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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그렇게 눈은 달았다



루마니아 (Luminia) - 별의 꿈




[리츠안즈] 그렇게 눈은 달았다


*안즈른 전력 60분 / 25번째 주제 [캠핑]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 혼란과 후회의 사이

 



리츠는 졸린 눈을 비비며 지금 눈앞에 있는 광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와 혼돈이야. 그나저나 왜 여기 있더라?

 

카사군 저리 가봐 좀! 요리는 됐다니까 가서 불이나 피워!”

이번에는 세나 선배가 가서 불 피우세요 저는 누님을 도울 겁니다!”

츠카사짱도 이즈미짱도 조용히 좀 해줄래 안즈짱이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안 들리잖니.”

와하하하핫! inspiration이 흘러넘친다!”

 

. 리츠는 이 혼돈의 현장을 보고 떠오르는 부분이 있었다. 며칠 전 문득 레오가 합숙 같은 걸 가자고 제안을 해왔다. 그 말에 이즈미가 짜증을 팍 내면서 여름 다 지났는데 합숙이 웬 말이냐고 반박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시끄러운 회의를 거쳐 나이츠는 주말에 합숙으로 캠핑을 가기로 했다. 리츠는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적당히 자고 올까나 라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차에 올랐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눈을 떴다. 눈앞의 광경을 보고 리츠는 다시 눈을 감을까 생각했다. 캠핑장은 혼란과 혼돈의 앙상블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안 일어났던 거로 하자. 리츠는 슬그머니 다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 했고 시끄러움 속에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던 안즈는 그런 리츠를 발견했다.

 

아 리츠군 일어났네?”

 

다시 누워 잠을 청하려던 리츠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감으려던 눈을 다시 떠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익숙한 갈색의 머리에 어렴풋한 맑음을 담아놓은 눈. 옷은 익숙한 그 교복이 아니더라도 리츠는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안즈?”

 

리츠의 말이 의문이 붙었던 건 나이츠의 합숙캠핑 계획에 안즈는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리츠가 차에 타서 잠이 들기 전까지만 해도 안즈는 보이지 않았다. 언제? 그보다 원래 계획에 안즈가 있었던가? 리츠는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책상에 엎드려 졸음이 가득한 채로 회의에 참여했기에 무슨 대화가 오고 갔던 건지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았다. 생각이 나질 않으면 않는 대로 내버려 두자 리츠는 그리 생각했다. 굳이 생각해낼 이유도 없었기에. 안즈가 있으면 좋은 거지. 리츠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자려던 몸을 일으켜 리츠는 해먹에서 몇 시간 만에 몸을 뗐다. 그리고 당연하게 안즈에게로 향했다. 한참 옆에서 츠카사와 이즈미가 싸우던 그 싸움을 중재하려고 웃고 있지만 아라시가 슬슬 화가 나려 하던 여기까지 와서도 마이웨이인 레오가 불을 피우려고 하던 리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안즈에게로 곧장 향했다. -사실 졸음이 가득해 다른 멤버들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맞을지도 몰랐다. 안즈의 바로 앞으로 와 리츠는 자연스럽게 안즈를 뒤에서 껴안고서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햇빛의 냄새가 나는 듯 했다.

 

우으...졸려 안즈.”

 

안즈가 칼질을 하며 낮게 웃었다. 목 근처에 닿은 리츠의 머리카락이 숨결이 간지러웠다. 안즈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잘 자는 리츠가 신기하기도 했지만, 워낙 시끄러웠기에 안즈는 혹여 리츠가 깨지 않을까 기민하게 리츠를 살폈다. 낮 중간에 깨버리면 컨디션이 안 좋을 테니 더 자는 게 낫겠지 라며 틈틈이 리츠가 제대로 자고 있나 살펴보았다. -간혹 안즈는 내심 리츠가 깨어나기를 바랐지만 그건 안즈의 사사로운 욕심일 뿐이었다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사로운 욕심. 지금도 그리 이른 시각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아직 졸려 보였기에 안즈는 당연하게 매번 하는 말이었지만 약간 걱정을 담아 리츠에게 물어보았다.

 

잘 잤어?”

으음..시끄러웠던 것 같긴 한데 나름?”

그럼 다행이다.”

있지 안즈는 어떻게 여기 있는 거야? 내가 차에 탈 때만 해도 없었는걸.”

