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 가장 보통의 존재 (Cover. 언니네 이발관)
[리츠안즈] 이름 없는 별의 가장 일상의 존재
*할로윈 기념 리츠안즈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숨은 잘 쉬어지나요?
답답하지는 않은가요?
제대로 이어져 있나요?
떼어버리시면 안 돼요.
어째서?
숨을 못 쉬어 죽어버리니까?
숨은 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보다는.
돌아오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돌아오지 못해도 괜찮은가요?
모르겠어.
당신 매번 그렇게 말하니까요.
저번에도 말이죠.
오기 전까지 그렇게 말하고 왔으면서...
뭐 됐어요.
.....당신 여기에 머무는 게 그리 짧은 시간도 아니고 그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돌아보는 건 어때요.
오늘도 그 사람은 당신의 별에 올 테고
그때까지 천천히 생각해봐요.
그 친구와 그 사람은 같으면서도 다르니까요.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일상은 꿈꾸게 하잖아요.
다정하고 따뜻하고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상냥하게 스며들어 옆에 머물러주잖아요.
어때요.
이제는 제대로 일상 속에서 다른 별을 꿈꿀 수 있나요?
-
매번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조종사다. 덩그러니 우주 한가운데에 떨쳐놓고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무심한 표정으로 잔소리 같은 말들을 한다. 평소 같으면 흘려버릴 이즈미의 잔소리와 비슷한 종류 임에도 불구하고 투를 내는 이유는 조종사가 하는 말 전부가 자신을 콕콕 찔러오는 말들이어서 쉽게 흘려버릴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 우주에서 떠다니게 되었고 조종사가 나타났는지는 알지 못했다. 눈치를 채고 보니 우주복을 입고서 뭉툭한 방탄소재의 알 수 없는 막 너머로 먼 곳에 떨어진 선명하지 못한 검은 세상 속의 혼자 색채 가득한 푸르른 곳을 눈에 담게 되었다. 자신이 정말 저기서 튀어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는 일이지만 말이다. 지금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게 꿈에 가까운 무언가 이기에. 막연한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고양이는 고양이다. 같이 당연하게 늘 광경을 바라보았다. 우주 비슷한 공간에 있는 것도 자신이 여기에 있는 것도 행성에 아무도 없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무의식으로 늘 바랐을지도 모른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조종사도 실은 최근 들어 리츠 스스로가 필요하다고 여겼을지도 몰랐다. 수많은 별 만큼 떠다니는 소행성 부스러기 들 만큼 마음은 가득 차 있는 것 같지만 서도 끝을 모르고 펼쳐져 있는 텅 비어 보이는 검은 우주와도 같았고 발 디딘 행성에는 리츠 혼자뿐이었다. 세워진 것 하나 없이 움푹 들어간 자리만 가득했고 닫은 촉감이 생소했다뿐이지. 풀 한 포기 없는 사막과 같다고 보면 됐다. 아니 오히려 사막보다 더 삭막할지는 모를 일이다. 여기는 가도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오아시스 야자수 선인장 동굴 동물 따지고 비교해보면 오히려 사막은 살아 숨 쉬는 무언가가 있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셈이었다. 옆에 세워진 언젠가 텔레비전? 잡지? 에서 봤던 거대한 우주선이 있긴 하지만. 행성의 소유라고 볼 수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우주선마저도 그리 오래 생기지 않은 물건이었다. 그러니 행성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게 맞았다. 한번 뺑 돌고 오면 무언가 있을까? 둔하게 한 발짝씩 내디뎌 발자국을 한 개씩 남겨가며 이름도 알 수 없는 행성을 걸었다. 올 때마다 하는 행동이었음에도 걸을 때마다 알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시간의 감각이 돌지 않는 곳인지라. 애초에 잠을 자고 있는 자신이었으니까 그렇게 느끼는 걸까. 당연한 듯하면서도 아득한 기분이다. 도는 데는 크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행성이 그리 작은 곳은 아니었지만 다른 생각을 하면 금방이라고. 이것저것 정리하다 보면 행성의 것도 리츠의 것도 아닌 우주선 앞의 첫 발자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우주선이라고 하니 확실하게 해두자면 행성의 소유물도 아니었으면. 리츠의 소유물도 아니었다. 그럼 어떻게 이곳까지? 무엇을 타고 온 거야?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저 우주선이겠지? 라는 의문으로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전에는 무얼 타고 왔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다면서? 묻는다며 그건 자신도 알지 못했다. 항상 눈치를 채고 보면 긴 호스만 연결되어있을 뿐 우주를 둥둥 뜨고 있었고 혹은 자연스럽게 행성 위에 발을 딛고 있었다. 우주선 타고 있었다는 기억이 없으니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기에도 뭐했다. 탑승 직전의 기억은 있지만 말이다. 누군가 있었던가? 그것보다는 오히려 저 안에 있는 모습을 보는 조종사의 소유물이라는 게 훨씬 어울렸다. 조종사 하니 다시금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돌아본다고 해도 제대로 마주 볼 수 있을지는 별개의 일이다. 감정이라거나 마음적인, 사람 같은 것들은 모두 어려운 일이다. 쉬웠으면 여태껏 이러하지도 않았을 거다. 말처럼 쉽게 된다면 얼마나 좋았으려고.
