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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레이] 비밀은 그녀를 아름답게 만든다




[리츠안즈레이] 비밀은 그녀를 아름답게 한다.


*안즈른 백업계 6000팔로 기념 . 불륜물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레이 해석 주의




W.포근




평범하게 행복하지 않다. 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살면서 매일 행복할 수가 있냐. 커다란 집에 모든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에. 항간에서 가십거리로 꺼내는 말대로 복에 겹구나 싶으면서도. 평범하게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았다. 집에 가만히 있다가 든 생각이었다. 소소하게 일상의 무엇 한 조각이라도 작게 행복을 느껴야 하는데 조금도 아주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맛있는 걸 먹으면서 재밌는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일상적인 그 어느 무엇도 행복하지가 않았다. 심지어 기쁘지도 않았다. 살아있는데도 어째서인지 죽어 있는듯했다. 죽지 못해 살아간다. 그 말이 딱 맞았다.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마음이 죽어가고 있었다. 지독하게 외로웠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큰 집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 있는 게 마치 감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형수와 다름없다고 안즈는 생각했다. 이따금 안즈는 생각에 잠겨 작게 쓴 미소를 지었다. 떠오른 어린 추억들은 즐거웠다. 아이돌에 대해 처음 공부하고 의상을 디자인해서 만들어보고 공연을 기획해보기도 하는 둥 새로 접하는 어렵지만 신기하고 반짝거리는 나날들. 바쁘게 뛰어다니면서 쉴 틈도 쉬는 것도 잊을 만큼 많은 것들이 벅차올랐다. 더 잘하고 싶었고 더 능숙해지고 싶었고 더 빛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그들이 반짝거리는 순간들을 지켜보며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면 위로 보낸 게 무색할 만큼 금세 아래로 내려와 손을 잡고서 같이 계단을 달려가던 울 것 같던 순간들. 안즈의 가장 예쁜 추억이었다. 허나 추억도 그리 오래갈 수 없었다. 안즈의 입가에 머물던 미소는 그렇게 작게 웃다 금방 밑으로 떨어져 울어댔다. 그리워할 수 없었다. 그리움만 커질 뿐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별의 옆에 설 수도 설 자리도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게 다 그리움 가득한 미련 덩어리에 불과했다. 소리 하나 없이 숨죽여 참아가며 울었다. 소리라도 꺽꺽 내며 울다 울음에 쉰 목소리가 그 사람을 미안하게 만들까 봐서 뚝뚝 눈물을 흘리다 붉게 번진 눈가나 튼 볼이 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칠까 봐서. 의식하고 그러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안즈는 그렇게 울었다. 울어대다 닦으려 떠진 눈에는 늘 족쇄같이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게 원망스러웠다면 원망스러웠다. 바라던 반짝임은 이런 보석이 아니었는데. 곧게 앉아있으면서도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끔찍한 느낌. 안즈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었을 거다. 분명 어느 순간들은 행복했을 텐데 기뻐했을 텐데 사랑했을 텐데. 속에서 작게 숨 쉬고 있는 이 생명 때문인가. 급격한 마음의 변화인가 알 수 없었다. 딱 한 가지만 알 수 있었다. 안즈에게는 사람이, 사랑이 필요했다. 알람이 울렸다. 별이 길을 만드는 노래였다. 안즈가 사랑한 노래이기도 했다. 벨 소리도 알람 소리도 이것마저도 바꾸면 남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신곡들이 나온 지도 오래되었지만 여전하게도 그때의 노래였다. 안즈는 눈물을 닦아내며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자 다리를 흔들거리며 고개를 숙이고서 작게 흥얼거렸다. 알림이 꺼졌다 두어 번 정도 노래가 다시 반복 될 때까지 흥얼거림은 계속됐다. 한참 후에서야 안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케줄이 끝나고 돌아오기까지 3시간 정도 남짓이었다. 밀린 집안일도 결국 붉게 자국이 남은 얼굴도 말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리츠군 이요? 씻고 나와 식탁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레이의 말에 안즈는 하던 걸 멈추고서 뒤를 돌아보았다.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있었다. 잔이 비워질 때까지 안즈는 차분히 기다렸다. 물이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어올랐다. 식탁 위에 잔을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안즈는 가스 불을 조금 줄였다. 졸업하고서 스위츠 공부한다고 유학 갔지 않는가. 레이의 말에 안즈는 졸업식을 떠올렸다.

