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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꽃, 그대] 동백꽃이 우는 다른 장마에 해가 들 때



[꽃, 그대] 동백꽃이 우는 다른 장마에 해가 들 때


*로제 마마 꽃, 그대 완결 축전 . 누군가를 사랑했던 어느 이의 이야기




W.포근






가시는 길의 발소리마저 꼭 사랑한 모습을 그대로 닮아 아직 끝나지 않는 장마처럼 갈 듯 말 듯 하게 내려 떠나는 순간의 젖은 흔적마저 사라지고 나서야 비에 제 색을 드러낸 산하엽 처럼 모습인 채로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미 떠나신지 오래라 얼핏 남은 수국의 향이 없었다면 만난 것 자체가 한편의 일장춘몽이었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아 가셨구나, 가셨어, 한참을 숨죽여 울고 난 뒤인데도 텅 빈 복도에서 그대로 주저앉아 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손님들이 계시던 종업원이 있던 당신이 없어진 뒤니까 이제야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애절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매달려 그런 자신을 한번 상상해 본 적이 있었다. 기억에도 안 남았을 이가 울고 불며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린 애정의 말 그 자음 한 자 마저도 닿지 못한 채. 비에 져버린 벚꽃, 다정할 했던 손 끝 한번 스치지 못한 채 모진 비에 떨어지는 벚꽃. 그렇게 저버렸을 게 분명했다. 저버릴 마음으로 남고 싶지 않았기에 그럴 용기조차 없어서 그랬기에 동백은 오래도록 마음을 품었다. 흰 동백이 붉게 물들 때 까지. 모든 걸 가지고 싶어 하며 욕심을 내는 어린아이가. 그런 어린아이의 시절에서부터 차마 욕심을 낼 수 없던 어린 날의 붉은 동백이 이제야 떨어졌다.

 

실은 작은 거짓말을 했다. 좋아했던, 이 아닌 좋아하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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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내내 비가 내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곤히 깊은 잠을 잤다. 오래도록 마음을 안은 것처럼 슬픔을 안고서 잠을 잤다. 일어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작은 서랍장을 열어 편지지를 꺼내는 일이었다. 겹쳐놓으면 책 한권 정도 되는 두께였다. 편지지의 가장 위에는 사쿠마 레이님께그 아래로는 새하얀 편지 그대로였다. 다음 편지도 똑같았다. 편지가 책이 되어갈 때까지 이름 한 자 쓰는 걸로 마음이 들끓어 무거워 그 이상을 써내려가지 못했다. 온갖 미사어구도 아름다운 시도 글귀도 당신 이름에 비할 바가 못 돼. 결국 마음이 흘러 넘쳐 눈물 자국만 편지에 남겼었다. 편지에 눈물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허둥지둥 자국이 번지지 않게 누르느라 허둥지둥 대던 기억도 있었다. 당신께 보낼 것인데 눈물 자국이 있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눈물이 계속 흘러 누르는 것도 멈추고 펑펑 울었다. 당신이 너무 좋아서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넘치는 마음 하나 어떻게 할지 몰라서 사랑 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그렇게 젖은 편지지를 오래 끌어안았다. 안은 편지지 안에 적힌 당신의 이름 한 자 한 자가 아렸다. 이름 한 자로도 당신은 늘 그렇게 나를 울렸다. 한참을 미련스러운 마음을 떨어뜨리고 난 뒤 붉어진 눈가를 닦아내며 편지지 한 장을 고이 접어 봉투에 넣어 품에 안고서 당신을 마주한 그날처럼 치장을 하고서 집을 나섰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내렸다 장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산의 끝을 타고 하늘의 눈물이 줄지어 흘렀다. 찰박 소리가 나는 걸음 속에서 오래 전 보았던 당신의 모습을 떠올랐다. 그 날도 이렇게 비가 내렸다. 부모님을 따라 처음 가본 저택은 신기한 것들이 많아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때 당신을 보았다. 순정만화와도 같은 상황이었다. 여자아이가 한참 꿈꿀만한 로맨틱한 상황이었지만 당신께 말을 걸 엄두도 내지 못했다. 딱히 무엇이라고 말을 못했다. 어딘가 다른 세계에 떨어져 있는 것 같아서. 그냥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첫눈에 처음 본 순간부터 당신께 마음을 빼앗겨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누군가 찾으러 올 때까지 그대로 당신만을 보고 있었다. 잊히지 않도록 오래 마음에 눈에 담았다. 슬펐던 사실은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음에도 단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일이었다. 지금에 와서는 약간 웃으면서 떠올릴 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몹시도 슬펐는데 이유를 몰라 영문을 모른 채 울었었다.

 

한 발 내딛을 때마다 혼자 한 사랑의 기억이 떠올랐다. 비와 함께 한 기억이 가득 했지만 그것마저도 당신을 사랑한 기억이기에 괜찮았다. 흰 동백이 붉게 물들 때까지 오랜 시간. 그 붉은 동백이 떨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지지 않을 꿈들을 보았다. 꿈이 달고 달아서 아 이대로 깨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 정도로. 어느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다. 달콤한 꿈을 꾸었는데도 슬퍼하는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이라고. 아이는 달콤한 꿈을 슬퍼했다. 그리고 나는 달콤한 꿈을 마지막의 마음으로 가져가기로 했다. 감히 엄두도 못 낼 것을 꿈으로라도 보여주어서 고맙다고. 겨우 내서야 동백꽃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고. 달콤한 꿈은 꿈 그대로 간직한 채 그렇게 보내주자고. 한참을 걸어 도착한 물을 가득 머금은 우체통은 무엇이라도 보내줄 것처럼 그리 자리하고 있었다. 우산을 반대 쪽 손으로 쥐고서 품 안에서 하얀 편지 한통을 꺼냈다. 우표도 주소도 어느 것 하나 적히지 않은 하얀 편지는 어디에도 도착하지 닿지도 못하고 갇혀 있을지도 몰랐지만 갈 곳을 잃은 분실물이 될지도 몰랐지만 보통의 시간으로 천천히 그렇게 보내보도록 하자고.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도 언젠가 그치는 것처럼 이 편지 또한 그렇게 마음을 보내주겠지 보통의 시간으로. 그리 생각하며 최대한의 웃는 얼굴로 아무것도 아니면서 모든 걸 다 담은 편지 한 통을 보통우편으로 넣었다. 우산 끝의 눈물이 흐름에서 구슬이 되어 반짝였다.

 

, 날이 갰구나.










*마마 너무 늦었지만 꽃, 그대 완결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레이안즈 인데 저는 그녀가 도무지 마음에 걸렸습니다..ㅠㅠㅠㅠㅠ

전혀 이상하게 되어버린 축전이지만 받아주시면ㅠㅠㅠㅠㅠ

마마께 민폐가 되어버린 축전이 아닐까..하구ㅠㅠㅠㅠ 걱정입니다ㅠㅠ

마마 꽃, 그대 완결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