멀뚱멀뚱 서 있기도 뭐해서 발로 몇 번 쓱쓱 쓸어주고서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앉아도 딱히 보이는 건 달라지지 않는다. 멀리 보이는 자신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 맨 처음에는 맘에 들지 않았는데 여러 번 아니 수 없는 날을 겪다 보니 이제는 완전히 익숙해진 광경이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서서 바라보는 그대로의 우주란 끝없이 넓고 예쁘면서 동시에 매우 쓸쓸했다. 반짝반짝하긴 해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뭉쳐져 이어져 있다는 느낌은 없었으니까. 그래서 우주인 걸까 하고. 그래서 맘에 들지 않았던 걸까 하고. 어딘가의 반짝거림은 겉보기일 뿐 속은 새까맣고 허무하다. 매일 웃츄 거리며 외계인과의 교신을 바라는 왕님이나 이런 곳에 왔다면 좋았을 터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그렇게 꿈꿔보지 않은 사람과 꿈꿔보는 사람은 보이는 눈이 다를 테니까. 사실 이왕 꿈꿀 거라면 그대로의 일상이 더 좋았다. 좀 더 현실에 가까운 모습들. 눈에 잡히는 모습들. 잠을 자는 동안 멀리 별로 떠나가니까 빈 시간만큼의 가까운 너를 꿈꾸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이름을 모르는 행성이라고 말했지만 익숙하게 느끼는 것도 실은 전부터 여기 머물렀지 않았을까 했다. 오랜 어린 시절부터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별에서 누군가 찾아와주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렸지 않았을까. 기다리면서 지금보다는 작았던 손발로 발자국을 남기고 나름 꿈이긴 하다고 행성을 이루고 있는 모래 비슷한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피아노를 쳤던 기억이 있다. 관객은 한 명도 없었지만 건반을 누르면 누르는 감촉은 원래의 건반과 똑같았고 울리는 소리가 반짝거렸다. 평소의 맑은소리의 끝에 작은 별이 붙어 다리를 이어가는 별이 내리는 소리를 누군가 같이 들어주기를 바랐다. 기다리는 피아노 소리를 제외하고 생각해보니 아주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서 이 행성에 급작스럽게 생겨나는 소리가 있었다. 따르릉따르릉 하고 귀를 따갑게 때리는 옛날 전화벨 소리. 텅 비어 있는 걸 티 내기라도 하듯이 전화벨 소리는 울리듯 나고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면 그저 바닥에 소리를 내는 다이얼 전화기 한 대가 있을 뿐이었다. 전화기를 안고 수화기를 들어 여보세요 하고 말을 떼기도 전에 걱정이 담기기도 한 잔소리 같은 익숙한 말이 들려온다. 어이 리츠 듣고 있지? 그대로 다시 잠들면 안 된다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말은 누군가의 일상에 당연하게 존재했을 평범한 말이었는데 그렇게 따스했고 기분이 좋았다. 아마 너머로 웃고 있는지 그는 모를 일이다. 그가 연락을 주었으니 슬슬 이 행성을 떠나 여행을 하러 갈 시간이었다. 금방 다시 돌아오겠지만. 잠깐의 먼 일상의 꿈을 꾸고 돌아올게. 이름 없는 행성에서는 잦은 연락이 왔다. 그런 어린 시절이었다.
지금은?
지금은?
지금은.
지금은 어떤데.
제대로 짚어주지 않으면 안 돼.
여기서 결론짓고 멈추면 곤란해.
말했잖아.
그 사람한테.
언젠가 말해준다고.
언젠가 가르쳐준다고.
-
그랬다. 말을 하고 왔었다. 그 사람에게. 안즈에게
언젠가. 보통 사람들의 시선에서 언젠가라는 건 쉽고도 간단한 말인데도 리츠는 그렇게 뱉기가 힘들었다. 그건 반드시 앞을 말하는 말이었으니까. 대신에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은. 전에는. 전에는. 과거를 그리고 현재에 머무는 그를 전화를 기다리는 꿈을 꾸는 쓸쓸한 나날이었다. 그 전부터 알고는 있었다. 전화만으로는 외로움도 괴로움도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은 일상의 꿈은 혼자였으니까. 진정 홀로 남은 시간에는 가끔 그렇게 견딜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을 홀로 있었는데도. 어째서인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작은 밤의 무대에 첫 관객이 되어준 너를 만났다. 첫 관객은 그 후로도. 꾸준한 관객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관객도 역시. 너였다. 처음에는 정말 귀찮아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무럭무럭 커졌던 걸까. 무심하고 봄바람이 스쳐 흔들거리던 봄을 지나 달콤한 냄새가 가득했던 여름을 지나 일상 곳곳에 당연하게 자리 잡은 너의 흔적이 담긴 초가을을 지나 가장 일상의 존재가 되어준 늦가을의 너를 만났다.