 

모두 다 같이 또 반끼리 찍고 나서 안즈는 일일이 한명 한명과의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이때부터 자신에게는 이들과의 미래는 없었기에 안즈는 한 명 한 명과 예쁘게 카메라 안에 채워나갔다. 대강 다 찍은 것 같아 서서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남은 건 리츠뿐이었다. 부러 피한 것도 만나지 않으려 했던 것도 서로 아니었다. 그저 운동장과 강당을 거쳐 이리저리 살펴도 리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뿐. 안즈는 곰곰이 생각하다 가든 테라스로 향했다. 거기가 제일 잠들기 좋은 곳이었으니까. 졸업식이라고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어김없이 자고 있겠지 하며 들어선 테라스에서 리츠는 차를 내리고 있었다. 드문 광경이었다. 조심스럽게 잔에 차를 따르는 모습이 예뻐 찍어놓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들어 초점을 맞춰 찍었다. 쪼르륵 차를 따르는 소리에 이질적인 카메라의 소리도 같이 잔에 따라졌다. 소리에 리츠가 고개를 들었다. 안즈. 살짝 놀란 얼굴이었다. 연기였다. 저 먼발치에서 걸어올 때부터 알고 있었으면서도. 못 알아 챈 것처럼. 자신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게 기다려줬으면서도. 아닌 것처럼 다정한 거짓말이었다. 마실래? 눈이 사라지게 살포시 웃었는데 어쩐지 마음이 찡하고 울렸다. 졸업이라 그런가. 내심 슬픈 걸지도 모른다. 자신도. 리츠도. 안즈는 제 앞에 놓인 잔을 매만지며 말했다.

 

이제 새로운 나이츠로서 다시 시작이네.’

아이돌 안 할 건데.’

 

? 안즈는 잔을 매만지던 손을 떼고서 감싸 쥐었다. 불안한 듯 손이 떨려왔다. 리츠를 쳐다봤다. 커다란 걸 말한 것 치고는 평화로워 보였다.

 

공부하러 유학 갈 거야.’

 

그러니까 미안 안즈 결혼식은 못 보겠다. 이 말이 그렇게도 불안했다. 자신이 생각하던 미래가 조금씩 달라지는 게. 그렇게도 안즈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졸업식으로 심란한 마음이 더 뭉개졌다. 겨우겨우 참고 있었는데. 결국, 찻잔 위로 눈물이 톡 떨어졌다. 그런 안즈의 머리 위로 손이 하나 얹어졌다. 손은 다정하게 상냥하게 안즈를 쓰다듬고 다독였다. 평소라면 자신이 리츠에게 했을 일이었다. 리츠는 필요한 걸 알았던 걸지도 몰랐다. 안즈는 다정한 위로를 받으며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소리를 내면서 손바닥 가득 눈물을 떨구며 펑펑 울었다.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었기도. 누군가 알아줬으면 바랐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은 실은 모든 게 불안하다고 무섭다고 버티지 못할 것이라 말하고 싶었다. 원하지 않았던 미래라고. 사랑했지만 사랑이었지만 자신을 별을 잃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고. 울고 있는 사이에는 작은 고백이 있었다. 울음에 잠겨 듣지 못할 정도로 낮은 중얼거림. 떠나가는 와중에도 놓지 못하던 사랑이었다. 정말 비가 그치지 않네.

 

그럼 앞으로 2층에서 리츠군이 사는 거네요. 그런 셈이지 유학 동안 연락이 전혀 닿질 않았네만. 다시 마음을 열려고 그러는 건지. 그런 뜻이라면 좋을 테만. 어쩐지 기뻐 보였다. 그야 그럴 만도 했다. 사랑해 마지않는 동생이다. 그럼 자신은? 기쁜가? 조금은 덜 외로울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은 했다. 어째서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그저 그랬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특별히 기쁘지도 슬프지도. 허나 조금 옛날이 더 그리워 질 것 같긴 했다.

 



-

 


리츠가 들어오기로 한 날. 낮잠을 자다 일어난 안즈는 의문 속에서 거실 소파에서 담요를 덮고 잠들어 있는 리츠를 멀뚱거리며 쳐다봤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전과 다름없는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에 햇빛이 닿지 않는 선에서 햇볕이 따뜻하게 감싸 안는 곳에서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고양이처럼 잠을 자는 것 까지. 잊지 못할 사랑하는 전경. 따갑지 않게 들어오는 햇살과 홍차의 향이 가득했던 가든 테라스. 무릎 위에서 잠들던 리츠. 조용하고 아늑했던 시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주저앉아 내려가는 일련의 과정이 그렇게 불편했음에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던 건 붙잡지 못할 것에 대한 어리석음 미련스러움이 아파서 서 있을 수가 없어서였다. 소파에 손을 짚고 입을 막고서 고개를 숙여 눈물을 떨궜다. 괜찮아질 즘에 늘 이랬다. 자꾸 예전이 떠올라 자신을 들쑤셨다. 소리 없는 울음은 봄에 먹힌 비명과도 같아서 안즈는 매번 비명을 삼켜댔다. 꾸역꾸역 눈물을 참아내 갈 무렵에 안즈 위로 담요가 덮어졌다. 연한 단내와 홍차 향이 났다. 나른한 다정한 목소리였다.

