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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이즈안즈] 안녕입니다 나의 꽃




Revo - A Flower of the Wind



[이즈안즈] 안녕입니다 나의 꽃

*도련님 이즈미×메이드 안즈. 이지만 딱히 이렇다고 나뉘는게 없습니다. 안즈 해석 주의 . 이즈미 해석 주의 . 2편이 나올 예정입니다..



W.포근




- 나비는 거짓된 말로 꽃을 떠나기로 했다


“저 메이드 그만 두겠습니다.”

“하? 너 제정신이야?”


이즈미는 신경질 적인 얼굴을 하며 정돈된 머리를 헝클어트리다 손으로 책상을 톡 톡 두드리며 불만을 표시했다. 안즈는 톡 톡 두드리는 그 소리의 신호를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정말로 짜증나 있으니 어서 내 짜증을 풀어보도록 해라. 라는 뜻의 소리다. 평소 같았으면 이즈미가 좋아하는 특제 디저트인 블루베리 셔벗을 가져다 받치거나 저의 소꿉친구이자 이즈미가 사랑해 마지않는 ‘유우키 마코토’의 사진을 갖다가 받쳤을 것이다. 허나 안즈는 저 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받아줘서는 안 된다. 톡 톡 두드리는 소리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서 있는 안즈가 이즈미는 맘에 들지 않았다.


“메이드가 도련님한테 이래도 되는 거야?”

“이제 도련님도 아닌 걸요.”


평소에는 나름의 상냥함이 묻어나는 안즈의 말에서 냉담함이 떨어져 내렸다.


“저 그만 두겠습니다.”

“안 돼.”


한참을 그만 두겠다 안 된다 그만 두겠다 안 된다 를 실랑이 하던 이즈미와 안즈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끝날 기미가 안 보이자 이즈미는 손을 들어 멈추라는 신호를 하고서는 한숨을 내뱉었다.


“왜 그만 두겠다는 건데.”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즈미는 안즈에게 이유를 물었다. 이즈미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혼잣말로 중얼 거렸다. 생각해보니 이유도 안 물어 봤네. 이유도 묻지 않는 것을 이제야 생각하신 겁니까. 모자란 도련님. 이라는 생각하면서 짠하단 표정으로 이즈미를 바라보는 안즈 였다. 물론 그 표정에 이즈미가 짜증을 낸 것은 당연한 일 이였다. 이제야 대화가 되겠다면서 안즈는 이즈미의 짜증을 무시하고는 소파에 곧게 앉았다.


“도련님 저는 이 이상 도련님의 괴롭힘을 받아낼 자신이 없습니다.”

“하아? 내가 친히 생각 해준 건데 괴롭힘이라는 말이 나와? 짜증나!”


이즈미의 말에 안즈의 표정이 조금씩 썩어 들어갔다. 저 자식이 지금 뭐라는 거지. 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안즈는 아직 자신이 이 저택의 사용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아직까지는 도련님이다. 표정 관리 하자. 말조심 하자. 안즈는 마음을 다스리며 생긋 하니 예쁘게 웃어 보였다.


“도련님이 모른 신다니 제가 직접 읊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꽃은 가시를 품고


-자그마한 향기에 또 다른 꽃이 피어나려



세나 이즈미의 안즈 괴롭히기는 가희 정성이 없으면 못하겠다. 할 정도로 지독했다. 후에 마코토에게 들은 바로는 우연하게도 만났다지만 사실은 우연을 가장한 만남일 거라고 안즈는 확신 했다. 마코토는 이즈미를 무서워하면서도 그때 피하지 않고 그 이즈미씨 앞에서 안즈에게 잘해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마코토의 딴에서는 소꿉친구를 위한답시고 무서움까지 견뎌가면서 말을 꺼낸 것이지만 분명 그때부터 일이 잘못 꼬인 게 분명했다. 