아무도 찾지 않는 이름 없는 별에는 무르익은 봄부터 머무는 방문자가 있었다. 행성에 전부터 오랜 시간 있었던 자는 언제부턴가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 와서 방문자라고 잘 인식을 못 했지만 말이다. 슬슬 시간이 됐다. 세워져 있던 우주선 안에서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교복을 입고 있는 안즈가 내려왔다. 모습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늦은 봄 어딘가 에서부터 늘 봐왔던 모습일 텐데. 천천히 일상에 스며들어 당연하게 여겨버려서 제대로 의식을 하고 보니 낯설기도 뭉클하기도 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달에 최초로 발을 디딘 닐 암스트롱을 보는 게 아마 이런 기분일지도 모르겠다. 리츠보다는 좀 더 작은 발자국이 리츠의 발자국 옆에 새겨졌다. 두려움에 무서움에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제대로 마주해야 했다. 방문자에게 말을 해야 했다. 현실에서도 안즈와의 언젠가를 꿈꿨듯이. 여기서 역시도 말을 해야 했다. 안즈는 늘 먼저 말했다.
리츠군 갈 시간이야.
생각해봤는데 우주선도 조종사도 다 안즈 소유구나.
왜 그렇게 생각해?
다 안즈를 만난 뒤 생겨난 거여서
리츠군이 다른 별을 꿈꿀 수 있으면 좋겠어서.
있지 조금 더 있어도 돼?
조금이라면?
유일한 연락은 기간이 길어진 지 오래였고 방문자는 옆에 머물러 준 지 오래였다. 방문자라 불러야 할까? 일상은. 그래 옆에 당연하게 머물러 준지 오래였다. 나란히 앉아서 있던 곳을 바라봤다. 그게 의식하지 못했던 당연한 일상이었다.
안즈 고마워.
이름도 없는 찾지 않는 별의 일상이 되어주어서.
가장 일상의 존재가 되어주어서.
제대로 다른 별을 꿈꿀 수 있게 해줘서.
언젠가 안즈와 같이 다른 별에 발을 딛고 싶어.
응 그러자.
-
잘 자 리츠군.
자장가는 소리가 들릴 적에 끊긴 지 좀 되었지만, 손에 살짝 잡힌 소매의 끝이 어쩐지 간절해 보여서 떼어놓기가 그랬다. 잠든 지는 오래였는데. 여전하게 소매의 끝은 꼭 잡고 있는지라. 잠들지 않았나 싶었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그건 아니었다. 새근새근 소리가 조용하고 깊게 다가왔다. 옆에 잠든 걸 봐 온 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색다른 건 할로윈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래를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을 그리던 너에게서 나와의 언젠가를 일상을 들은 순간은 안즈의 눈가를 살짝 붉게 만들었을지도. 참아내려 약간 이상한 얼굴로 잠드는 리츠를 배웅해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분이 든 건 리츠에게 안즈가 일상이 된 것처럼 안즈에게도 리츠 또한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리츠를 깨울 때까지 라면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다. 바쁜 일상을 사랑하는 안즈였지만. 이런 식으로 함께 언젠가를 꿈꾸는 조용한 일상도 소중했다. 깨어나면 서로가 고대하던 북적하고 소란스러운 밤이다. 작은 밤의 무대의 관객이 되었을 때처럼 리츠의 일상에 존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있을 소란스러운 밤을 꿈꾸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당연하게 그 안에 서로가 일상으로 존재하는 것도.
리츠군 고마워.
나의 일상으로 존재해 주어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역시 할로윈=리츠안즈
*몸 상태로 많이 늦어졌습니다만 할로윈이 가기 전에 완성해서 다행이야ㅠㅠㅠㅠㅠ
*리츠안즈 예쁘고 예뻐서 어떡하면 좋지ㅠㅠㅠ아 사랑스러워서 어떡해ㅠㅠ
*리츠안즈데이 입니다 착실히 리츠안즈 트루럽 결혼했다를 외쳐야 하는 것이죠
*할로윈에 리츠안즈를 보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은 병이 윽..윽 또 도지고 말았군
*우주의 어딘가 이름 없는 찾지 않는 별에 일상은 뭉클한 법이군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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