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읽기
비, 읽기 ∥ 雨, 読み
이케쇼지 시몬이 1938년에 발표한 시집. 대표적인 것으로 『비, 읽기』 , 『여우 시집』 , 『안개꽃』 , 『그친 뒤』 등이 실려 있다. 교과서에 필수로 실리는 작품. 학생들이 비, 읽기를 배울 즈음 언제나 장마 기간인지라 유난히 기억에 자주 남는 작품이라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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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대해 먼저 말하면 좋을까. 일단은 만난 소년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소년과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이였고 실은 아예 모르는 사이라고 말할 수도 있었다. 소년의 가장 친한 친구? 사실은 유일무이한 친구에 속하는 아이는 나와 매우 친했고. 아이의 푸념도 소년에 대한 것이 주 대부분이었기에 소년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처음에 들었던 소년에 대한 인상은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그 뒤에는 잠을 좋아하는 구나. 탄산음료 마니아. 부엉이. 잠만보. 피아노. 듣다보면 즐거워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물론 인상은 지금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게 소년의 전부가 아니란 건 알았다. 사실 첫인상은 예뻤다. 고 생각했다. 아이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연하게 본 모습이. 아이가 말해준 소년은 얼굴을 몰랐기에 그게 소년인지 알았던 것은 좀 뒤의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 때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학생회 일로 자료를 들고서 복도를 지나가는 중 열린 창문에서 살짝 바람이 불어와 가장 위에 있던 서류종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아차. 하고 옆에 한 구석에 들고 있던 자료더미를 내려놓고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주어오는 도중 다시 바람이 불었다. 창문 닫아야겠다. 싶어 열린 너머로 눈을 돌리자 바로 보이는 나무에 기대 잠든 사람이 보였다. 검은 머리카락. 하얗다. 무릎에 책? 아 교복. 학생이다. 넥타이는 없네. 잎으로 그늘이 만들어졌지만 촘촘하지 않은 그 틈 사이로 햇빛이 새들어와 머리카락이 반짝거렸다. 잠든 모습이 어딘가의 느긋한 가을이었다. 평화로워 보여서 어쩐지. 음 예뻤다. 살짝 넋을 놓고 본 것도 있었다.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같은 듯 다른 곳에 있는 작은 세계. 작은 세계와의 통로는 열어두기로 했다. 갈 길을 재촉해야 했다. 지금도 간혹 소년이 잠드는 것을 종종 보곤 하지만. 감상이 다른 건 현재는 그 작은 세계에 초대를 받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잠자는 모습을 스쳤던 풍문으로만 듣는 소년에게서 어찌 초대를 받았는가. 초대를 받은 계기는 의외의 곳에서 나온다.
학교에 자자한 소문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정도. 그 중 아홉 번째 소문. 이런 이야기가 있다. 죽은 사람이 생전 좋아했던 책을 2층 음악실 피아노 위에 올려뒀다가 집에 돌아갈 때 가지고 가면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피아노 소리를 따라 가면 고서당이 하나 나오는데 그 곳이 죽은 자들이 들리는 고서당이라 하더라. 책을 안고 고서당 문을 두드리면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살짝 허무맹랑한 소문. 허나 이것이 꽤 유행을 타는 모양인지라 허구한 날 2층 음악실 피아노 위에 책이 잔뜩 쌓여 있어. 학생회 측에 들어오는 민원이 상당했다. 학생회장 왈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보자 어차피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사실입증을 해야 대중들이 믿지 않겠니? 회장은 성격이 나쁘다. 물론 대놓고 말하진 못한다. 허나 그 외에도 학생회로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았으므로.
‘안즈?’
‘네?’
‘부탁할게.’
그런 이유로 2층 음악실. 아무 책이나 안아 들고 음악실 문을 열었더니. 아 언젠가 스쳤던 사람. 여전히 넥타이는 없었다. 책을 들고 있다? 소문에 이끌린 사람인가. 생각지도 못했는데. 저번이랑 인상이 꽤 틀렸다. 목소리의 투가 매우 불쾌를 띠고 있었다.
‘돌아가 줬으면 좋겠는데’
‘네?’
‘아~ 시끄럽단 말이야. 여기 오는 걸 관두던가 아니면 조용히 책만 놓고 가던가, 방해란 말이지 사람이 기분 좋게 자고 있는데, 매일매일 다들 질리지도 않고......’
말을 하면서 그제야 책을 피아노 의자 위에 올려놓고서 뒤를 돌아 눈이 마주쳤는데. 붉었다. 눈이 무척 붉었다. 루비처럼 맑고 선명한 붉은 색. 그리고 그 안에 소담한 자신이 보였는데 흔들거렸다. 자신이? 아니 작은 세계의 사람이 흔들거렸다. 눈이 낮게 뜨고 있던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커졌고 거친 파도처럼 일렁거렸다. 불쾌함은 누그러진 듯했다. 뒤로는 다른 게 올라오고 있는 것 같지만. 어쩐지 말이 없었다. 입을 먼저 열어야 했다.
