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안즈] 돌아가는 길의 군고구마와 11시 59분사 밀크티
*사쿠마 리츠 생일 기념 . 리츠야 생일 축하해.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가을 햇볕은 생각보다 선선하지 않다. 무덥게 내렸다가 바짝 더웠다가 반 건조 오징어가 될 뻔 했던 끝 여름이 물러가고 백로를 지나왔지만 여전히 낮은 가을보다는 여름을 생각나게 했다. 누가 가을 햇볕이 선선하다고 그랬더라. 그건 한참 잘못된 말이다. 누가 말했는지 몇 백 년 전 사람이라서 지금의 가을과는 감상이 달랐을까. 더워서 머리가 착각 해 버린 걸까. 현재의 안즈 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다. 그러니 여름이 다 끝났다고 물러나라 더위! 떠나라 더위! 외칠 정도로 당당해질 수는 없다는 말이다. 덥다. 따갑다. 한참의 여름 때와 비교해서 덥기는 덜 더웠지만 서도 따갑기는 여름 버금 갈 정도였다. 그러면 가을과 여름으로 나눌 필요가 없질 않느냐 라고 이러쿵저러쿵 하지만 습도 라던가는 역시 차이가 나기도 하고 슬슬 나무나 풀들도 색을 바꿔 입으니 풍경에 차이가 나니까. 여름 단풍. 여름의 붉은 단풍. 역시 무언가 안 어울린다. 가을 단풍. 오래 봐와서 오래 기억 되서 그리 잘 어울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빠르게 화려하게 색을 입고 한껏 춤을 추다 금세 갈라지고 찢어져 낙엽으로 변모한다.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가을과 닮아있으니까 가을단풍인걸지도. 무튼 그래도 덥기만 했다면 아무 말 없이 인류최종병기인 에어컨으로 살아갈 수 있었을 거다. 허나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은 가을은 여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사이라고 밤에 서늘하기는 무척 서늘해서 여름밤을 생각했다가는 큰 코를 다칠 수 있다는 것. 까딱하면 감기가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했다. 가을 감기는 사람들과 매우 친해지고 싶어 하기에. 잊고 있던 안즈는 가만히 있는데도 추위를 느끼는 자신에 낙담하며 역시도 가을감기와 매우 친해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중이었다. 어쩌면 가을이라는 이름이 주는 어딘가 모르게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은 적당한 느낌에 안심해서 온천에 몸을 담그듯 늘어져 있었을지도.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가을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일교차가 굉장한 계절이었다. 주는 느낌과 정 반대. 대체 어디서 그렇게 느낀 걸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적당한 날씨. 가을햇볕이 선선하다 했던 사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적당한 날씨? 틀렸다. 극단적인 날씨. 덥기는 엄청 덥고 춥기는 엄청 춥고 이게 무슨 계절. 긴 팔을 입으려다 낮을 떠올리니 반팔. 반팔 입으려니 집에 돌아올 밤을 생각하니 카디건 정도는 챙겨야 할 것 같고 챙기려니 챙겨서 가지고 올 걸 생각하니 좀 귀찮기도 하고. 귀찮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실은 겨우 카디건 챙기는 일로 아침 댓바람부터 가을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불평하지 않아도 될 일이란 거다. 조금 바보 같다. 옷장 앞에 서서 안즈는 오늘도 머리를 콩콩 박으며 주르륵 미끄러지며 주저앉았다. 이렇게 안즈가 가을에 대해 매일 아침 불평하는 것도 꽤나 된 일이다. 여름이나 겨울이면 좀 더 간단하게 계절감이 있는 선물을 주면 되는 일이었다. 뭐 여름이니까 뭐 겨울이니까 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필 가을이었다. 가을. 가을. 덥기도 하면서 춥기도 하면 어쩌라는 건가.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단순하지 않은 선물 준비는 안즈에게 가을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게 하게 됐다. 후에 안즈가 알게 되는 건 긴 기간 고민 한 게 무색할 만큼 어떤 계절이었던 선물이 그리 다르진 않았겠다. 라는 조금 허탈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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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더웠던 낮이 무색할 만큼 밤은 꽤나 서늘했다. 귀찮았긴 했지만 카디건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안즈 였다. 밝은 색이라고는 가로등 밖에 남지 않은 밤이 되어서 학교를 나서는 건 한 두 일이 아니었지만 집에 도착하는 건 그 보다 더 늦어질 예정이었다. 물론 이유는 밤이면 건강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 전체를 기대오는 리츠 였다.