 

안즈.”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일어나서 자신 앞에 있는지 모를 리츠가 있었다.

 

왜 울고 있어.”

 

그냥. 단지 그것밖에 할 말이 없었다.

 

있지 안즈 괜찮지 않아도 돼.”

 

마지막 봤을 때처럼 해준 것처럼 예쁘고 길게 뻗은 손으로 머리를 토닥여 줬다. 그게 뭐라고 자꾸 더 눈물이 났다. 오래간만에 본 리츠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못 하고서 마법 같은 다정한 말에 결혼한 뒤로 처음으로 소리 내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 많이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그 사람도 말해주지 않았기에. 한참을 죽은 것처럼 울다 겨우 만난 그리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말해주어서 마음이 파도처럼 움직였다. 괜찮지가 않아요. 너무 괜찮지가 않아서 파도에 휩쓸려 갈 것만 같아요. 바다에 고래에 잡아먹힐 것만 같아요.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눈물에 가로막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울음소리만 가득했다. 안즈는 사람이었다. 내버려두고 눈에 보이면 들어오면 사랑을 주는 인형이 아니었다.

 

 


-

 

 

한 개도 안 샀어? 사러 갈래? 식탁에 조용히 앉아 있는 안즈에게 건넨 말이었다. 리츠는 흔들던 프라이팬을 다시 화구에 올려놓으며 안즈를 잠깐 돌아봤다.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맨 처음과 비교해서는 덜 신기한 표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즈는 리츠가 요리하는 순간을 늘 반짝거리며 쳐다봤다. 안즈의 딴에서는 꽤 신기한 일이긴 했다. 귀찮음을 무릎 쓰고서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리츠. 어딘가 신기하면서 나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자신만 서 있던 주방의 화구 앞에서 다른 사람이 요리해주는 음식을 먹은 게 꽤 오래전 일이었다. 외식도 바빠서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 밥이 앞에 놓이고 숟가락 젓가락이 놓이고 안즈가 만들어뒀던 반찬들 리츠가 새로 만든 반찬들. 앞에서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은 것도 최근의 리츠와의 식사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지 여전히 낯설긴 했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건 어딘가 뭉클했다. 메인으로 요리한 돼지고기 볶음이 앞에 놓이고 리츠가 앞에서 손을 휘적거리자 안즈는 회상에서 깼다. 줄곧 리츠만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저기 안즈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유학하는 동안 뭘 먹고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말 안 했는데.”

얼굴에 쓰여있거든.”

 

리츠군이 요리를 하다니? 라는 굉장히 실례인 표정. 리츠의 말에 안즈는 얼굴을 손으로 매만졌다. 됐어. 그래서 사러 갈래? 안즈는 들려던 숟가락을 내려놨다.

 

“..별로 가고 싶지 않아.”

예정일 가까워지지 않아?”

 

리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냉장고 옆에 붙은 달력을 쳐다봤다. 빨갛게 동그라미 쳐진 날짜를 안즈는 외면하고 싶었다. 여러 감정의 소용돌이에 쌓여있는 안즈는 이 와중에 아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자신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라도. 그렇기엔 그 사람은 늘 바빴다. 아이는 무슨 자신이 임신한 걸 인식하고 있긴 할까. 아기가 생기면 저절로 모성애가 생겨난다고 들었는데. 모성애는커녕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사랑스러움? 고마움? 감정이 있더라도 부정에 가까웠다. 영양제 비타민은 쌓여 있을 뿐 개봉도 해보지 않았다. 밥도 늘 거르기 일쑤에 산부인과도 갈까 말까를 고민해가며 안간 횟수가 늘어갔다. 아기 옷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 궁금하지도 건강한지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냥 무거운 짐에 가까웠다. 그래서 말도 나쁘게 나왔다.

 

리츠군 아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신경 써.”

 

안즈의 손에 숟가락을 쥐어주려 손을 뻗던 리츠는 잠시 멈췄다. 피곤해 보인다고 지쳐 보인다고 생각했다. 날카롭게 자신을 쳐다보는 안즈와 눈을 맞추다 하려던 걸 계속하기로 했다. 손에 힘이 없어 몇 번이고 숟가락을 쥐게 하는 게 어려워 몇 번의 시도를 거치고 난 후에야 안즈가 숟가락을 쥐었다. 그제야 리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안즈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아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게 음식이 차갑게 식어가는 듯했다. 들려던 젓가락을 도로 내려놓고 리츠는 다시 안즈와 눈을 맞췄다.

