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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에디킴 -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Feat. 이성경)



[리츠안즈]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안즈른_전력_60분 / 30번째 주제 [크리스마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춥다. 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는 않지만,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춥기는 추운 그런 날이어서 리츠는 떠들썩한 거리에서 혼자 멈춰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기본적으로 추위에 약한 편이었지만 어쩐지 날이 날인지라 춥지 않은 건지 혹은 춥지 않게 느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1년에 단 두 번 이틀 기적이 가장 가까워지는 날이었다. 리츠는 이날들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올해 정도는 특별하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지나온 시간 중에서 이날들이 소중했던 적도 분명 있었을 법한데 지금에 와서는 주된 이틀의 기억들은 불이 꺼진 크리스마스트리라던가 다 식어버린 음식 앞에서 미안함이 전혀 섞이지 않은 미안하다는 종이를 보고서 혼자 앉아 꾸역꾸역 음식을 삼켜냈던 삭막한 블랙이었다. 금빛, 은빛, 초록, 빨강이 섞인 반짝거리는 날이 아니라 남겨진 어두운 혼자의 블랙 크리스마스였다. 그 크리스마스들은 자신의 머리 색만큼이나 검었기에 리츠는 굳이 떠올리지 않기로 했다. 과거는 잊어서는 안 되지만 가끔은 묻어둬야 할 때도 있으며 무엇보다 현재가 더 중요한 법이다. 애써 떠올리고서 기분 나빠질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떠들썩한 말소리가 들려오고 여기저기서 별을 모방한 반짝임이 일렁거렸다. 사람들은 제각기 옆의 소중한 사람들을 보느라 하늘을 올려볼 틈이 없었기에 거리의 가운데에서 고개를 하늘을 담던 리츠는 유난히 눈에 띄었다. 영화의 어떤 한 장면처럼 그렇게 리츠 혼자만 눈에 밝았다. 별이 가장 가까워지는 첫날의 밤은 오묘한 색을 띠고 있었다. 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푸르지도 그렇다고 밝지도 않았다. 대충 어두운 계열의 색을 몽땅 풀어다가 쓱 손으로 문질러 경계를 다 무너트려 버린듯했는데 그게 퍽 오묘하게 예뻐서 그린 이가 기분이 좋아 그 위에다 살살 별을 뿌려놓은 느낌이었다. 문득 리츠는 두 손이 간지러워서 자신의 손이 여러 색깔의 어두운색에 물들어 있지 않을까 했다. 자신이 하늘을 저리 예쁘게 풀어놓은 게 아닐까 싶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펼쳤지만, 손을 깨끗했고 어느 날의 눈처럼 하얗거나 끝이 붉었다. 실은 리츠는 자신의 손에 별이 묻어있지 않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저 하늘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이 아니다. 알고 있었음에도 약간의 아쉬움이라는 묘한 것이 남아 리츠는 손을 내리고서 하늘을 향해 한숨을 쉬었다. 하얗다고 하기에는 불완전한 입김이 하늘로 구름처럼 올라갔다. 추웠다. 좀 전보다는 더. 이제는 어디라도 들어가야 했다. 눈은 내리지 않고 아마 기적이 일어나기에는 멀었을 게 분명했다. 산타의 양말처럼 볼이 붉어지기 전에 어딘가에서 늘어져야 했다. 어떠한 오묘한 하늘과 거대한 트리, 엑스트라 같았던 사람들 사이를 뒤로하고 리츠는 걸었다. 리츠의 붉어진 손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종이 가방이 이제야 존재감을 드러냈다.

 

