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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인어가 우는 전경




[리츠안즈] 인어가 우는 전경


*안즈른 동화 합작 [인어공주]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성안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고 하면 리츠는 간결하게도 말했다. 파도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는 곳. 성이 바다와 가까이 지어진지라 성 어느 곳에서도 파도 소리는 잘 들려왔기에 모두 의아해했지만 리츠는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낮 내내 잠에 들어 있다가 느지막한 오후에 일어나서는 뭉그적거리다 모두가 잠든 밤이 되어서야 리츠는 방에서 나왔다. 깔려있는 붉은 카펫을 사분 밟으며 손에는 작은 책을 들고서. 계단을 타고 밑에까지 내려가 사용인들의 방을 지나 쭉 걸어가다 보면 반쯤 열린 창고와 피아노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허한 공간을 지나 복도의 끄트머리에 있는 작은 테라스. 그곳은 낮에도 뛰어난 절경을 자랑했지만, 리츠는 밤에 보는 그 곳의 풍경을 사랑했다. 딱히 낮에 잠들어있어서 못 봐서 그러는 게 아니라. 밤이 되면 곳은 좀 특별했다. 테라스 문 유리로 달빛이 새어 들어와 성의 붉기만 한 카펫을 반짝거리게 비추는 것도 꽤 맘에 들었고 보다 문을 열고 테라스에 서면 눈에 들어오는 바다의 풍경이 유달리 예뻤다. 보름의 달이 뜰 때마다 달빛을 받아 일렁이는 전체의 바다는 사랑하기에 충분했다. 문을 꽉 닫고 나면 바람과 함께 유난히 크고도 예쁘게 파도 소리가 울렸다. 바로 아래 바다가 있기에 이리도 크게 들리겠지만 그렇게 눈을 감고 잠시 있다 보면 파도 소리 사이로 상냥한 노래가 하나 들려온다. 묻히지는 않지만 크게는 들리지 않고 그렇다고 소리가 죽는 것도 아니다. 연약하고도 상냥하게 이어지는 노래는 썩 잘 부른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리츠는 그 노래를 사랑했다. 자장가처럼 포근하게 들려오는 노래를. 몇 분간 쭉 이어지던 노래가 더는 귀에 들리지 않고 나서야 리츠는 자그맣게 손뼉을 쳤다. 박수 소리에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리면 리츠는 그제 서야 눈을 제대로 떠서 바다에 떠 있는 갈색의 작은 소녀를 보았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지 끝의 꼬리지느러미가 살랑거렸다. 바다보다는 맑은 강을 닮은 눈이 사랑스럽게도 휘었다.

 

안즈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길래 기분이 이렇게 좋은 거야?”

 

리츠의 물음에 안즈가 기쁜 얼굴을 하며 테라스에 팔을 올려 기대며 리츠와 얼굴을 가까이했다. 조금 얼굴을 붉히며 안즈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진 소녀. 리츠는 말을 하는 안즈를 그렇게 보았다. 리츠는 안즈가 해주는 이야기를 꼭꼭 귀담아듣고는 했지만 이번 이야기는 달랐다. 시작한 지 오래 걸리지 않아 리츠는 내용을 걸려 목소리만 듣기로 했지만 ,언뜻 스치는 것만으로도 리츠는 짐작할 수 있었다. 바다. 빠졌다. 구해줬다. 높은 신분. 미모. 붉은 눈. 검은 머리. 닮은. 몇 개만 들어도 어림짐작할 수 있는 채 걸러지지 못한 단어들을 통해 리츠는 성안 집무실에서 서류를 훑어보고 있을 누군가에 일어난 작은 소동 속에 안즈가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최악으로 번질 게 분명했다. 물론 시작조차도 최악이지만. 이상 커지지 않기만을 리츠는 바랄 수밖에 없었다. 열기가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 주기를. 하얀 얼굴에 붉게 홍조를 띠고서 사랑스럽게 웃는 소녀는. 자신을 닮은 눈부심 속에서도 아름다울 게 분명했지만. 인어가 웃는 밤의 전경만으로도 자신의 세계는 충분히 아름다웠으니까.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하나의 전경만으로도 리츠는 그렇게 따스하게 웃을 수 있었다. 인어가 웃는 전경을 사랑했다. 실은 인어를 사랑했음을.