 

안즈 아이니까.”

 

결국 바닥에 쨍 하는 소리가 났다. 숟가락이 떨어졌다. 뭐가 고장 났는지 모르겠다. 안즈는 또다시 울고 싶어졌다. 그렇게 생각해본지가 언제였는지 애초에 그렇게 생각하긴 했었는지 소중했을 때가 있긴 했었나? 늘 두려웠던 기억만 남아 있었다. 내 아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있었을까. 아이의 엄마조차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어째서. 어째서일까. 울음이 가득한 물기 있는 목소리로 물어야 했다. 입을 열려는 찰나 또 였다. 반대였는데. 최근 들어서 이 손길에 늘 울어버렸다. 애정 어린 손길에는 사람은 금세 무너져버린다는 걸. 정말로 무슨 마음인지 알고 있는 건지. 그래서 늘 듣고 싶은 말만을 해주는 건지 몰랐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믿음은 리츠의 입에서 계속 현실이 되어갔다.

 

그냥 안즈 아이니까.”

 

좋아해. 좋아해 주고 싶어. 아이도 안즈의 일부분이니까. 안즈를 닮을 테니까.

 

“..전혀 안 닮아도?”

그래도.”

 

안즈의 아이니까. 좋아해.

 



-

 


지금부터라도 잘 드셔야 해요 그래도 다행히 큰 이상은 없으니까 안심하셔도.. 그나저나 진작 남편분이랑 오시지 다정한 남편분이시네요. 게다가 산모분 전에 비해 얼굴이 편해 보이셔서 다행이네요.”

 

남편은 아니었지만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 그 사람보다는. 실례인 생각이었다. 말을 들은 순간 비밀유지는 잘되어서 그것 하나는 그 사람에게 고마웠을지도 모르겠다. 그것보다는 편해 보인다? 안즈는 정말 오랜만에 거울을 한번 보고 싶었다. 전의 얼굴은 어땠지? 기억했던 얼굴은 그 사람 옆에 있기엔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색이 흐려지고 거칠었다. 괜찮을까 싶었을 정도로 거울 속의 여자는 황야에서 홀로 죽어가는 듯했다. 애써 웃어 보여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웃는 걸까 우는 걸까를 자신도 몰랐다. 언젠가 그림 속에서 홀로 죽어가던 여인과 다를 게 무얼까. 얼굴 위로 먹구름이 가득했다. 비가 늘 내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거울의 앞에서 안즈는 아름답지도 평범하지도 못했다. 얼굴을 감싸 쥔 손 틈 사이로 마음이 자꾸 새어 나갔다. 안즈는 진료가 끝나고서 나가는 길에도 자꾸 입에서 맴돌았다. 편해 보인다. 편해 보인다. 어떻게 차로 왔는지도 기억이 없었다. 리츠가 말을 걸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리츠군.”

.”

나 편해 보여?”

 

묻는 얼굴이 조금 불안해 보였다. 리츠가 입을 떼려는 찰나 적막을 깨는 벨 소리가 울렸다.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이 없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을 보니 오랜만에 남편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였다. 통화기록에도 몇 번 없는 참 드문 사람의 전화였다. 한참 촬영시간 일 텐데 왜 전화했지 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는데 몸은 머리보다 빨리 굳어버렸다. 안즈는 레이에게서 오는 전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전화의 내용은 늦는다거나 하는 게 주였기 때문에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소음을 듣기가 싫었지만, 전화도 받기 싫었다. 안즈는 한숨을 쉬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그렇게 긴 통화는 아니었다. 산부인과에 갔으니 형식상의 안부 전화 겸 늦는다는 전화였다.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애정의 말이 들려왔다. 들어만 보면 애틋함이 그렇게 가득하고 다정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늘 이럴 거면서 애틋하게 굴지나 말지. 통화가 끝나고 리츠가 한마디를 했다. 안즈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었다.

 

지금은 안 편해 보여.”

 

안즈는 달리는 차 안에서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앵무새가 반복적으로 들은 말을 외워서 말하는 것 같았다. 지겹고 지겨웠다.

 



-

 


케이크 먹고 싶다.”

