때마다 아름다웠다. 미인은 죽을 때 까지 미인 인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안즈는 천천히 레이에게 다가갔다.


“아가씨에게는 못 당하겠군.”


미소를 그린 채 고개를 약간 설레 저으면서 레이는 말했다.


“이번엔 또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음. 변덕일지도 모른다네.”


오묘해 보이는 웃음을 보이며 레이는 수국을 바라보았다. 안즈는 그 광경을 보며. 여러 생각 들을 했다. 변덕 인가. 안즈는 레이와 잘 어울리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 날 이후로 만나온 사쿠마 레이 란 사람은 조금 독특한 사람이었다. 일단 그는 태양에 굉장히 약했고 평소에 낮에는 밖에 잘 나오지 않으며 잠을 잔다고 했다 그리고 해가 지면 기운이 나고 생생해져 밤에 활동을 많이 한다고 딱 예외인 경우는 오늘과 그때처럼 하늘이 흐려 비가 올 때는 낮에도 활동을 한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서 안즈는 우스갯소리로 꼭 흡혈귀 같지 않습니까 라는 말을 했었다. 안즈의 그 말에 레이는 조금 놀라하다가 이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었다.


‘진짜 흡혈귀 일지도 모른다네. 아가씨.’


그 때 조금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고 안즈는 생각했다. 진짜 사람을 홀리려는 흡혈귀 같았기 때문이었다.

거리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레이에게 심하게 쿵쾅거리는 심장소리가 들렸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안즈는 이러다간 한 순간에 연심이 피어날지도 모르겠다며 심장을 진정시켰다.


그 외에도 레이는 변덕을 자주 부리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은 이랬다 다른 날은 저랬다. 수시로 바뀌는 마음들에 참 별나구나 싶었던 안즈 였다. 그래서 이번도 그러려니 하였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무슨 변덕이십니까?”

“아가씨가 찾아준 핀 말일세. 여기에 묻어버렸네.”

“네?”


싱긋 웃으면서 하는 말이 묻어버렸다니. 그 날 비에 젖어가면서 까지 계속 찾던 그 핀을 어째서. 그리 소중히 하였는데. 안즈는 이상한 얼굴로 레이를 쳐다보았다. 레이는 그런 안즈를 보다가 그 곱디고운 손으로 안즈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런 얼굴 하지 말게. 이제 그 핀은 그리움이 아니라 추억이 되었기에 묻었네. 한 때의 추억이 되었기에 이제 그만 놓아주어야 하는 것이지.”


레이의 손이 닿는 곳 마다 열꽃이 피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붉음으로 뒤엎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즈음에 레이는 안즈의 얼굴에서 손을 거뒀다. 그 손길이 떨어진 것이 아쉽고도 아쉽다고 생각하는 안즈였다. 조금 더 닿아 있었어도 괜찮았을 지언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안즈는 레이의 말을 곰곰이 되짚었다. 이제 그리움이 추억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 그것이 추억이라 하시는 것은 다른 이가 있으시기 때문입니까?


안즈는 자신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는 레이를 보고 짐작했다. 레이에게 새로운 사람이 찾아온 것이라고. 그 사실을 인지하니 무언가 가슴한쪽이 저릿하니 아파오는 느낌이었다. 안즈는 아픔을 뒤로 하고 레이에게 축하를 보냈다. 말을 꺼내면서도 왠지 자신이 울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축하드립니다. 어떤 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레이는 질문을 듣고서 안즈와 눈을 마주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수국과 닮은 사람이지. 또 웃는 게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곤경에 빠진 사람을 못 지나치는 성격에 볼수록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네.”


그렇게 말하는 레이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다. 레이가 말하는 ‘그 사람’은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말을 하며 어떻게 행동을 하고 웃을까. 저가 ‘그 사람’ 일수는 없을까. 저릿하게 눌려오는 아픔에 마음이 울고 있었다. 레이는 안즈를 바라보다 손을 뻗어 눈물을 닦아 주었다. 어느새 안즈는 울고 있었다.


“아가씨는 착한 아이 일세. 울면 좋지 않아.”


다정한 음성에 안즈는 좀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방금 막 이제야 깨달았다. 저는 처음 만날 그 날 한 눈에 반했고 그리고 지금은 마음이 전보다 깊어져 있는 채 사랑하고 있다고. 사쿠마 레이를. 허나 너무 늦어 버렸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게 왜 이리 늦은지. 쓰라렸다. 그래도. 마지막이기에. 이기적일지라도. 이 감정이 묻어지는 게 아프니까. 한 번 말해보자고. 안즈는 자신의 얼굴에서 그의 손을 잡아 내리고서 한 손으로 얼굴의 눈물을 닦았다. 토모야가 아씨! 하고 외칠 행동이었지만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아직 물기가 가득한 눈이지만 최대한 예쁘게 웃어 보이며 안즈는 말했다.


“연모했습니다.”


우산을 손으로 꼭 쥔 채 웃으며 뱉은 애타는 말은 한 떨기의 수국 같았다.

수국은 만발하다 결국 비를 떨쳤다.




수국이 놓인 그 자리에 마음을 보여주세요



레이는 그런 안즈를 가만히 보다 옆에 있는 수국을 하나 꺾어 귀에 꽂아주고 우산을 던져버리고서 안즈를 안아 주었다.


“왜 그리 우느냐 나의 ‘수국’아 웃는 게 이리 사랑스러운데 어찌 그리 슬프게 우는 게야.”


당신을 사랑해서 그럽니다.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라 그렇습니다. 안즈는 속으로 그리 말 하고 있었다. 눈에서 비가 끝없이 내렸다.


“마음이 닿지 않은 게냐. 그렇다면 이 몸이 미안하구나. 말하는 것이 이리 서툴러 자네를 울게 했구먼.”


레이의 말이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안즈는 눈물로 레이의 옷을 적셔가는 중이였다. 레이 잠시 안즈를 안던 팔을 풀고서 안즈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을 했다. 젖어드는 그 사이로. 마음이. 피어있는 것 같았다.


“이 몸이 자네를 연모하고 있다네.”




- '수국' 속



변덕은 진심을 보였다.

두 개의 수국이 진심을 보인 순간 우산은 떨어졌다. 내리는 비에 수국은 젖어 들었고.

빗속에서 사랑스러운 입맞춤이 보였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수 있어요

*레이 안즈...예쁘게 쓸라구 했는데..가챠의 할배가 너무 예뻐 동양적인 느낌을 내고 싶었는데 잘 안된 것 같습니다.

*진짜 가챠스토리 속 레이안즈도 봐야하는데..후..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