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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달 내리는 반의 밤




[리츠안즈] 달 내리는 반의 밤


*데네사원께 드리는 보너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한차례의 거대한 폭풍이 지나고 나면 익숙해질 줄 알았던 동안 바쁘게 뛰어다녔던 복도는 낯설게 느껴졌다. 아직은 낯선 조금 더 가면 익숙하게 걸어 다닐 복도에서 안즈는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의 감상은 엄청 잘 잔다. 라는 시선으로 가만히 보았다. 살짝 내리쬐는 해를 피해 기둥에 기대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자고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여 안즈는 잠시 다가가길 망설였다. 실은 살짝 불어오는 바람이 있었고 검은색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순간 그 끝이 햇빛에 닿아 해에 물드는 그 과정을 없애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잠시 가만히 지켜보았을지도 몰랐다. 스스로는 몰랐겠지만 알려줘도 부정하겠지만, 그보다 더 신경 쓰지 말라고 했겠지만. 안즈가 보기에 퍽 소년은 햇빛과 잘 어울려 보였다. 적어도 잠을 자는 그 순간은 해가 번져가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오후와 닮아있었으니. 해가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소리를 안즈는 미약하게나마 들었다. 오래도록 이렇게 있고 싶지만 안즈 자신에게도 리츠에게도 복도를 걸어 다니는 이들에게도 좋지는 않을 게 분명했다. 안즈는 가까이 다가가 소년의 작은 평화를 손으로 흔들었다. 작은 평화는 손만으로도 쉽게 이리저리 흔들렸다. 졸음이 가득한 붉은 눈이 마주쳤을 때 안즈는 웃어 보였다. 소년은 잠시 찌푸릴까 말까를 망설였던 것 같았다. 애써 일으켜 같이 걷는 도중 잠깐의 잡힌 손이 기뻤을지도 몰랐다. 잠깐이었을 뿐이지만 안즈에게 있어 소년과의 관계에서 전보다는 큰 걸음이었으니까. 살살 각자의 걸음으로 걷는 동안 소년이 애써 뒤에 붙이는 말이 어쩐지 웅크린 고슴도치의 가시 같았다. 혹여 자신이 다치기라도 할까. 미리 가시를 곤두세우는 어린 고슴도치의 가시. 또는 어린 왕자의 하나뿐인 장미라던가. 애써 가시를 보였지만 실은 외로웠던 장미. 안즈는 어린 시절 어린왕자처럼 장미를 꼭 안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가시에 찔려 피가 날지도 모르지만 애써 강한 척하는 장미는 슬퍼 보였으니까. 졸음을 달며 걷는 소년에서 안즈는 어린 왕자의 장미를 보았다. 어린 왕자는 장미에게서 유리 덮개를 씌어준 보답을 받아보기로 했다. 어린 왕자는 항상 성실했으니까.

 

툴툴대면서도 소년은 축객령 같은 건 내리진 않았다. 역시 전에 비하면 크나큰 발전이라고 안즈는 나름의 판단을 내렸다. 한구석에서 하품을 찢어져라 하면서 성실하게 몸을 푸는 모습에 놀랐다면 소년은 미간을 찌푸릴지도 몰랐다. 안즈가 보아온 소년은 졸려 하거나 잠들어 있거나 경계하는 모습이 가득해서 지금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생각보다 손이 클지도. 안즈가 봐온 트릭스타의 멤버들의 손에 비하면 전체적인 느낌이 커 보였다. 저 손으로 마이크를 쥐고. 노래하고 춤을 추는 걸까. 어쩐지 기대감으로 두근거려 발이 그네를 타듯 흔들거렸다.

 

소년이 약해졌다고 조금 생각해버렸다. 기대한 와중에 볼 수 없다는 건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그보다 이어지는 말에 괜찮았을지도 몰랐다. 소년이 안즈에게 이유를 이야기해주는 건 없는 일이었다. 딱히 알 필요 없다고 하던가 신경 쓰지 말라던 가의 투성이로 가득했던 이유의 란에 처음으로 이유가 들어서. 변덕쟁이 소년은 자신이 변덕쟁이라고 말했다. 친해지기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예민한 고양이는 귀찮지만 그만큼 사랑스러운 법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소년이 채 말을 꺼내기 전에 재빠르게 말을 잇지 않았다면. 안즈는 그리 말해주었을 거다. 소년은 한 번도 이해받지 못한 것처럼. 단호하지만 슬프게 말했다. 모든 것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인지라. 이름을 말했을 때 소년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걸쳤지만 어째선지 그것마저도 써 보였다. 예외가 있으면 저 또한 소년의 예외가 되면 그만이다. 안즈는 언제나의 말로 다정하게 상냥하게 그렇지만 단단하고 올곧게 그렇게 소년에게 말했다.

 

내가 고독하게 만들지 않을게.