“지쳤어.”
안는 팔에 힘이 약간 들어가 있는 걸로 봐서는 전혀 지치진 않은 것 같지만 안즈는 웃으며 팔을 올려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즐거웠어?”
“그럭저럭.”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실 웃음이 새어나오는 표정으로 봐서는 꽤나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긴 고민과 준비가 무색할 만큼 당일은 바로 다가와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다. 아 조금 아쉬울지도. 싶으면서도 떠들썩한 밤을 맞은 게 얼마만일까 라는 생각에 리츠의 웃는 얼굴을 안즈는 줄곧 쳐다보았다. 졸려하는 얼굴이나 졸음이 가득한 얼굴 장난기 가득한 얼굴 달이 살짝 기운 듯 미소 그린 얼굴은 많이 보았지만 떠들썩한 밤은 리츠에게 그리 흔한 게 아닌 지라 여러 사람 속에서 즐거움 가득한 웃는 얼굴은 오랜만이었다. 그런 흔치 않은 것이라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좀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안즈?”
안즈. 안즈. 세 번 정도 불리고 나서야 안즈는 눈앞에 리츠가 손을 흔들고 있는 걸 알아차렸다. 아. 하는 탄식을 내뱉자 리츠의 얼굴이 묘한 기색을 띄웠다.
“졸려?”
“아니.”
고마워 안즈. 조금 피곤한 기색이 내려온 안즈의 눈 밑을 쓸며 리츠는 그렇게 말했다.
“고마움 받을 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는 걸.”
“그냥 이것저것 따뜻하게 해줘서.”
“리츠군 전혀 따뜻해 보이지 않는데.”
“...안즈 장난이 늘어나는데 누구의 영향인걸까.”
“..글쎄.”
“또 싱글벙글 웃고 있어.”
“따뜻하게 해줄까?”
안즈의 말에 잡아먹으려는 흉내를 내려던 리츠는 그 상태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리츠의 행동에 안즈는 늘 그래왔듯 그저 웃기만을 하다가 발톱을 흉내 내고 있던 리츠의 손을 잡고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어리둥절한 채로 안즈에게 이끌려 벤치에 앉은 리츠는 잠깐 뻥져 있다가 이내 곧 정신을 차리고서 안즈가 무엇을 하는가를 보려 행동을 눈으로 쫓았다. 행동의 의미를 밝히려던 눈은 들이밀어진 호일에 싸여진 정체불명의 물체로 더 물음표를 띄웠다.
“뭐야?”
“군고구마.”
말끔한 얼굴로 대답하는 안즈에 리츠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싸여진 크기나 모양 그리고 풍겨오는 냄새만으로도 군고구마 인건 당연하게 알 수 있었다. 왜 군고구마? 말로 뱉지 않아도 눈에서 전해져오는 물음에 안즈는 조심스럽게 호일을 벗기며 말했다. 가을이니까. 납득이 가면서도 가지 않는 대답이었다. 역시 안즈는 어딘가 엉뚱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리츠는 손에 든 호일을 까기 시작했다. 가스락 거리는 소리가 나면서 여린 단내가 더 퍼지기 시작했다. 아 다 됐다. 완성의 소리에 고개를 드니 안즈의 손에서 진한 노란색의 군고구마가 김을 모락모락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리츠군은? 마침 다 됐다. 리츠의 손에서 안즈와 비슷한 군고구마가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들려졌다. 건배? 잔 같으니까. 건배. 쨍하는 유리가 부딪히는 소리도 맥주가 조금 흘러 넘쳐 손이 진득거려지지도 않았지만 호일의 소리가 대신해주는 어엿한 군고구마 건배였다. 한 입 베어 먹는 순간 따뜻해지긴 따뜻해졌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그래서 왜 군고구마야?”
“가을이니까.”