쿠마군은 좀 더 회의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 왕님이 안즈랑 같이 간다고 이야기했잖아.”

 

안즈가 입을 열려는 순간 바로 옆쪽에서 특유의 짜증 섞인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이 언제 일단락 됐는지 츠카사는 울적한 얼굴로 레오의 옆으로 가서 그릴에 불을 붙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 졸음이 가득한 상태의 리츠는 안즈의 목소리 말고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자 불쾌한 얼굴로 안즈의 어깨에서 얼굴을 떼고 이즈미를 향해서 뚱하니 말했다.

 

셋짱한테 물어본 거 아닌데.”

하아!? 쿠마군 기껏 말해주는 사람에게 그게 할 태도야?!”

 

서로 째려보는 이즈미와 리츠 가운데서 안즈는 난감했다. 이러다가 저녁 한밤중에 먹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하며 하던 채소 손질을 묵묵하게 했다.

 

이즈미짱 정말 적당히 안 하면 화낼 거니까 저녁 준비하자?”

 

찌릿찌릿 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죄짓는 기분으로 칼질을 하던 안즈는 들려오는 아라시의 목소리에서 커다란 반가움을 느꼈다. 방긋 웃고 있지만, 무언의 압박이 담겨 있는 끝마디 말에 이즈미는 더 화내다 말고 본래 자리로 돌아가서 고기의 손질을 했다. 이즈미가 요리에 집중하는 것까지 보고서야 아라시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미안 안즈짱 다 맡겨버려서.”

 

아라시의 말에 안즈는 고개를 저었다. 아까 전까진 같이 하고 있었고 소동을 말려주는 아라시에게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기에 아라시가 자신에게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즈는 생각했다. 안즈는 말을 하는 대신 자신의 옆에 있는 도마를 톡톡 두드렸다. 눈치가 빠르고 안즈를 잘 아는 아라시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잘 알리라. 아라시는 안즈의 행동을 보고 가볍게 미소를 짓고서 안즈의 옆에서 다시 같이 야채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둘의 칼질이 조금 빨라졌다.

 

리츠는 이 일련의 과정을 하나하나 담다가 부럽다고 생각했다. 낫짱 안즈랑 많이 즐거워 보여. 저도 잠들지 않았으면 뭔가 달랐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안즈가 이렇게 품에 있는데도 조금 먼 듯 한 느낌이 들었다. 회의 잠들지 않았으면 좋았을라나. 이제 와서야 막연한 후회를 리츠는 했다.

 


- 밤은 예쁜 것을 보여 준다

 



안즈는 낮에 너무 피곤했는지 들어 간지 오래였고 12시가 넘어가자 칼같이도 아라시와 이즈미는 자야겠다고 텐트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피부를 위해서는 자야한다고 그렇게 말하고서. 두 사람이나 빠지자 츠카사도 하품을 하며 빠졌고. 레오는 금세 어디로 사라진 건지 보이지 않았다. 모닥불 앞에 남은 건 리츠 혼자뿐이었다. 낮에 이미 충분히 잤고 애초에 밤이 원래 리츠의 활동시간이었지만 리츠는 혼자 남은 게 불만이었다. 다들 조금 정도는 어울려줘도 되잖아. 그런 마음이었다. 원래 밤에는 혼자였기에 혼자라는 게 익숙했지만 모두와 즐겁게 떠들다가 혼자가 되어버리면 외로움이 한 움큼씩 가까이 다가와 버린다. 외로움이라는 건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익숙해지지 않는 이상한 것. 리츠는 외로움을 그렇게 생각했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모닥불이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추위를 느꼈다. 리츠는 무릎에 덮고 있던 긴 요를 머리에 둘렀다.