어서 오세요.”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형식적인 인사가 들려왔다. 아까까지 추웠던 게 거짓말이라는 듯이 카페의 안은 노란 조명 만큼이나 따뜻해서 리츠는 사실 자신이 추위에 떨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츠는 망설이지 않고 거대한 트리가 가장 잘 보이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종이 가방에는 뭐가 들었는지 꽤 부피가 커서 불룩함을 자랑했는데 리츠는 개의치 않고서 조심스레 자신의 옆자리에 놓고서 메뉴판을 뒤적거렸다. . 하는 탄식이 작게 나오고 리츠는 살짝 미간을 찌푸릴 뻔했다. 익숙하게도 메뉴판에서 홍차를 찾고 있었던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던 탓이다. 나름 대중화되었다고 한들 일반 카페에 있을 리 없는 것을. 커피 메뉴는 이렇게나 많은데도 어째선지 있는 홍차라고는 얼 그레이 밖에 없는 걸까. 이곳을 추천해줬던 아라시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잠들었던 벌을 받나 보나 싶었다. -끝에 홍차가 없다고 이야기해줬던 거 같았긴 한데 잠에 취했던 때라 기억이 가물거렸다. 홍차가 없다고 이제 와서 나가기도 그랬다. 당장에 트리가 한눈에 들어오는 홍차가 있는 카페를 찾기에 리츠는 귀찮았고 추웠다. 금방 이 카페에 따뜻함에 익숙해져 나가기 싫었다는 게 맞았을지도 몰랐다. 메뉴가 다 괜찮았다고 했던가. 다시 한번 리츠는 메뉴판을 뒤적거리다 카푸치노를 한 잔 시켰다. 커피를 못 마시는 건 아니다. 안 마시는 것도 아니고. 그저 홍차를 더 좋아할 뿐이어서 주로 즐기지 않을 뿐이었다. 낮을 뻔했던 기분이 커피를 시키면서 조금 즐거웠던 건 그저 가끔 안즈가 홍차를 홀짝이며 커피는 마시지 않으냐고 물어볼 때 살짝 눈치를 보는 그게 떠올랐던 이유였다. 리츠는 주문을 끝내고 잠시 의자에 푹 몸을 기댔다. 의자라고 해야 할지 소파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긴 의자에 몸을 기대고 고개는 바깥을 향했다. 아까와 다를 바가 없는 바깥이었다. 여전히 거대한 트리는 반짝거렸고 사람들은 즐겁게 지나가고 여기저기서 노래가 들려오는. 거기까지 생각하며 노래에 귀를 기울이다 리츠는 문득 가게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전혀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는 걸 알았다. 일본어도 영어도 아닌. 아주 드물게 몇 번 들어보는 언어였는데. 그리 거북하지 않았다. 오히려 멜로디가 별 같이 반짝거리는데도 어딘가가 오늘같이 금방 사라질 듯한 아련한 부드러운 크리스마스를 닮아서. 리츠는 꽤 귀담아들었다. 가게의 주인이 이 노래를 꽤 좋아하는지 노래가 계속해서 카페 안에 조명처럼 계속 맴돌았다. 리츠의 입가에도 계속해서 맴돌았다. 기분이 좀 더 상승한 리츠의 앞에 몽글한 카푸치노가 놓였다.

 

소담스럽게 빨간색의 둥근 찻잔에 담긴 갈색의 루돌프가 즐겁게 웃고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원이라던가 하트모양이 나올 텐데 크리스마스라고 이런 것일까. 살짝 미간이 찌푸려지듯 혀를 찼다. 여전히 못된 심보가 남아있는 모양이어서. 저절로 그려지는 모양새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시간이 이리 지났는데도 혼자 있는 것에 더 심통이 났을지도 몰랐다. 아까 기분 상승한 건 온데 간데도 없는지 리츠의 얼굴이 조금 착잡해 보였다. 리츠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오늘을 특별하게 여겨야 할지. 여겨도 될는지. 리츠가 이렇게 오래도록 고민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저 어린 마음이었다. 올해는 조금 특별한 해였고, 리츠에게 다시없을 해일지도 몰랐다. 혹은 다시없을 기적일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그래서 이렇게 고민했다. 바쁠 걸 알고 있었고 후에도 아마 비슷한 태양들에게 이끌려 거기에서 함께 웃고 있을 예정일 것도 대충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미리 전해주기 싫었던 선물이 있었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평소처럼 칭얼거려버린 못된 자신이 있었다. 올지 안 올지는 모르는 일이다. 대답도 듣지 않고. 대답을 듣기가 무서워 먼저 도망쳐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이리 기다리고 있는 마음 역시도. 리츠는 조심스레 잔을 들어 루돌프를 없앴다. 부드럽다던가 고소하다던가 하는 거품과 함께 씁쓸함이 같이 따뜻하게 입안에 맴돌다 목을 타고 넘어갔다. 이렇게 따뜻하다거나 상냥하지 않았으면 혼자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를 없애려고 마신 커피가 어쩐지도 상냥한 너와 훨씬 더 닮아있어서 조금 울 것 같았다.

 