 

들어가면 만들어 줄까? 폰 너머로 들려오는 리츠의 말에 발을 조금 동동거리고 싶었다. 늘 먹고서 토해버리기 일쑤여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던 안즈에게 오래간만에 먹고 싶은 게 생겼는데 먹을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혼자 사러 가긴 몸이 무거웠고 그 사람은 늘 그럴 수 없었으니. 안 먹는 일이 많았는데 리츠가 온 뒤로는 안즈는 조금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먹긴 했다. 그것만으로도 큰일이었다. 그것 말고도 발을 동동거리고 싶은 이유는 꽤 있었다. 통화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기계 너머로도 사랑스러운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안즈는 꽤 기뻤다. 좀 더 많은 말이 하고 싶었다. 아기가 발을 찬 게 너무 신기했다거나 밤에 자주 태동이 오는 걸 보면 리츠처럼 낮에 자는 것 같다던가 자신이 먹고 싶은지 아기가 먹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거나 트릭스타 노래를 틀어놓으면 기쁜 듯이 발은 차서 기뻤다거나 하는 이야기들. 배를 쓰다듬는 시간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고 리츠에게 말하고 싶었다.

 

“[안즈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오면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참을래. 그런 생각을 하는 것으로도 기쁘다. 리츠군 가게 얼마나 완성되어 가는지도 궁금하고 케이크 만들면서 이야기하면 되겠다. 목소리에 즐거움이 담겼다. 리츠의 빨리 가겠다는 말을 끝으로 통화가 끝나자 안즈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오기 전에 재료를 미리 준비해두는 게 좋겠다. 라고 생각해 소파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다시 핸드폰이 울렸다. 다시 리츠인가 했더니 그 사람이었다. 정말 이른 시간이었다. 절대 전화 올 것 같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싶어 받아보니 없던 일이긴 했다. 핸드폰을 들고서 안방으로 가보니 탁상에 있는 대본이 보였다. 여기서 거기까지 30분 정도니까 자신이 걸어서 가면 좀 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츠가 올 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걸렸고 급해 보이긴 했다. 안즈는 옷을 걸쳐 입으며 배를 쓰다듬었다. 아빠 만나러 다녀올까 아가야. 문을 열고 나서는데 햇살이 너무 눈부셨다. 어지러움이 일었지만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며 걸음을 뗐다. 얼마쯤 걸었을까. 전보다 걷기가 더 힘든 걸 보면 몸이 많이 무거워진 것 같았다. 괜찮아 질 줄 알았던 어지러움이 점점 심해졌다. 해가 너무 눈부셨고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았다. 쓰러질 것 같다고 생각한 찰나 몸이 뜨는 걸 느꼈다. 기억이 끊어졌다.

 



-

 


멍하니 앉아있었다. 병실에 얼마나 있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눈을 떠보니 병원의 병실이었고 안즈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들어오고 의사가 들어와 이야기했다. 자신은 그렇게 크게 다친 건 아니라 했다. 아이는. 말을 줄이며 의사는 그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의사가 떠나고 나서 안즈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기를 반복하며 멍하니 있었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굳이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 잠시 있다 드르륵 소리를 내면서 문이 열렸다. 그 사람이 아니었다. 닮았지만 그 사람이 아닌 리츠였다.

 

레이 씨는?”

 

안즈의 물음에 리츠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레이가 연락이 안 돼서 자신에게 연락이 온 것도 자신이 현재 안즈의 보호자인 것도 입원 절차를 자신이 밟은 것도 아직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것도 단 한 가지도 말할 수 없었다. 무언가 하나라도 말하면 무너질 게 분명했다. 리츠의 모습에 안즈는 쓰게 웃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았다. 그렇게 의미 없는 침묵의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 다시 한 번 병실의 문이 열렸다. 돌아본 안즈는 아 하는 탄식을 냈다.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봐야 할 것 같았는데 마음이 차분해졌다. 당신은 어떻게 말을 할까. 뭐라 말을 해줄까. 기다렸다. 기다리고 기다렸다. 다시 한 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안즈는 먼저 웃었다.

 

괜찮아요.”

 

웃으며 말을 끝마쳐야 했다. 저는 괜찮아요. 다시 가봐야 하는 거죠? 대본 여기 있어요.

 

아가씨 미안하네.”

 

먼저 말하고 싶지 않았다. 괜찮지도 않았다. 매니저에게 연락하며 나가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안심했으면 했지만 알아주기를 얼마나 바라며 웃었는지 당신은 끝까지 알지 못했다. 정말 괜찮지 않은 걸 알았음에도 괜찮다고 말해주길 기다리며 괜찮다고 믿고 나가는 모습 같은 걸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는지.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고. 미안하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뭐가 당신은 그렇게 미안할까. 미안한 채로 늘 떠나는데. 미안해하면서도 늘 남기고 가는데. 이런 마음이 가득한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가는 당신에게 괜찮아요 를 말하는 자신도 너무나 초라했다. 그저. 같이 슬퍼해 줬으면 했는데. 당신께 바란 건 단지 그거 하나였는데. 늦게 온 것도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같이 울어줬으면 좋겠다고 당신이 들어오는 순간 얼마나 생각했는데. 매정하게도 당신은 뒤를 돌아봐 주지도 않았다. 레이가 간 뒤로도 꽤 긴 정적이 이어졌다. 안즈도 리츠도 아무 말이 없었다. 꽤 긴 시간이 흘러서야 리츠가 안즈 옆에 앉았다. 단지 이름을 부르고 돌아보는데 눈물이 났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여기저기 붙어 엉망에 옷도 구겨져 있는 채로 군데군데 더러워져 있었다. 얼굴에는 말라버린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초조하고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리츠는 안즈를 걱정했다. 잠긴 목소리로 안즈는 물었다.