마코토 말로는 ‘물론 유우군의 친구라면 잘해줄게 유우군 당연하잖아 이 형아는 마음이 넓은 사람 인 걸’ 이렇게 말했다는데 아마 그 때 세나 이즈미 속에서는 가장 먼저 죽여야 할 인물 1위로 ‘안즈’ 가 추가 되었을 것이다. 안즈가 이 저택에 들어온 첫 날은 이즈미는 문 앞에서 상냥하게도 대해 주었다. 안즈는 그런 그를 보고 다행히 내가 좋은 주인을 모시게 되었구나. 라고 큰 착각을 했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저택에 들어서기 전까지 마코토가 자신이 걱정되어 바로 앞 까지 따라왔었기 때문에 그런 ‘상냥한 척’을 한 것이란 것을 안즈는 며칠 만에 깨닫게 되었다.


들어오고 나서 일을 배우고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즈미는 할 일이 없는지 1시간가량을 안즈를 따라다니기 시작했고 문득 이런 말을 꺼냈었다. ‘일을 잘하네. 안즈 좋아 내 전속 메이드로 일하는 게 좋겠어. 이말 한마디에 하루 만에 수습 메이드에서 전속 메이드가 되었고 안즈는 상당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좋게 받아들이자 라며 신나했었다. 어째서 그 말에 메이드장도 다른 메이드들도 집사들도 자신을 안쓰러운 눈으로 보았는지 당시에는 전혀 몰랐지만 깨닫기에 이틀이면 충분했다.


'메이드 주제에 일을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죄송합니다. 도련님.'

'하여간 제대로 하는 게 없어 완전 짜증나!'


그 후부터는 지옥의 시작이었다. 일은 언제 하는지 안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나오지도 않는 먼지가 있다면서 방 전체를 다시 청소 시키지 않나 다 해놓은 빨래가 깨끗하지 않다면서 다시 빨라면서 빨랫감을 던지질 않나 없던 심부름 시키는 것은 당연지사고 굳이 안 해도 될 별장 청소 창고 정리 눈에 보이기만 하면 이즈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안즈!’ 하고 불러댔다. 그 목소리에 재빨리 오지 않으면 더한 히스테릭을 부려댔으니 안즈는 노동과 감정의 생지옥을 맛보았다.


다른 메이드가 ‘도련님의 사랑을 듬뿍 받는구나. 매일 너만 따라다니시잖아 부럽다는 거지같은 말을 지껄이기도 하였다. 그깟 도련님 사랑 네가 가져가면 안 될까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혹여 라도 이즈미 귀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꾹 삼키고서 안즈는 웃었다. 한번 그런 말을 꺼냈다가 된통 당한 적이 있는 이후로 안즈는 말을 하지 않고 웃었다. 아마 흘러가듯 메이드장님께 너무 힘들다고 말씀드린 것이 화근 이였다. 그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와가지고 웃으면서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안즈 힘들다면서 이거 가지고 힘들어? 안되겠네. 얼마나 일하면 안 힘들어지려나.’


상큼하고 예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 더 지독하다는 것을 안즈는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세나 저택에 온지 단 3달 만에 안즈는 모든 일에 군더더기가 없어졌다. 그리고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을 하고 있던 때 어김없이 안즈가 있는 곳에 나타난 이즈미는 안즈가 한 일에 여기저기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이거 제대로 청소 한 거야?!”


문제는 그날따라 안즈는 기분이 몹시 좋지 않았고 몸 상태도 좋지 않았다. 머리를 울려대는 이즈미의 목소리가 듣기 싫었고 그냥 모든 게 짜증이 났었다. 안즈는 자신도 모르게 정리하던 침대의 배 게를 집어 이즈미에게 던졌다. 배게는 이즈미의 얼굴에 정확히 명중했고 이즈미는 떨어지는 배 게를 손에 쥐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이게 무슨 짓일까,'


이즈미는 화에 부들부들 떨면서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안즈는 무표정으로 아무 말 없다가 침대보를 끌어다 모아 이즈미에게 턱 하니 건네주고 방을 나가 사라져 버렸다.


“도련님이 하세요. 청소 던 간에 빨대 던 간에 저 이제 못하겠으니까 자르던가 말든가 맘대로 하세요.”


