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하늘의 카논 2 N

[에이안즈] 피가 묻은 손끝이 아름답게




[에이안즈] 피가 묻은 손끝이 아름답게


*#멘션한_트친에게_단문_리퀘 . 림쨔마 리퀘스트 - 안즈가 먼저 죽고 난후의 에이치 심정 . 에이치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안즈가 죽었다. 에이치는 그 말을 여러 번 말했다. 안즈가 죽었다. 여러 번을 입에 담아도 현실감이 없는 말이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건 참 입에도 잘 달라붙건만. 갈색의 소녀가 죽었다는 말은 참 현실 같지 않았다. 언제나 그 상냥한 미소 그 채로 웃어주며 있어 줄 것 같았던 소녀는 더는 웃을 수 없다. 제가 먼저 갔으면 갔지 소녀가 먼저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에이치는 씁쓸한 미소를 입에 걸쳤다. 만났던 처음의 순간부터 마음이 닿기까지의 과정까지 꽤 길었던 것도 같은데 이제 보니 너무도 짧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니.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에이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에이치의 연한 금발이 옅게 붉어졌다. 에이치는 소녀의 마지막 순간을 알고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 금빛이 쏟아질 것 같은 상냥한 갈색에 맑은 푸른 눈 속에 하늘을 담고 이질적인 붉음 속에 쓰러져 있었다. 붉음은 진하고 진득했다. 맑게도 붉었고 추잡스럽게도 검붉었다. 그 속에서 소녀는 아름다웠다. 에이치는 그런 아름다움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소녀를 바라보았다. 홀린 듯이 소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며 소녀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미소는 곧이라도 바스라 질듯이 가녀리고 연약했다. 아름다웠다. 소녀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가여운 사람. 뱉는 목소리는 떨리고 떨렸는데 퍽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다. 아마 자신이 기억하는 목소리 중에 그 목소리가 가장 달콤할 거라 에이치는 생각했다. 에이치는 그 말을 듣고서야 소녀에게 다가갔다. 손을 잡고 입을 맞췄다. 저도 소녀를 따라 옅은 곧 없어질 듯 한 미소를 지었다. 미소는 애석하게도 소녀를 데리러 온 천사 같기도 했다. 에이치는 입을 열어 말했다. 천사의 말은 달콤했다. 아름다웠고 묘하게도 끔찍했다. 소녀를 옭아매듯이.

 

사랑해 안즈.

 

이게 에이치와 안즈의 끝이었다.

그리고 영원함이었다.

 

헤어지지 않는 영원함. 에이치는 말에서 만족감을 느꼈다. 더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됐다. 안즈를 홀로 남기지 않아도 됐다. 끔찍하게도 제가 간 뒤의 안즈를 생각하면 에이치는 쓰고 있던 미소가 마음 한구석이 깨져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안즈는 제 것이었다. 누구에게도 내줄 수 없는 자신의 것. 살아서도 죽어서도 안즈는 자신의 옆 이여야 했다. 그리고 안즈는 제 옆이었다. 에이치의 발밑의 하얀 카펫이 붉었다. 카펫은 더렵혀지듯이 붉어져갔다. 붉어질게 분명했다. 에이치는 조심히 한쪽 무릎을 꿇고서 누워있는 소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살짝 입을 맞췄다. 일련의 과정은 조심스럽고 경건했고 아름다웠다. 자신의 레이디에게 맹세를 하는 기사 같기도 했다. 머리카락은 에이치의 손에 닿자마자 붉음을 띄웠다. 소녀는 제게 물들어 있었고 붙들려 있었다. 모습이 지나치게 달콤했다. 에이치는 한참을 그렇게 소녀를 바라보다 가볍게 소녀를 안아 올렸다. 하얀 셔츠가 붉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자신에게 소녀가 물들 듯 자신도 소녀에게 물들고 있다는 느낌은 에이치에게 간지러운 느낌을 주었으니. 에이치는 간결하고도 우아한 발걸음으로 소녀를 조심히 안고 나섰다. 가는 발걸음마다 똑 똑 붉음이 피었다. 에이치는 나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녀만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사랑스러움 애틋함 행복함이 담겨 있었다. 더 이상 에이치의 눈은 푸르기만 하지 않았다. 떠나는 에이치의 손끝에서 짙은 핏물이 떨어졌다. 질척거리는 피가. 동그랗게도 떨어졌다. 소녀의 피 같았지만 묘하게도 더 짙어보였다. 그의 깊숙한 감정을 품고 있기라도 한 듯이. 피는 아름다웠다. 주인이 없어진 방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롭게 살랑 따스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햇빛에 이제는 다 붉어진 카펫 위에 외롭게 나이프 한 개가 반짝거렸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안즈가 어케 죽어야하는지는 안 알려주셨자나요? (왕뻔뻔


*나름 나름 해피엔딩 아닌가? 와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름답자나!! (왕뻔뻔222


*죄송합니다 달달하지 몬해서...


*에이안즈 진쨔 어려워...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