반쯤 남은 커피잔 주변을 손끝으로 굴리다가 조심스레 놓아뒀던 종이 가방에 눈길을 돌렸다. 리츠는 남은 한 손을 뻗어 불룩한 종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하나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정성스럽게도 포장된 상자를 리츠는 쓰게 바라보았다. 어쩌면 전해주지 못할지도 모를 마음 같은. 또는 어느 검은 날과 같은 식어버린 음식처럼 될지도 몰랐다. 식어버린 음식 또한 리츠의 마음이었으니까.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리츠는 이제 테이블에 엎드려 있었다. 커피는 여전히 따뜻했지만. 리츠는 따뜻함이라던가. 상냥함이라던가. 접어두기로 했다. 굳이 오지 않아도 괜찮을 예정이었다. 아마 괜찮을 예정이다. 살아가면서 누구나가 겪는 가지의 일. 그중의 하나인 걸. 지난 추억으로 리츠는 나름의 날로 보낼 수 있을지도. 적어도 그저 검지만은 않을 테니. 그걸로 족했다. 별이 가장 가까이 닿아 있는 이틀에 기적이 반짝거리는 날들에. 적어도 리츠는 아니었지만, 어딘 가에서는 누군가에게 산타가 찾아오고 루돌프가 울며 하늘을 달리고 요정이 선물을 나르다가 금빛 날개를 펄럭이며 반짝임을 떨어뜨리는 기적이 찾아올지도. 리츠에게도 지금이 아니어도 몇 년 후에 몇십 년 후에 혹은 몇백 년 후에는 기적이란 게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아주 멀리서라도 닿을 뻔했던 사실에 리츠는 조금이나마 웃을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동안 창가에는 깊게도 서리가 꼈다. 리츠는 늘어트렸던 몸을 일으켜 손을 들어 창가를 동그랗게 살살 문질렀다. 리츠의 손에 물기가 닿은 찬기가 퍼졌다. 동그랗게 한 부분만이 선명하게 바깥을 보여줬다. 이제 1분 후면 기적이 가장 깊게 사람들 속에 퍼질 테고 사람들은 서로의 옆에 있음에 감사하겠지. 거대한 트리는 여전히 반짝거렸다. 리츠는 아까보다 조금 편하게 웃었다. 포기하고 나니 후를 기약하자니 어쩐지 마음이 가벼웠다. 여전히 카페의 음악은 같았고 리츠는 몇십번의 반복을 통해 조금이나마 따라 부를 수 있었다. 트리를 보며 오묘한 하늘을 보며 사랑스러운 연인들을 보며.

 

제발 이러지 말아요. 끝이라는 애기. 나는 항상 시작인걸요. 그댈 사랑하는 마음 점점 커져가고 있는 날 잘 알잖아요. 나를 많이 알잖아요. 그댈 사랑하며 나를 모두 버렸다는 걸. 혼자 울며 걷는 나를 모르나요. 그러니 제발 이러지 마요.”

 

꿈에서라도 싫어요. 떠나지 말아요. 나는 죽을지도 몰라요. 이대로 행복한 걸요 모르겠나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뜻도 발음도 그리 정확하지 않아도 그저 부르는 거로 충분했다. 기다리는 거로 이제는 충분했듯이 리츠는 아직 미약하게 온기가 남은 찻잔을 들었다. 갈색의 커피가 유난히도 그립게 다가왔다. 나중에 아라시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해야겠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어찌 되었든 괜찮았으니. 노래는 커피 같았고 커피는 너 같았고 입술에 남은 미약한 온기를 가진 커피도 네가 남은 거 같았다. 종이 카페 안까지 울릴 정도로 크게 들렸다. 산타가 선물을 들고 찾아오기라도 한 듯 아주 크게 울렸다. 여기저기서 인사말이 들렸고 리츠는 살짝 미소를 짓다 창밖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정말 기적 같게도 산타가 루돌프를 타고 찾아온 걸 리츠는 미약하게나마 봤을지도 몰랐다. 혹은 요정의 반짝거리는 부스러기를 만졌다던가. 그렇지 않고서야 창밖에 손을 대고 숨을 몰아쉬며 트리 주변을 이리저리 살피는 갈색의 소녀를 볼 일이 없었을 테니까. 창을 집고 있는 손에 하얀 게 톡 하니 떨어졌다. 아무래도 좋았다. 종이 울렸고 눈이 내렸다 오늘은 더 바쁘게 이곳저곳에서 다들 웃기에 바쁠 게 분명했다. 리츠는 창을 톡톡 두드렸다. 세 번 똑똑, 똑똑, 똑똑. 소녀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고 물빛의 눈에 놀람이 반가움이 미안함이 물처럼 번졌다. 리츠는 산타의 옷을 닮은 붉은 눈을 살짝 접으며 서리가 낀 창을 작은 메시지를 남겼다. 오늘밖에 해줄 수 없는 인사말은 평소의 사랑의 말보다도 깊은 뜻을 가질 테니까. 생일 축하의 말과 비슷한 양상으로. 지금 입술 끝에 남은 갈색의 커피같이. 입이 미약하게나마 글씨와 같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안즈 Merry Christmas.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기적과 가장 맞닿아 있는 크리스마스의 날에 어쩌면 산타가 굴뚝에 들어가는 걸
혹은 루돌프가 하늘을 나는 걸
요정이 선물을 떨어트리는 걸 본다면
어쩌면 그 해의 별과 가장 가까운 날은 기적과 손이 닿아있는 날일지도 모릅니다

*오래도록 입안과 입술 끝에 남는 커피처럼 이틀에 유일한 인사말도
오래도록 남기를 바랍니다.

*기다리는 가장 간절한 순간에.
당신과 만나기를.
눈이 내리는 것 처럼
기억에 남을 동안 스치기를 바래요.

*리츠도 안즈도 모두들 Merry Christmas.

*곡은 샵의 원곡도 꼭 들어보시기를 크리스마스에 들어도 좋은 곡이랍니다.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