‘..저기 일단 죄송해요 학생회 측에서 소문으로 인한 건을 해결해드리기 위해서 찾아왔습니다. 일단 회장께서 사실 입증을 하고 공지를 내리자고 하셔서 여타 학생들과 같이 불쾌하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뭐 됐어 쓸데없이 예 차리는 것도 불편하구, 여기 항상 인적이 드물어서 조용하니까 좋아하는 곳이라구? 내 잠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이쪽도 못되게 굴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아까 전보다는 편해 보였다. 안정을 되찾은 듯 느른한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아 어떻게든 될 것 같다. 말 그대로의 말이라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위험한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으면 다 맞았다. 조심히 다가가도 하품을 하며 지켜볼 뿐 피아노 의자 위에 책을 올려놓을 때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별 일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학생이었고, 졸려보였고, 작은 세계 사람이었으니까. 가까이에서 마주보니 더 그랬다. 단 내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인사를 꾸벅 하고서 조용히 음악실을 나갈 적에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전하는 말인지 흘리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이쪽으로 가지고 와도 의미 없는데 말이지 제대로 존재하고 있는데 심령현상인 마냥 귀신의 집 취급도 곤란한데 충고 따라 간판도 제대로 달았구 말이지 비 읽기? 인가 아무것도 없지는 않은 것 같네 생각보다 제대로 된 물건인 것 같구 뭐 아예 성과가 없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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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이 있었는데 마오군 듣고 있어?’
‘...어,어어! 미안! 무슨 이야기 하고 있었지?’
여기도 상태가 이상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더니 이야기를 하자마자 눈에 띄게 놀라질 않나. 5번째 무슨 이야기인지 되묻질 않나. 명백하게 수상했다. 마오는 거짓말에는 그리 익숙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애초에 거짓말을 칠 일이라곤 있을까. 해봐야 야한 잡지를 숨기거나 할 때 정도 쓰지 않을까. 확실하게 물어보는 게 이야기 진전에 좋았다. 마침 흘린 말이 신경 쓰이기도 했고 마오가 그와 아는 사이라면 좀 더 일이 진행 될 수 있을 터였다. 이 상태로 회장에게 가도. 분명 찜찜하기 그지없는 환한 미소를 정면에서 받아야 했다. 안즈는 그것만은 사양이었다.
‘아는 사람이야?’
‘..아마 안즈도 아는 사람일지도.’
한참 말이 없다가 집요하게 바라보는 안즈의 눈에 마오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말하기 전에 한숨을 쉬는 건 꼭 잊지 않았다. 마오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안즈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오도 나도 아는 사람. 특정하게 줄일 수가 없었다. 둘 다 학생회여서 그렇기도 했지만 교내에서 이것저것 일거리를 맡아서 하다 보니 둘 만큼 발이 넓은 사람도 없었다. 범위는 학교 전체로 여전히 넓었다.
‘범위가 너무 넓어.’
‘2학년.’
‘많이 줄었네.’
‘어느 반 학생.’
‘하나도 줄지 않았어.’
멋쩍게 웃고 있다. 곤란한 얼굴이었다. 마오 특유의. 이렇게 까지 알려주기 싫어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그것도 일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알려주면 곤란해?’
‘..곤란하지는 않지.’
‘무슨 이유인데?’
‘...개인적인 욕심?’
‘불안해?’
‘..조금?’
쓰게 웃었다. 마오는. 어렴풋하게 알 것도 같으면서도 모른 척 하고 싶어서 안즈는 그냥 모른 채로 두기로 했다. 어렴풋하게 알 것 같다는 건 결국 명확하게는 모른다는 말이었다. 혼란스러워지고 싶지는 않았다. 불안함 또한 만들기는 그랬다. 넘어가는 게 좋았다.
‘혼자 찾아볼까?’
‘..아니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고서당 알고 있어?’
늘 그렇듯 웃는 건 무언의 긍정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내는 말이라.
‘언제 시간이 될까?’
‘안즈가 괜찮을 때.’
‘그럼 내일 당장이라도 괜찮아.’
‘빠르네.’
‘괜찮을까?’
‘아마도? 안즈도 아는 사람이니까.’
‘실은 본 기억이 전혀 없는데 아는 사람은 아니었어.’
괜찮아 안즈도 잘 아는 사람 일 테니까. 영문 모를 말을 하면서 마오는 안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안정감을 찾으려는 행동이었다. 못하게 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안즈는 가만히 있기로 했다. 평소와는 반대였다. 보들보들 하지 않지만 내려앉는 머리카락은 꽤 괜찮았다. 문득 손에 잡혀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손을 뻗어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로의 머리에 손을 뻗어 있는 이상한 양상이 되어서 둘 다 무심코 웃음이 터졌다. 한참의 실랑이 끝에 마오가 져주고 책상에 엎드렸다. 안즈는 편하게 붉지만은 않은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내일 비 온대.’
‘우산 챙겨야겠네.’
‘선도 서는데.’
‘걸리지 않게 잘 챙겨야겠다.’
‘응 우산 잊지 마.’
그 사람 머리도 부드러워 보였다. 쓰다듬고 싶었는데. 쉽게 손끝에서 빠져나갈 것 같아. 내일 비, 읽기 배운다고 했었던 것 같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책AU 같은 느낌입니다만 어떻게 보여질지는 모르겠습니다
약간의 일상적이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글이 될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갑니다
이 안에서의 리츠 그리고 안즈 또 우리의 마오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무언가의 미련은 책에 고스란히 남고 그것을 읽을 줄 안다면 전해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보다는 더 먼적에는 책이 굉장히 예뻤을 듯 합니다 마음을 함께 담아 보내는 은연한 사랑일까요
저자가 남지 않는 어떠한 책 역시도 그런 형태 일 듯 합니다.
그런 책과 마음을 위해서.
마음이 읽히지 못하면 그 역시 읽히지 않은 책이므로.
읽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편이 될 예정입니다 뒤에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완결이 진행될 것 같지만
열린 결말 적인 느낌.. 혹은 더 풀지 못한 것이 많을 정도로 완결을 낼 생각입니다.
제 나름으로는 1, 2부 나누고 싶지만 텀이 길것 같고
뭐 정도로 책 읽는 것 처럼
천천히 책장이 넘어갈 듯 하지 그와 같은 속도로 느긋하게 봐주십사 합니다.
일단 올리는 제 문제 겠지만 책 읽는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올릴까 합니다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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