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쯤 이였을까. 나만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게. 아마도 그 날 일거라고 생각한다. 한 참 따스한 봄날 이였다.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선선해서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 좋은 미소를 그려내었던 기분 좋게 잠들 수 있는 그런 날. 언제나 그렇듯 잠을 자려 했던 찰나에 우연하게도 눈에 들어온 네가 예쁘게도 웃고 있어서. 자는 것도 잊은 채 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으로 너를 쫓았다. 후에 밀려온 이상스런 감정이 맘에 들지 않아 불퉁한 얼굴로 다시 잠에 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런 날에는 모든 게 다 예뻐 보이고 좋아보여서 네가 빛나는 것도 그런 것들의 일종이라고.
그냥 모든 게 예쁘니까 너도 예쁜 거라고.
그렇게 넘겼던 때가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뒤로하고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봄날이 지나서 여름이 찾아왔을 때. 너는 왜 더 빛나고 있었던가. 한참 졸린 눈을 떠서 바라본 너는 뒤에 있는 태양보다 빛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너를 바라보고 말았다. 태양은 두 개가 아닐까 할 정도로 너는 선연하게도 빛나고 있었다.
*
- 낮에 뜨는 달
리츠는 최근 들어 이상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별 시답지 않은 행동들이긴 하지만. ‘사쿠마 리츠’ 라서 이상해 보이는 행동들이였다. 제일 첫 번째로 낮에 잠을 안자고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쿠마 리츠’ 라는 사람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벙찐 표정을 할 일이였고 그의 소꿉친구인 이사라 마오에게 있어 가희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침에 리츠를 데리러 갔는데 리츠가 교복을 입고 앉아 있다? 해가 서쪽에서 떴나. 아니면 자신이 아직도 잠을 자고 있나 자신의 눈이 이상해졌나를 한참동안 의심해 봐야 했다. 몇 번째를 겪어도 혼란스러운 마오를 정신 차리게 한 건 리츠의 말이 였다.
“마군 학교 안가?”
“어, 어, 어 가,가야지.”
하품을 하며 걷고 있는 리츠. 아침에 리츠가 제 발로 걷는 게 얼마나 되더라? 를 마오는 생각 했다. 아마 그리 많지는 않았다. 교복도 안 입고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애를 억지로 깨워 교복 입히고 엎고 다니다시피 등교 했으니 지금 이 상황을 역시 꿈이 아닐까를 다시 한 번 의심 하는 마오 였다. 볼을 한 번 꼬집고 아픔이 느껴지고 나서야 마오는 지금 이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벅찬 얼굴을 하며 리츠가 드디어 철이 들었어.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서. 리츠는 하품을 하다 말고 마오의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고는 한 마디 내뱉었다.
“마군 말도 안 되는 상상 하는 거 아니지?
그래. 그럴 리가 없지 사쿠마 리츠가 철이 들 리가 없는 걸. 그런 생각을 하면서 씁쓸한 표정으로 걷기 시작하는 마오를 잠깐 쳐다보던 리츠는 문득 고개를 올려 태양을 올려다보았다. 따가워. 아파. 곧이라도 타버릴 것 같아. 그래도 따스해. 손에 잡혔으면 좋겠어. 닿지도 닿을 수도 없는 눈부신 태양을 항해 리츠는 자꾸 손을 뻗었다. 손에 잡히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듯이 뻗으면서 허공에서 움켜쥐려 애썼다. 순간 리츠의 몸에서 힘이 쭉 빠지면서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리츠는 넘어가는 순간 눈을 감으면서 생각했다. 조금 무리했을지도. 마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에 연하게 들려올 때 쯤 리츠는 쓰러졌다.
리츠가 눈을 뜬 뒤 본 것은 새하얀 천장과 옆에서 리츠! 하고 부르는 짜증나는 형이었다. 왜 마군이 없고 형이 있는지는 알겠지만 서도. 역시 기분 나쁜 건 기분 나쁜 거다. 레이의 걱정스런 부름을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리츠는 양호실의 창문을 쳐다보았다. 하늘은 맑았고 태양은 선연하게 떠 있었다. 밝고도 밝게.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무척이나 들었다. 옆에서 양호 선생인 사가미가 평소처럼 좀 더 자는 게 좋겠다고 레이도 걱정스런 얼굴을 하며 리츠에게 말을 했지만 리츠는 자연스럽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창문을 보던 눈을 돌리고 리츠는 조용히 침대에서 일어나 사가미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 양호실을 나섰다. 양호실을 나서는 리츠의 모습은 조금 비틀 비틀 거려 위태로워 보였다. 레이의 간절한 걱정스런 외침에도 리츠는 무시한 채 양호실을 나섰다. 연거푸 나오는 하품과 감기려는 눈을 손으로 비비면서 리츠는 반으로 돌아갔다.