이즈미는 들고 있던 침대보와 배 게를 바닥에 집어 던지고 무시무시한 웃는 얼굴을 한 채로 안즈를 뒤따라가려 했지만 이즈미의 눈에 보인 것은 얼마 못가 바닥에 쓰러진 안즈 였다. 잠시 놀란 얼굴을 하던 이즈미는 침착하게 안즈를 안아들고 재빨리 병원으로 향했다. 안즈를 안아들고 마차에 오르는 이즈미의 얼굴은 조금 굳어있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수면부족과 과로 감기 몸살로 인한 기절 이였다. 병원 안은 그 유명한 세나가의 도련님이 메이드를 안고 병원에 왔다고 수근 거리기 바빴지만 현재 이즈미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쓰기에 생각이 너무 많았다. 의사의 진단을 듣고 이즈미는 안즈가 누워있는 병실 안의 들어왔다. 침대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아 이즈미는 누워있는 안즈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제야 제대로 봐보는 안즈는 처음 자신의 집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무척이나 새하얗고 말라있었다. 환하게 웃었던 때가 언제였지? 를 떠올리던 이즈미는 안즈의 웃었던 얼굴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그렸다. 이즈미는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고 안즈의 가느다란 손을 두 손으로 마주 잡았다. 그리고서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미안.


이즈미는 밤새 안즈가 누워 있는 침대의 옆 자리를 지켰다.


안즈가 다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엎드려 자고 있는 이즈미 였다. 안즈는 이마에 올려져 있는 수건과 옆에 있는 물이 담긴 대야 엎드려 자고 있는 이즈미를 계속 해서 반복해서 보다 복잡한 얼굴을 했다. 한숨을 크게 쉬다가 침대에서 조심스레 내려오려던 안즈는 잡아 당겨지는 팔에 다시 침대에 눕혀 졌다.


‘어딜 가려 그래 누워 있어.’


이즈미는 안즈를 팔 안에 가두고는 눈을 마주쳤다. 안즈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인상을 찌푸리지 않는 맨 얼굴의 이즈미를 마주했다. 곱실거리는 회색 머리 하늘을 담은 듯 한 파란 눈 날렵하게 서있는 콧대 살아 있는 턱선. 수려하게도 잘생긴 얼굴이다. 안즈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그런 안즈가 맘에 안 드는지 이즈미는 한쪽 눈썹을 위로 올렸다. 그러고서는 안즈의 이마에 손을 댔다.


‘뭐야 아직 열 있잖아 얼른 다시 누워 나을 때까지 일어날 생각 마.’


순식간에 가까워진 거리에 안즈는 조금 긴장을 했다. 솔직하게 저 얼굴은 약간은 반칙이긴 하다고 생각하는 안즈 였다. 걱정해주는 말에 조금 감격할 뻔 했던 안즈는 이즈미의 다음 말에 표정이 짜게 식었다.


‘몸 관리도 못하다니 메이드로서 프로의식 같은 건 없는 거야?’


그럼 그렇지 도련님이 어디 가시겠어. 무언가 설렜던 마음은 진작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즈미는 안즈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서 몸을 일으켰다. 머리를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서 이즈미는 병실을 나가기 전 안즈를 돌아보고서 생긋 웃었다.


‘병원까지 데리고 와준 거 평생 은혜로 여기라구.’


아. 조금 반했을지도. 이즈미가 가고 나서 안즈는 물을 여러 번이고 마셨다. 귀까지 빨개진 얼굴이 마음이 사그라지기를 바라며. 다시 열이 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안즈가 퇴원하고 나서 이즈미는 의외로 자상해졌다. 물론 특유의 짜증이나 완벽 추구함은 여전했지만 전과 달리 안즈를 괴롭힘 수준으로 일을 시키지 않았다.

