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하늘의 카논 2 N

[트릭안즈/스바안즈] 잡아끄는 봄의 손길




[트릭안즈/스바안즈] 잡아끄는 봄의 손길


*안즈른 전력 60분 / 세번째 전력 주제 [자랑] / 스바루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유메노사키에 온지 얼마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안즈를 그런 생각을 하며 교실을 둘러보았다. 오늘 따라 사람 없이 텅 빈 자리가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제 오늘이 지나면 이 자리에 다른 빛들이 앉아 있겠지. 우리의 빛은 이곳에 그대로 머무를까? 아니면 추억의 뒤편으로 저물어 갈까? 전학 오자마자 예상치 못한 폭풍에 휘말렸고. 그건 새롭게 다가와 안즈의 세계를 송두리 채 흔들었다. 흔들린 세계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차서 안즈는 이러 저리 부딪히며 넘어져가며 알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익숙하게 만들어 갔다. 익숙하게 만들기까지의 모든 것들은 이 자리에 고스란히 배어 있다.


안즈는 의자를 끌어 자리에 앉아 교실 창문을 열고서 창문을 바라보았다. 선선하게 바람이 불고 그 바람에 분홍빛이 아른거렸다. 이제 이 자리에서 이 풍경을 보는 것도 마지막이겠지. 안즈는 아쉬움을 동반한 묘한 감정들에 마음이 울렁거려왔다. 다시 시작일 수 는 없을 거야. 오늘을 끝으로 정말 끝 인거야.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잘해 왔던 걸까. 뒤돌 아 보니 아쉬움이 잔뜩 남아가지고서 다 긁어내지 못한 건덕지처럼 마음 언저리에 박혀 있었다. 이랬으면 좋았을 걸 저랬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끈덕지게 달라붙어서 조금 괴로웠다. 같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인데. 마지막 순간까지도. 먼발치에서 혼자서 앉아 청승맞게도 눈물을 꾹 꾹 참아내는 자신이 멍청해 보였다.


열어놓은 창문 밖에서 도란도란한 이야기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약속을 기약하는 말끝과 아쉬움과 헤어짐 속의 눈물은 날리는 벚꽃처럼 공중으로 널리 퍼졌다. 눈물은 꽃처럼 금세 땅으로 지는데. 이렇게 쉽게 지는데. 어째서 물이 진 자국처럼 마음은 쉽게 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들을 했다. 역시 미리 헤어지기 전에 말을 할 걸 그랬다고. 그냥 보내지 말 걸을 바보같이 웃으면서 생각했다. 웃음이 드리운 얼굴에서는 눈물 자국이 남아 있어. 묘하게 얼굴이 땅겼다. 고개를 흔들면서 어떻게든 자국을 지우려 닦아내는데도 그 위로 새로운 마음이 새어나와 또 다시 자국이 생겼다.


좋아했다고. 많이도 좋아했다고.


그 해맑은 웃음을. 예쁜 밝음을 좋아했다고.


터질 듯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그 노래를 목소리를 좋아했다고.


먼저 불러주는 이름에 가슴이 많이도 설렜었다고.


우리의 자랑이라고 말해주는 그 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기뻤다고.


말을 해줄 걸 그랬다.


그러면 이렇게 텅 빈 교실에서 혼자서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지는 않았을 텐데. 결국 닦아내는 것도 멈추고 그렇게 마음이 끊임없이 흐르도록 가만히 내버려뒀다. 이러면 벚꽃처럼 위로 날아오르다 끝내는 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텅 빈 교실은 울음소리로 가득 메워졌다.


“얏호 안즈 여기 있었구나! 찾고 있었다고!”


한참을 혼자서 울었을까. 교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특유의 요란스러움을 뽐내며 밝은 빛이 한명 들어왔다. 그래 마치 처음 만난 그 날 처럼. 요란스럽고도 장난스럽게. 그때와 달라진 점은 말에 담긴 무게와 호칭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들어와 영문도 모르게 빛을 안겨주는 희한한 아이들. 안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스바루를 보았다. 해맑게 웃으며 들어오던 스바루는 안즈 가까이 다가와 보다 놀란 얼굴을 하고서 물었다.


“안즈 울어?!”


안즈가 손을 벅벅 얼굴을 닦아내자 스바루는 닦아내는 안즈의 손을 낚아채고 안즈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였다. 그리고서는 조심스럽게 눈물이 흐른 자국들을 엄지로 매만졌다.


“안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울지 마.”


스바루는 답지 않게 목소리의 텐션을 낮추고서 작게 웃으며 안즈를 안아주면서 위로를 했다. 그냥. 그냥. 너희를 너무 좋아했어. 안즈는 하지 못할 말들을 입안에서 굴리면서 내리려는 눈물을 꾹 참아냈다. 살포시 덮어오는 걱정 어린 마음에 또 눈물이 나려 했다. 스바루는 알수는 없었지만 안즈를 토닥였다. 그리고서 낮은 목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트릭스타의 승리의 여신이 이렇게 울면 슬픈 걸.”


스바루는 안았던 팔을 풀고서 눈물 자국이 짙게 베인 안즈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며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안즈 너는 언제까지나 우리 트릭스타의 자랑이야.”


아. 그 말을 기다렸던 걸까. 스바루의 해맑은 웃음에 해주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울컥하고 눈물이 차올랐다. 스바루는 숙였던 몸을 다시 곧추 세워 안즈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안즈 홋케도 사리도 윳키도 기다리고 있어!”


이끄는 손에서 마음이 포르르 솟았다. 벚꽃은 아직 지지 않았다. 빛은 여전히 남아서 그들의 뒤를 따르듯이 스바루가 안즈를 이끄는 걸음마다 작게 마음이 피어난 듯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전 스바루는 안즈를 돌아보고서 다시 해맑게 웃었다가 힘차게 세 명을 향해 안즈와 같이 걸었다. 그리고 흩날리는 벚꽃에 얹어 말을 담았다.


“앞으로도 안즈는 우리 트릭스타의 자랑이니까.”


저 멀리서 보이는 익숙해진 세 명의 환영에 벚꽃과 함께 귀에 얹어진 말에 안즈는 그제야 봄날처럼 웃을 수 있었다. 

봄비를 맞긴 했지만 여전히 꽃은 지지 않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어렵네요..


*끝에 와서도 트릭스타와 안즈는 함께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흐름이 이상하지만..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