 



-

 


하늘이라도 무너질 듯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검은색의 구름이 크고 높게도 뭉쳐 무거움을 자아냈다. 비가 내리고 거센 바람이 휘몰아치며 몇 번이고 뇌성이 쳤다. 잔잔했던 바다는 잠든 지 오래인지 연실 출렁거리며 하늘 높은 줄 모르며 파도가 높이를 더해 가며 모든 걸 집어삼킬 듯 철썩거렸다. 성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요했지만 약간의 창문의 떨림과 빗소리가 눈치를 채지 못할 만큼 성에 스며들어 깔렸다. 마치 원래부터 있던 소리마냥. 비의 그림자가 진 복도에서 리츠는 창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오래도록 눈에 담았다. 지금 보는 밤이 마지막이란 듯이 그렇게 오래도록 불안하기만 한 밤을. 한참 뒤에서야 발을 떼 여느 때와 같이 계단을 타고 테라스로 향할 줄 알았던 리츠의 발걸음은 절대 스스로가 먼저 찾지 않던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걷는 걸음은 느릿하고 차분했다. 근 있었던 모든 게 다 오늘로써 이제 막을 내릴 차례였다. 종장을 찍기 위해 리츠는 화려하기 짝이 없는 문을 열었다.

 

안즈.”

 

작은 손에 영롱하게 빛을 내고 있는 단도가 보였다. 손과 함께 덜덜 떨리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위태로웠지만 어쨌든 안즈는 아직은 단도를 손에 쥐고 있었다. 리츠가 안즈에게 한 발 더 내딛는 동안 안즈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리츠에게 고개를 살레 저었다. 그냥 보기에는 다가오지 말란 소리였겠지만 리츠는 안즈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았다. 지내온 시간 탓인지 아니면 깊은 마음 탓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안즈는 리츠에게 이리 말했다. 나는 이 사람을 죽일 수 없어. 그래 아마 죽일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리츠는 안즈가 그를 얼마나 사랑한 지를 알았다. 안즈가 그에게 반한 그 순간부터 이곳에 떨며 서 있기까지. 리츠는 안즈를 봐왔으니까. 그리 사랑한 바다와 모든 것을 버리고 리츠가 사랑해 마지않았던 목소리마저 버린 채 그의 옆에 서기를 사람이 사랑이 되기를 원했으니까. 아무 말을 못 하고 두 다리로 서 있는 안즈를 성에서 마주한 순간. 어떤 얼굴을 했던가. 그의 옆에서 행복하다는 얼굴을 한 안즈를 보고서 어떤 표정을 했던가. 리츠가 미리 예견했던 최악의 상황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그렇게 들어맞았다. 실은 지금 이 상황까지도 리츠는 어느 정도 예상했을지도 몰랐다. 이 앞의 결말까지도.

 

혼자만 빗겨나간 운명이 아닌가. 리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와 안즈 서로만 주고받는 비극적 운명 속에서. 갈 곳을 잃은 이 선은. 양쪽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금방 끊기고 마는 이 선은. 애써 혼자 열심히 붙잡고 다가가도 자신만 다치기만 할 뿐이지만. 빗겨나가 있는 다치는 그만큼 더 사랑했음을. 나 혼자의 다른 운명의 너를 그만큼 사랑했음을.

 

시간이 없어 안즈.”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곧 머지않아. 저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고 누군가는 물거품이 되어야만 했다. 고뇌하고 불안해하던 상냥하고 다정한 저의 소녀는 자신이 물거품이 되길 원했다.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음이라. 덜덜 떨리던 작은 손에서 단도가 떨어지고서 안즈는 주저앉고서 손에 얼굴을 묻었다. 이기적이게도. 소녀는 언제나 자신을 몰랐다. 리츠는 안즈의 앞에 떨어진 단도를 조심히 집어 들었다. 소녀를 위해 애써 가지고 온 희망이 쓸모없이 버려졌다. 어떤 것을 희생했던가는 상관없었다. 소녀가 모르면 그만인 것을. 내막을 아마도 소녀는 언제까지고 모를 테니까. 진실을 묻기에도 오늘의 밤은 퍽 잘 어울렸다. 텅 비웠던 안에 달빛만 차던 그 안에 따뜻한 햇볕이 들어선 건 이뤄지지 않을 일이었다. 깊은 심해 속에 가라앉아 갈 틈에 뻗어진 손과 함께 닿은 처음 보는 빛줄기 같은 기적. 태워질 듯 따끔했는데 그 만큼 따뜻했다. 그래서 너를. 아마 아프겠지 아플 게 당연했다. 달이 복수심을 품을 때 날카롭고 시린 단도는. 리츠를 어두운 고통의 안으로 밀어 넣고 무참하게 찢어놓을 예정이었다.