그 외 다른 변화가 있다면 안즈는 이즈미와 티타임을 종종 가졌다. 그러면서 친밀감이라는 게 형성 된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모습들을 보면서 안즈는 이즈미가 좀 다르게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자신을 괴롭힌 것을 용서해 줄 생각은 없지만 간혹 보여주는 그 만의 다정함이라던가. 진심으로 보여주는 예쁜 얼굴에 마음에 꽃이 필 것 같았다.


어느 겨울 가장 추웠던 계절에 안즈는 저택 주변의 눈을 치우고 있었다. 하필 감기에 걸린 다른 이들이 많았고 몇 되지 않는 멀쩡한 사람 중 한 명이 안즈 였다. 안즈는 빨갛게 언 손을 입김으로 녹여가며 눈을 치웠고 그런 안즈의 손을 낚아챈 이가 한 명 있었다.


'도련님?'


이즈미는 자신이 끼던 장갑을 벗고 안즈의 손이 끼워주며 겉옷도 벗어서 안즈의 어깨에 걸쳐 주고서면 짜증난다는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미쳤어?! 이렇게 추운데 장갑하나 안 끼고 뭐하는 건데?!'


네가 아프면 내가 힘들어진다느니 하면서 이즈미는 안즈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대고 있었다. 안즈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한참이나 남는 장갑이 끼워진 손을 바라보았다. 얼었던 손과 시렸던 어깨와 등이 조금씩 따뜻해져갔다. 그 손으로 안즈는 이즈미가 걸쳐준 외투의 끝을 잡고 자신의 몸을 더 감쌌다. 외투에서 이즈미의 체취가 풍겼다. 깔끔하고 향긋한 딱 세나이즈미 다운 체취였다. 전해준 따뜻함에 걱정해주는 다정함에 안즈는 웃어보였다. 눈처럼.


'고맙습니다 도련님.'


한 겨울에 핀 눈꽃이 있다면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미소가 아닐까. 이즈미는 보면서 생각했다. 겨울인데도 추운데도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 얼굴, 유우 군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마. 아무튼 짜증나니까.'


겨울의 추위에 얼굴이 빨갛게 된 것인지 그 모습이 예뻐 빨갛게 된 것인지 짐작 할 수 없었다. 붉어진 두 사람 위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내려오는 차가움에 둘은 하늘을 바라보다 마주 웃었다. 웃음 뒤에 붉어지는 마음과 피어나는 꽃 뒤로 하고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마음에는 꽃이 만개 했다.




- 안녕 꽃



안즈는 과거를 떠올리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순간순간 다른 기억들이 많았지만 안즈는 최대한 걸러 가며 말을 한 것을 티내지 않았다. 말을 하느라 목이 탔는지 차게 식어버린 홍차 한 모금을 마겼다. 차갑게 식은 뒤에도 향이 남아 꽤나 좋은 홍차였다. 종종 티타임에서 자주 마시던 차라는 걸 알고는 계시는지. 소리 나지 않게 찻잔을 내려놓고 안즈는 이즈미를 향해 웃어 보였다.


“이상 지금까지 도련님이 저에게 하신 괴롭힘 들입니다. 아직도 기억이 안 나시나요?


안즈의 말에 이즈미는 고개를 약간 숙인채 아무 대답도 없었다. 안즈는 그런 이즈미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숨을 작게 쉬며 품속에서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즈미 도련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마음에 피어난 꽃이 도련님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자신이 없어졌어요. 도련님의 옆에서 메이드로서 서 있을 자신이 없어서 다른 욕심이 생겨버려서. 이렇게 까지 다른 변명까지 해가면서 도망치는 겁니다. 그러니 부디 붙잡지 말아주세요. 당신의 따스함에 꽃이 더 피어버릴 것 같거든요. 안즈는 꺼내지 못할 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며 이즈미를 향해 웃었다.


안녕입니다. 나의 꽃.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습니다


*너무 어지러워 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뭔가 귀여운 도련님과 메이드 이즈미 안즈를 쓰고 싶었는데 어째서 이리 되었는지..


*쓰면 쓸수록 이상해지는 느낌이


*2편이 나올 예정입니다


*문의가 있으시면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