왜 단풍이나 은행 지고 나면 낙엽 모아서 거기에다가 고구마를 굽고 그러는 게 가을이니까. 그러니까 군고구마. 아직 단풍 물도 안 들었는데? 낮에도 더워서 군고구마 같은 건 무리잖아. 무리니까 아직 팔기에는 이른 것 같더라. 어디서 가져왔는데? 궁도장에서 구웠어. 거기 무법지대니까 뭐든 괜찮을 것 같아서 뒷산에 가서 낙엽을 조금 모아다가 거기서.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서 고구마를 한 입 베어 먹는 안즈를 보다 리츠는 끝내 웃음이 터졌다. 밤에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떠들썩한 웃음이었다. 아까 생일파티에서 나이츠의 바보짓을 본 뒤의 웃음이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떠들썩한 밤의 즐거운 웃음. 안즈는 조금 승리의 주먹을 쥐었다. 혼자서도 저 웃음을 짓게 했다는 작은 안도감. 끝의 끝까지 웃음을 짓게 하고 싶었으니까. 한참을 웃던 리츠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살짝 쓸며 숨을 몰아쉬었다. 안즈는 리츠의 숨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리츠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밀크 티 마실래?”
군고구마에 밀크 티. 이상한 조합. 안즈도 오늘 따라 이상했다.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질문에 장난스런 말들에. 지금 표정 역시도 싱글벙글한 예의 그 표정이다. 웃기긴 했지만 뭔가 찜찜한. 안즈 뭘 꾸미고 있는 거야? 리츠의 말에 안즈는 고개를 좌우로 살래살래 저었다. 그러다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보고서는 리츠에게 물었다. 곧 하루 끝나는 거 알아? 아쉽지는 않아? 안즈의 물음에 리츠는 찬찬히 하루를 되짚었다. 아쉬워 많이 못 잔 게. 아침부터 시끄러웠고 낮에도 전혀 잠들지도 못했고 시끄럽게 축하받기도 하고 도망쳐서 잠자고 있었는데 안즈가 깨워서 모두를 끌고 와서 생일 축하 받았고 파티도 떠들썩하면서 축하받았고. 이야기 하며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루 내 다행이었다. 머리를 싸매 고민하고 떨려한 게 무색할 만큼.
“다행이다.”
“뭐가.”
“웃고 있어서.”
“..이상한 말.”
“밀크 티 마실래?”
응. 안즈는 옆에 놔둔 보온병을 열어 보온병 컵에 따른 밀크티를 리츠에게 내밀었다. 군고구마와 밀크 티 무슨 조합이야? 마법의 조합. 마법? 11시 59분사에서 낸 마법의 밀크 티 조합이야. 그런 메이커 처음 들어. 군고구마를 먹으며 밀크티를 11시 59분에 마시면 따뜻해지는 마법. 마지막 순간까지 웃어줬으면 해서 특별히 배워왔어. 이상해. 시험해 볼래? 지금 딱 11시 59분. 눈을 감고 한 모금. 눈을 감고 한 모금. 안즈. 왜? 안고 있으면 당연히 따뜻해지잖아? 밀크 티의 힘이야. 이상해 역시. 있지 리츠군 마지막까지 웃었어? 응.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리츠에게 생일을 축하하며 늘 네가 가는 길에 웃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생일의 마지막 1분 1초의 순간까지 웃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리츠야 생일 축하해
이렇게 말해도 늘 부족한 축하이기도 하고 부족한 글이기도 하고
그래도 어딘가에서 안즈와 같이 웃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보냅니다.
리츠야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생일이었기를.
*마지막까지 웃게 해준다는 건 꽤 어려운 일 같습니다.
안즈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는데
최선은 조금 희한한 느낌이여서 웃음이 그려지는 게 아닐까.
*좌절하면서 고민했지만 케이크라던가 마지막까지 웃게해준다던가 파티라던가는 역시 계절과 관계없는 것
계절감에 얾매이는 생일 선물 준비같은게 약간은 있는 것 같다.
겨울이면 당연하게 목도리라던가 스웨터 겨울용품 잔뜩 선물로 준비하게 되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
*11시 59분사에서 낸 밀크티.
꼭 11시59분에 마시면 소원이 마법이 이루어질지도.
*군고구마와 밀크티 꽤 잘 어울려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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