수업 중이라 아무도 없는 복도는 조용했고 그저 짹짹 거리는 새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자고 있었을 시간의 풍경이란 너무나도 조용하고 따스했다. 금방이라도 잠에 들어 버릴 것 같아. 네가 웃는 낮은 이런 느낌이구나. 잠에 들어버려서 반짝 거리는 풍경 같은 건 본적이 없었어. 마치 너를 닮은 풍경이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츠는 천천히 복도를 지나갔다. 이윽고 B반에 다다르기 전 리츠는 A반 앞에 잠시 멈춰 섰다.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수업 소리가 들리고. 사각 거리는 볼펜 샤프 등의 소리가 났다. 그런 소리들 사이에서 리츠는 창문으로 보이는 안즈를 보았다. 안즈는 진지한 얼굴을 하며 칠판을 보며 교과서를 보며 열심히 무언가를 적었다. 간혹 하품을 하기도 했고. 약간 졸다가 화들짝 깨기도 했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 위에 있는 태양보다 조금 더 가까이 있는 태양은 사랑스럽다. 리츠의 얼굴은 부드럽게 풀려 있는 채 약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리츠가 교실로 들어와 수업을 들으니 선생님은 조금 당황한 것도 같았다. 리츠 책상에 교과서가 펴져 있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였다. 거의 새 책과도 같이 빳빳한 교과서를 리츠는 꺼내 펼쳤다. 연실 감기려는 눈과 터져 나오는 하품을 참고 리츠는 엎드려 자지 않고 꿋꿋하게 수업을 들었다. 듣는 내내 무언가를 끼적여 보기도 하고 창밖을 바라보기도 하며 리츠는 깨어나 있었다. B반 안에 있는 모두가 그 현상을 이상해 했지만 모른 척 넘겼다. 묘한 기류가 반에 맴돌았다. 마오는 수업을 듣다가도 리츠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어디가 아프기라도 한 건가. 하는 마음이었다. 리츠는 지금 이런 현상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창밖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창밖은 태양이 환하게도 떠 있었고 푸른 녹음들은 햇빛에 반짝였고 고양이들은 그늘 안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새들은 태양이 내리쬐는 아래에서 짹짹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날아 다녔다. 네가 보았던 풍경은 이랬을까. 나는 너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너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면 기쁠 것 같아. 리츠는 그런 생각을 하며 아주 살포시 눈을 감았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리츠는 A반 교실로 향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안즈를 보러 갔다. 교실 안으로 발을 들일까 하다가 리츠는 문 앞에서 멈추었다. 잠깐이라도 손이 닿는다면 떨어지기 싫어질 거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문 앞에서 웃는 얼굴을 보았다. 간혹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어주는 안즈가 따스해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 다가가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태양은 모두에게 따뜻함을 주어서 나만 바라볼 수 없어. 그러니 내가 다가가는 거야.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기 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까.
한 낮의 태양의 꽤나 따갑다. 견디기 힘들 만큼. 해가 하늘의 한가운데에 와 갈수록 리츠는 점점 기운이 없어졌다. 눈은 어찌 저 찌 뜨고 있고 몸도 비틀거리며 움직였다. 옆에 있던 마오가 이제 자는 게 어떠냐고 물어도 리츠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며 손을 뻗어 쥐었다 폈다 를 반복 했다. 손에 쉽게 잡힐 것도 같은데 어째서 잡히지는 않는지 이리 따가울 정도로 밝은 건지 데일 정도로 뜨거운 건지 알 길이 없다. 그래도 따스해서 그 밝음이 좋아서 닿고 싶은 이 마음을. 태양은 알아줄까. 이 태양도 저 태양도 닿기가 어려운 것 같아. 리츠의 몸이 아래로 기울었다.
- 낮은 위로
리츠는 검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아다녔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리츠 본인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을 뿐이 였다. 한참을 걸어 다녔을까. 리츠는 작은 빛 무리를 발견 했다. 그것은 멀리 떨어져 있는 리츠에게도 아주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저것을 찾고 있었던 걸까. 눈이 너무 부셔. 무서워. 내가 가까이 가기엔 너무 뜨겁고 환한 게 아닐까. 역시 나는 이런 어둠 속이 어울릴지도. 태양에게 다가가기에는 여전히 자격이 없을 지도 아마 뜨거워서 놓쳐버릴지도 몰라. 리츠는 빛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망설였다. 그래도. 혹여나 그 뜨거움에 태워져 버린다 해도 나는 다가가고 싶어. 너에게. 재가 되어도 괜찮을 지도. 리츠는 미소를 지으며 빛 무리에 다가갔다. 햇빛의 향기가 나는 것 같아. 빛은 점점 커지고 커져 어느 샌가 리츠를 집어 삼켰다.
빛 무리의 안에 들어온 리츠는 안즈를 만났다. 안즈는 리츠를 보며 곧게 서 있었고 자그마한 미소를 그리고 있었다. 천천히 리츠는 안즈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안즈를 조심히 안았다.
안즈 있잖아. 나는 지금 연습을 하고 있어. 태양에게 다가가는 연습.
너와 같은 순간에 같은 것을 바라보기 위한 연습이니까.
혹시 내가 재가 되어버려도 쓰러져도 놀라면 안 돼.