 

“..왜 이렇게 엉망이야.”

“..무서웠어. 안즈가 어떻게 될까봐. 아기가 어떻게 될까 봐. 받자마자 달려왔는데 너무 늦은 거 같아서 병원을 한참을 돌아다녔는데 보이지 않아서 겨우겨우 찾았는데..”

 

의사가 말도 안 되는 말을 해서. 리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말라 있던 눈물이 다시 떨어질 듯이 괴로워했다. 안즈는 손을 뻗어 리츠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어루만지고 만지다가 울음이 터졌다. 이 사람 앞에서는 울어도 말을 해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말했더니 참아왔던 눈물이 떨어졌다.

 

“...리츠군 나 괜찮지가 않아.”

 

나 괜찮지가 않아요. 이제. 이제 겨우 아기를 사랑하게 됐는데.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편해졌었는데. 만날 날을 기다렸는데. 괜찮다고 했는데. 웃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나는 괜찮은데. 적어도 아이만은 생각해줬으면 했는데. 가버렸어. 늦게 온 것도 연락이 안 닿은 것도 다 괜찮았는데. 바빠서 어쩔 수 없는 걸까. 나도 아이도. 그렇게 그 사람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 눈에 닿지 않는 순간 외면하는 물건이 되어버린 걸까. 아기도 살아있었어. 살아 있는 생명이었어. 그 사람의 아기였어. 나의 아기였어. 말을 하고 나니 눈물이 더 났다. 앞이 눈물로 흐릿해져서 리츠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말을 하려는데 눈물이 차올라서 제대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리츠는 처음으로 안즈를 안아주었다.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지 않은 채로 있어도 된다고 너무 소중한 아이였다고. 자신도 만날 날을 너무 기대했다고. 그러니까 괴롭게 말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냥 울어도 된다고. 어깨가 등이 눈물로 젖어갔다. 우는 나를 안아주는 당신께 고마웠다. 나와 같이 슬퍼 해주는 당신 때문에 더 눈물이 났다. 나의 아이라고 나보다도 잃은 슬픔에 괴로워해 주는 당신이 의지였다. 울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울지 않으려 괜찮아 해주는 당신이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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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즈는 퇴원하는 날 처음으로 반지를 손에서 뺐다. 아무것도 끼워져 있지 않은 손은 낯설고 어색했는데 홀가분했다. 병실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손을 비춰보니 색 그대로 예쁜 게 괜찮았다. 이리저리 돌려가며 비춰보고 있을 때쯤 그 위로 더 큰 손이 겹쳐졌다. 길고 쭉 뻗은 예쁜 손. 리츠였다. 안즈는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그에 답하듯 리츠 역시 안즈의 손을 빠지지 않게 놓지 않았다.

 

안즈 놓으면 안 돼.”

괜찮겠어?”

난 늘 안즈였어.”

 

그때도. 지금도. 늘 그랬어. 바라봐주는 눈은 흔들림이 없다. 안즈는 환하게 웃어보였다. 병실을 나서는 모습이 한결 가볍고 편해 보였다. 기분 좋게 마주 잡은 두 손이 흔들렸다.

 

앞으로 배우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다.”

전에 말했지 않아안즈는 꽤 장래성이 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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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드라마에서 그랬다. 바람을 피우게 된다면 지출이 변한다고. 당시의 안즈는 공감을 못 하는 드라마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생필품에서 사치품들로 조금씩이지만 달라졌다. 텅 비어있던 화장대에는 여러 화장품이 새로 들어찼고 옷장도 태그를 아직 떼지 못한 옷이 몇 벌 걸려 있었다. 안즈는 자연스레 얼굴을 자주 살폈다. 사랑하는 여자는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었다. 어떤 모습을 좋아해 준다 하든 예뻐 보이게 싶은 게 마음이었다. 한참 나갈 준비를 할 무렵. 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던 안즈는 별생각 없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데이트요?”