 

마지막 순간 리츠는 안즈를 닮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는 저가 보지 못하여 모르겠지만 아무튼 리츠는 오래간 봐왔던 사랑 했고 좋아했던 안즈의 미소를 자신의 얼굴에 그려보았다. 망설여서는 아니 되었다 더는. 안즈도 자신도. 사랑할 수 없다면 차라리 너의 눈부신 사람으로 남고 싶었기에. 너의 손에서 재가 되었으면. 이것마저도 빗겨나간 선에게는 욕심이겠지만. 언젠가의 밤에 말해주었던 말은. 리츠를 울게 하기에 참으로 다정한 말이었다.

 

리츠는 눈부신 사람이네.’

 

문득 안즈는 그렇게 말했다. 다름없는 밤의 풍경이었는데 설명도 없이 눈부신 사람이라. 그리 말하였다. 네가 내게 눈부신 사람이었는데. 언젠가의 웃는 미소가 그렇게 찬란하게 눈부셨다면. 어쩌면 다른 방향으로 서로의 눈부심이 될지도 몰랐을 일이다. 지금에 와서는 다 어쩌면 이라는 과정이 들어간 쓸데없는 다른 갈래의 일이다. 슬퍼할까 슬퍼하겠지. 그런데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그와 너와. 나의 어떠한. 폭풍이 물러가고 어둠이 걷히고 해가 들어서고 나면 모든 게 없던 일이.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면 해의 눈부심 아래의 너를 많이 봐둘 걸 그랬다. 너의 색이 금빛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순간을 오래 눈에 담아 둘걸. 나의 세계를 다양한 너로 가득 채울 걸 그랬다. 그냥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너를 남기고 가야 하는 나의 사랑이 너에게 기억될까. 기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실은 간 뒤에 괴로워 할 네 모습이 선명하지만 그때가 되어서도 너는 여전히 날 모를 테니까. 비록 날 모르는 너 이지만. 내가 사랑했던 나의 세계인 너에게 나를 줄 테니. 사랑했던 전경을 너를 기억할 수 있게. 네가 나를 기억할 수 있게. 웃을 테니. 웃어줘.

 

웃어줘 마지막이잖아 안즈.”

 

리츠의 말에 안즈의 동공이 떨렸다. 심하게도 아까 전보다도. 목소리를 잃은 소녀가 할 수 있는 건 부들거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빠르게 일으켜서 달려서 빛나는 칼끝에서 붉은 선혈이 나오기 전에 손에서 쳐내는 일이었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더는 망설임은 남지 않았다. 소리 없이 고통 속에서 빗소리만 잔잔하게 퍼졌다. 붉은 미소 또한 진하게 피었다. 눈 속에 가득 달빛이 차올랐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이리저리 흩어져 각자의 흘러감이 되었다. 눈물을 흘린 흔적은 가득 남았지만 더는 하늘은 울지 않았다. 울음소리 또한 그렇게 멈췄다. 바다도 언제 높이 치솟았는지 잔잔하게 일렁이기만 할 뿐이었다. 선명한 눈부심을 자아내는 해가 떠올랐고 창을 통해서 방안으로 새어 들어왔다. 고풍스러운 붉은 카펫이 색을 발하고 새하얀 침대 위에 곤하게 자는 이가 하나 그 아래 편하게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은 이가 하나 그리고 인어가 우는 모습만이 남았다.

 

이른 햇살이 녹아내리는 가운데에 너를 닮은 눈부심이 내렸다. 멍하니 길을 잃은 눈은 이제야 울기 시작했다. 볼을 타고 흘러 울음은 톡톡 붉은 바닥에서 굴렀다. 많은 울음이 구르고 굴러 이내 곧 가로막힌 구석에서 구르기를 멈추었다. 하얀 울음은 붉은 바다에서 헤엄쳤다. 왜 그리 하얗게 우는지 몰랐다. 눈부심 탓인지. 붉은 바다 탓인지. 혹은 어리석은 후회의 탓인지. 누구도 몰랐다. 밤에 진실은 모두 묻혀 쓸어내려 갔으니. 갈색이 금빛으로 물들었건만 웃을 줄을 몰랐다. 누군가가 그리 사랑했던 전경은 남아있지 않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동화합작에 참여했던 리츠안즈 입니다 백업이니 읽지 않으셔도 오케이에요


*....왜 이따구로 썼지(???????? 


*아아 다시는 합작 참여하지 않을거야...나에겐 무리여써..ㅠㅠㅠ 합작 당일 못봐서 너무 아쉬워요ㅠㅠㅠ


*인어공주..를 사랑한 어떤이가 있었다.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