리츠는 안즈를 안았던 팔을 풀고서 안즈를 바라보았다. 안즈는 그 미소 그대로 리츠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리츠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언제나 바라보고 있으니까. 쓰러지지 않게.
리츠는 안즈의 말에 놀란 얼굴을 하다 조금 이상하게 일그러졌다. 그 순간 리츠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점점 선명해지고 명확해져 리츠는 그 목소리의 주인이 마오라는 것을 알았다. 마군은 너무 시끄러워. 리츠의 손을 잡았던 안즈의 손은 희미해지다 어느새 안즈 전체로 희미해져 갔다. 환한 공간도 점점 일그러져가고 있었다. 마군은 항상 초를 친다니까. 닿았던 손의 온기가 사라지고 이윽고 리츠는 눈을 감았다.
“리츠! 괜찮은 거야?!”
리츠가 다시 눈을 떠 본 것은 마오의 놀란 얼굴이었다.
“너 쓰러져서 놀랬다고!”
“마군 시끄러워.”
일어나자마자 듣는 마오의 잔소리에 시끄러워 리츠는 귀를 막았다. 마군은 항상 초를 친단 말이야. 안즈에게 해줄 말이 있었는데. 부루퉁한 리츠의 얼굴에 마오는 한숨을 쉬며 의자에 다시 앉았다.
“너 울고 있었어.”
어라 나 울고 있었어? 마오의 말에 리츠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눈가 쪽에서 만져지는 물기에 리츠는 조금 놀랬다. 아. 안즈에게 감동 받았을지도. 위로 받았을지도. 그 말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츠는 가만히 눈물을 닦았다. 안즈가 보고 싶어.
“마군 안즈는 어디 있어?”
“어?”
“아니야 됐어 직접 찾으러 갈래.”
- 두 사람이 공존하는 노을
리츠는 마오의 답이 나오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양호실을 나섰다. 바깥은 노을이 져 오렌지 빛을 내고 있었다. 지금쯤 너는 어디쯤에 있을까. 리츠는 텅 빈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복도는 창을 통해 노을빛이 새들어와 그림자와 함께 조금의 그림을 만들어 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 뜨겁지도 않고 적당한 햇빛이 들어오는 그 곳에 너는 있을까. 리츠는 조금의 바람을 담아. 가든 테라스로 향했다. 태양이 가까운 곳에 있기를 바랐다.
리츠는 힘을 내서 가든 테라스까지 달렸다. 저물어 가는 태양 빛이 새들어 오는 속에서 리츠는 태양을 향해 달렸다. 가든 테라스에 다다른 리츠는 달리느라 벅찬 숨을 몰아쉬었다. 가든 테라스는 비어 있었다. 포근한 느낌은 가득했지만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리츠의 얼굴은 조금 울 것 같았다. 태양은 왜 이리 먼 지. 그때 뒤에서 햇빛의 향기가 났다.
“리츠군?”
뒤를 돌아보니 안즈가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츠는 안즈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다급하게도 가까이 다가가 안았다.
“리츠?”
있지 안즈 나는 태양을 찾고 있었어. 내가 닿을 수 있는 태양. 찾았는데 그 태양도 닿기가 너무 어려워서. 조금 힘이 드는 것 같아. 혼자서는 외롭고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 태양과 함께 하고 싶어서 노력했어. 정말 노력했어. 언젠가 나도 태양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 꿀 수 있을까?
리츠는 안즈를 꼭 끌어안고서 여러 말들을 했다. 안즈는 그런 리츠를 토닥이며 말들을 들어 주었다. 이윽고 리츠의 말이 끝났을 때 안즈는 입을 열었다.
“태양도 사실 달과 함께 하고 있는 법을 노력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안즈의 말에 리츠는 조금 더 안즈를 꼭 껴안았다.
“낮에도 떠주는 달을 위해 멀리 있는 달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태양도 서툴지만 노력하고 있을 거예요. 언젠가 달과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안즈는 리츠를 안던 팔을 풀고 눈가가 촉촉한 리츠의 얼굴을 보며 얼굴을 쓸어주며 환하게 웃어주었다.
“낮에도 떠있느라 고생했어요 리츠."
언제 보았을까. 이런 저를.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에 온 세상이 밝아진 것 같았다. 외로움도 불안감도 사라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잊고 있었다. 안즈는 이런 태양인 걸. 사랑스러운 태양. 지켜봐주는 태양. 다가오는 태양.
리츠가 다가서려는 만큼 다가와주는 태양이다. 닿으려고 뻗은만큼의 손을 잡아주는 이 손이. 무엇보다도 간절하게 소중했다.
- 그리고 달은
좋아하고 있어.
리츠는 약간의 말들을 입안에서 굴렸다.
이 마음도 닿기를 바라며. 리츠는 작게 중얼거렸다.
석양빛이 비추는 아래 달과 태양이 입을 맞춘 것도 같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떄마다 틀려질 수 있어요
*뭔가..이상한 느낌이지만...
*리츠안즈 더 잘 쓰고 싶네요...예쁘게 예쁘게..
*리츠안즈 내내 예쁘게 사랑해라..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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