 

난생처음인 일이었다. 일찍 끝난다고 간만에 데이트하자니 일생 있지도 않는 일이었다. 무슨 일로. 어째서. . 안즈는 알 수 없었다. 조금은 혼란스럽기도 했다. 미안해서? 무엇이 걸려서? 지난 지도 꽤 된 일이다. 이제 와서 이러는 것도 참 우스운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있던 일이 생각났다. 오후부터 스케줄이 있어 자신이 먼저 나가야 했을 때 나가는 자신을 가만히 지켜보던 레이가 그런 말을 했다. 아름다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안즈는 바삐 움직이던 와중에도 그런 말을 꺼낸 레이를 쳐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그는 씁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날 이후로 어쩐지 레이는 밤마다 안즈를 유혹해왔다. 첫날은 마지못해 관계를 가졌다. 안즈는 레이가 잠들고 나서 급히 2층의 화장실로 달려갔다. 문을 잠그고 샤워기 물을 틀었다. 자꾸 무언가가 올라왔다. 저녁에 먹은 것들이 안즈는 한참을 게워냈다. 역겹고 더러운 기분이 몸에서 가시질 않아 연실 토가 나왔다. 먹은 걸 다 게워내고서도 위액만 남았는데도 자꾸 역겨움이 올라왔다. 몸 안에 들어찬 이질감도 끔찍했다. 손길이 닿은 곳마다 두려움이 피어올랐다. 어떻게든 벗겨내지 않으면 안 됐다. 안즈는 눈에 보이는 거로 아무거나 집어 들고서 몸을 문대기 시작했다. 문대지지 않으면 때렸다. 벗겨지라고 떨어지라고. 여전히 그 사람의 손이 잡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잡힌 곳곳마다 썩어들어 가고 악취가 피어오르는 듯했다. 아무리 씻고 씻어도 떨어지지가 깨끗해지지 않는 듯했다. 물속에서 안즈는 몸을 끌어안고 울었다. 얼굴을 보는 것도 같은 곳에서 잠드는 것도 괜찮은 척하는 것도 그렇게 힘겹고 괴로워하며 참아냈지만, 이것만큼은 괜찮게 있을 수가 없었다. 사라져간 내 아이가 아프게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당신이 싫었다. 당신이 괴로웠으면 좋겠다. 당신이 비참했으면 좋겠다. 한참을 물속에서 소리 없이 울던 안즈는 빨갛게 부어오른 피부에서 피가 나와 바닥에 잔뜩 고이자 그제야 일어섰다. 괜찮은 척을 또 해야 했다. 물과 피가 섞여서 뚝뚝 흐르는 채로 나오자 문 앞에 리츠가 있었다. 보자마자 멈췄던 눈물이 다시 글썽거렸다. 리츠가 팔을 벌리자 안즈는 천천히 걸어서 품 안으로 들어갔다.

 

‘...옷 젖잖아.’

별로 안 중요해.’

아파.’

혼자서 견디는 것도 좋은데 기대주면 좋겠어.’

 

그러라고 옆에 있으니까.

 

안될 것 같아요. 오늘 가게 늦게까지 있어야 해서.”

 

레이는 안즈의 말에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작지만. 조금이겠지만. 이 거절이 당신에게 상처가 됐으면 좋겠어요. 전화가 끊기자마자 리츠에게서 문자가 왔다.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준비를 서둘러야 했다. 달콤한 케이크도. 사랑스러운 연인도. 봐도 늘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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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끊어진 통화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이런 기분이 드는지도 알 수 없었다. 자신과 함께 지내는 모든 시간에는 시종일관 시들어버린 말라 낙엽이 되어버린 가을처럼 굴더니. 지금은 봄처럼 산들 하게 피어나서 자신을 이렇게 흔들어 놓는지 모를 일이었다. 지나다니는 순간마다 꽃이 피어나 향이 퍼졌다. 달콤한 냄새가 자꾸 코에 머물러 몇 번이고 안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야 했다. 자신의 아내는 이제야 아름다워지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레이는 몇 번이고 안즈에게 향하는 눈길을 억지로 떼고서 집을 나서야 했다. 그런 반면에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어째서 전에는 그렇게 웃어주지 않았는지. 다른 어떤 것보다 그게 불쾌했다. 그게 이렇게 밑바닥 같은 비참함을 불러왔다. 왜 나로 인해서 너는 아름답지 않은가. 무엇이 너를 아름답게 했지? 너를 아름답게 하는 이유가 다른 이유라는 것이 정말 끔찍한 기분을 들게 하는구나. 아가씨. 다른 건 다 괜찮았다. 실로 레이는 그러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았다. 모든 일을 취소하고 너와 함께 있으면 그게 무언지 알 수 있을까. 이 빌어먹을 밑바닥의 감정을 없애버릴 수 있을까. 눈을 감으면 선명하게 떠오르는 안즈가 있었다. 가깝지 않은 아름다움은 손에 쥘 수 없을 만큼 멀어져 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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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군은 왜 저기 나오는 드라마처럼 이혼하라고 안 해?”