 

말의 끝에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의 짧은 침묵이 있었다. 안즈가 소년을 자세하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법한 미세한 흔들림을 동반한 아주 짧은 침묵. 소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애써 돌린 고개의 얼굴은 눈동자는. 물이 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소년은 답지 않게 안즈에게 여지를 주었다. 나가기 전에 살짝 보인 붉은 눈은 생각보다. 아까 전보다 더 진해진 햇빛이 복도에 깔렸다. 안즈의 발이 닿는 곳은 아직 햇빛카펫이 깔리진 않았지만. 아마 닿아 있는 곳이 현재는 밤에 사는 흡혈귀의 영역이라서 카펫이 깔리지 않을 걸 수도. 밤은 공평한데 해는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달도 공평한 것은 아니지만. 아직 공평한 밤이 찾아오려면 시간이 많이도 남았다. 따뜻한 느낌이 지독하게도 스며들어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싶고 혹은. 그리울지도.

 

깜박깜박. 눈이 떨어지는 순간이 느릿하게 지나갔다. 작게 새어 나오는 하품에 눈가 끝에 작은 방울이 달렸다 떨어졌다. 보이지 않는 새에 살짝 졸음이 밤처럼 내려앉은 모양이었다. 자러 들어가 버린 해를 대신해 내내 자리를 지켰던 달이 빛나기 시작했다. 소년은. 지금쯤. 노래하고 있을까. 날이 날인지 폭하게 내려온 밤공기가 가깝게 느껴졌다. 기분이 좋을 소년을 찾아 안즈는 달을 벗 삼아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사소한 것이 더 멀어져가고. 멀게만 보이던 게 가까워지는 밤에 안즈의 손에는 마이크가 들려 있었다.

 

의외로 소년은 안즈를 제일 먼저 걱정해주는 면이 있었다. 본인은 모르고 묻는 것 같았지만. 콕콕 소년을 찔러오는 자신과. 푹푹 안즈를 찔러오는 소년은 약간의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귀찮아도 내치치 못하는 장미와 거세게 찌름을 다해도 장미를 놓지 못하는 어린 왕자가 그려졌다. 그래서 장미를 닮은 소년은 예의의 말투를 버린 기사처럼 느른하게 웃으며 어린 왕자와 비슷해진 듯 한 안즈의 손에서 마이크를 받았다. 예상보다도 아름다운 밤에 소년은 기분 좋게도 웃었다.

 

최고로 기분이 좋아.

네가 보고 싶다고 하던 내 퍼포먼스, 특별히 보여줄게.

 

어쩌면 그 순간. 외로움을 타는 고독한 달에 소년에게 마음을 빼앗겼을지도 모른다고. 안즈는 생각했다. 달이 아름다웠던 탓인지 혹은 별이 반짝거리는 밤이 예뻤던 탓인지. 부르는 목소리가 노래가 눈이 다정스럽게 내려와 안아주는 달빛 같아서 안즈는 말을 잃었다. 자신 모르게 스며드는 달빛처럼 그렇게 그 소년도 안즈의 눈에 마음에 스며들었을지도. 소년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안즈의 마음에 깊게 스며들어서 심장이 저릿하게 아파져 왔다. 멍하게 그렇게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다가는 하품을 하는 것처럼 눈 끝에 방울이라도 맺혀 흐를 것 같았다. 소년이 집중하는 동안에 몰래 안즈는 시선을 소년의 약간 위로 올렸다. 달빛 아래에 그려지는 손짓과 시릴 줄 알았던 목소리가. 아름다웠던 걸 깨달은 순간은. 바라보기가 힘들 즈음에 목소리가 그치고 안즈 역시도 살짝 눈을 감아 달을 삼켰다.

 

농담 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마지막으로 소년은 밤의 속으로 들어갔다. 어두운 복도 안에서 유일하게 살짝 열려 해와 비슷한 색을 내는 빛이 새어 나오는 연습실에서 다시금 달이 새어 나왔다. 안즈는 조심스레 걸어서 연습실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한구석에서 벽을 기대섰다. 소년은 돌아가라고 있을 곳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안즈는. 어둠에 닿아 있던 발을 달빛이 비치는 곳으로 슬쩍 뻗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괜찮았다. 공평하지 않은 달이 자신에게 약간만 내주면 좋겠다고. 안즈는 벽을 따고 미끄러지듯 주저앉아 달빛이 비추는 곳에 손가락으로 써지지 않을 것을 써내려갔다. 고요하지만 진하게 울려 퍼지는 달을 들으며. 남지 않을 조금의 마음을.

 

리츠. 사쿠마 리츠.

밤은 아름답다.

달 역시도 아름답다.

반할 듯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데네 사원 미안해오...너무 늦었는데..보너스가 보너스 답지 않아오...ㅠㅠㅠㅠㅠㅠㅠ

월급은.......월급은...어..없어오...


*문학소녀 안즈?


*달이고 밤이고 모르겠으니까 둘이 좀...


*리츠 이름에는 달이 들어가서 예쁘지오..


*....쾅..하고 머리 박고...잘못을 빕니다...


*가끔 어린왕자 읽을때마다 안즈는 어린왕자같고 장미는 리츠같다는 생각을...

여우가 리츠라기엔 리츠는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달려올것 같지 않은가요?


*파업 중인데 글을 쓰다니...리츠안즈...왜 연성 안해주지?........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