 

아주 간만에 안즈의 무릎을 베며 어리광을 피우며 잠에 들려던 리츠는 안즈의 말에 하품하며 눈을 깜박거렸다.

 

드라마일 뿐인데.”

그래도 보통은 저러지 않을까 해서.”

“...흐응.”

왜 안 해?”

“..안즈가 바라지 않으니까.”

“....내가 한다고 하면?”

어디 먼 곳으로 가서 결혼할까.”

 

말에 잠시 멈칫하던 안즈는 내내 티비를 향해 있던 고개를 내려 무릎을 베고 있는 리츠를 바라보았다. 티비를 보면서 하는 졸린 기운에 하는 실없는 것 같았던 말이라고 하기에는 눈이 너무나 올곧게도 안즈를 향하고 있었다. 리츠는 눈을 떼지도 않고서 안즈를 바라보다 해사하게 웃으며 팔을 뻗어 안즈를 끌어당겨 입을 맞췄다. 가볍게 닿고 떨어진 입술은 안즈에게만 들리도록 작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그때가 되면 결혼하자.”

 

그렇게 말하며 리츠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반지를 안즈의 오른손 약지에 끼웠다. 어쩐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걸 안즈는 꾹 참아야 했다. 흔한 프러포즈도 달콤함의 속삭임도 상냥한 위로도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의 반쪽이 아니라 자신이 이유인 이 사람에게서 받아서. 다시 한 번 반지를 뺄 용기도 없는 자신이 들어도 되는지 몰랐다. 울 것 같은 안즈에 리츠가 손을 뻗어 안즈의 눈가를 쓸었다.

 

지금 당장이 아니어도 괜찮아. 용기가 나면 그때.”

 

같이 왼손에 빛나면 좋겠다. 리츠가 자신의 왼손 약지에서 빛나고 있는 반지를 보이며 말했다. 차마 말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안즈에 리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거면 됐다는 반응이었다. 때가 언제가 될지 몰랐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 맞았다. 미안한 얼굴을 하는 안즈에 리츠는 여러 번 오른손을 꼭 잡았다. 굳이 왼손의 약지가 아니어도 같은 무언가가 있다는 게 좋은 기분이었다. 안즈는 한참 동안 두 손에 빛나고 있는 반지를 몇 번이고 쳐다보았다. 지금 순간 정도면. 용기가 날지도 몰랐다. 오면 다시 끼면 될 일이니까. 안즈는 조심스럽게 왼손 약지에서 빛나고 있던 반지를 뺐다. 오른손만의 반지로 괜찮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안즈른 백업계의 6000팔로를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백업계 열심히 응원할테니 힘내주세요!!


*레이 비중은 별로 없습니다만 일단 남편이니까요. 그런걸로 해주세요..


*불륜물이라기에 뭔가 파격적이 부족한거 같긴 하지만..자츰자츰 멀어져가는 게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서로에 대한 배려가 없었으니 멀어지는 게 맞는것 같지만.. 

무엇이 이야기하고 싶었나면 역시 계획없는 임신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피임 중요한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콘돔 끼는 거 뭐가 어렵다고....(쭝얼쭝얼

피해자여도 피해자가 아닐수 있구

가해자여두 가해자가 아닐수 있을까도 궁금하고.

어느쪽이 나쁜지 모를일인거.

저로서는 안즈가 나쁘다고 생각할수는 없지만


*또 뭐가 말하고 싶을까.  음 가장 비참한게 자신이 아닌 다른누군가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아름다워지는게 

가장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나 저로서는 생각합니다

내옆에서는 그렇게 예쁘지 않던 사람이 다른사람 곁에서 아름답다

그건 자신이 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했다고 알려주는 의미이니까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것에 오는 패배감? 비참함?

이게 정말 비참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얼 딱히 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그채로도 충분하게 밑바닥을 맛볼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떨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니까요

저라면 슬프고 비참할것같아서.


*나의 아이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라는 이유로 사랑할 수 있을까

궁금한 점이네요.

겪어봐야 아는거겠지만 막상 현실에 닥치면 얼마나 받아들이기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조금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울것 같죠.


*뭐랄까 지금까지의 내용~~ 이라는 느낌으로 써내려가서 하이라이트 짜집기 예고편 같은 느낌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엔딩도 이제 막 다음화에서 제대로 된 불륜이 나올 것 같고 하니깐요

다음 시간에 계속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나머지는 각자의 상상안에서 다음화를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총집편 같은 느낌으로 드라마 시청 감사합니다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