 

리츠는 잠시 곰곰이 고민하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 있어 봐야 쓸쓸해지기만 할 뿐이다. 산책 같은 거라도 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해 리츠는 요를 머리에 둘러쓴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을 옮길 때 마다 사 박 소리가 났다. 밤의 이슬을 머금은 잔디의 소리가 꽤 듣기 좋다고 리츠는 걸으며 생각했다. 아 약간 걸었다. 정도의 느낌이 들쯤에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표면의 호수는 잔잔했다. 리츠는 호수에 다가가 손을 약간 넣어볼까 싶으면서도 호수의 고요함을 깨기는 싫었기에 서서 가만히 내려 보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늘에도 달이 떠 있었고 호수에도 달이 떠 있었다. 달이 은은하게도 빛을 내고 있었다. 리츠는 문득 하늘을 올려다봤다. 자연스럽게 뒤엉켜 있는 여러 색들 그 색들 사이에서 반짝거리는 별. 그림이 그려진 듯한 밤하늘에 리츠는 학교에 천문부가 있으면 들었을지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도 별은 떠 있겠지만, 관찰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잠들어버리는 밤이야말로 별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같이 별을 보는 게 꽤 재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리츠는 작게 작은 별을 흥얼거렸다. 손도 약간씩 건반을 누르듯 움직였다. 피아노가 있었으면 좋았을 터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한참을 그리 흥얼거렸을까 뒤쪽에서 사 박 풀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박수 소리도 같이. 리츠의 작은 밤 연주회에 손님이 온 듯했다. 리츠는 뒤를 돌아 손님을 확인했다.

 

리츠군 여기서 뭐해.”

안즈 아직 안자? 나는 괜찮지만 안즈는 자는 게 좋지 않아?”

 

리츠의 물음에 안즈는 조용히 웃고서 리츠의 옆에 앉았다.

 

그냥 자기에 아쉽잖아. 이렇게 예쁜데.”

 

그렇게 말하면서 안즈는 하늘을 올려다보다 고개를 돌려 리츠를 향해 말했다. 안즈의 말 대로 그렇긴 했다. 밤하늘은 예뻤다. 매번 예뻤지만, 오늘 유난히 예쁜 것 같긴 했다. 그렇다고 좀 걸리는 호수까지 오기에는 그랬다. 피곤한 마당에. 굳이 안즈가 여까지 와서 밤하늘을 볼 이유는 못되었다. 리츠는 안즈에게 무슨 일이 있나를 살펴봤다. 딱히 다친 곳도 운 흔적도 없었다. 다만 얼굴이 살짝 붉었을 그뿐이었다.

 

안즈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전혀.”

그래?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 여기까지 와서.”

 

리츠는 다정한 표정과 목소리로 안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무 일 없었다면 다행이야. 리츠는 다정하게 상냥하게 그리 말했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광경에 안즈는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밤이라 그런 걸까.

 

이거 있지 조금 색다르다.”

뭐가?”

평소에는 내가 리츠군 머리를 쓰다듬는 데 오늘은 반대여서 조금 이상한 기분이야.”

흐응.... 이것도 나쁘지 않네.”

 

리츠는 가볍게 웃으며 안즈의 머리를 몇 번 더 쓰다듬다 손을 거뒀다. 손이 떨어져 아쉬운 느낌이 남았다고 안즈는 머리를 매만지며 생각했다. 대충 만지고서는 안즈는 입을 떼기를 머뭇거리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까지 온 거 리츠군 찾으러 온 거야.”

 

안즈의 말에 리츠가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안즈를 바라봤다. 안즈의 시선은 여전히 밤하늘에 있었다.

 

낮에 리츠군. 자느라 같이 못 있었잖아. 그게 아쉬워서 나왔는데 리츠군 어디에도 안 보여 여기까지 왔어. 이렇게나 예쁜데 혼자서 보면 자면 아쉽잖아.”

 

안즈의 시선은 여전히 하늘을 향해 있었지만, 리츠의 시선은 안즈를 향해 있었다. 리츠는 시선이 마주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와 눈 온다.”

 

안즈의 말에 리츠는 하늘로 고개를 돌렸다. 반짝거리는 별과 밤사이에서 조용하게 작고 하얀 게 느릿하게 내려왔다. 느릿하게. 올해의 첫눈이었다. 눈은 느릿하게 내려 안즈의 머리에 손에 옷에 얼굴에 입술에 살짝 씩 안치했다. 마찬가지로 리츠의 눈에 머리에도 손에도 옷에도 눈이 담겼다. 리츠는 하늘을 보던 고개를 돌려 안즈를 보았다. 반짝거리는 별과 조곤조곤한 밤의 색도 내려오는 눈도 예뻤지만 그걸 보고 있는 안즈가 더 사랑스럽고 예쁘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아까의 했던 말의 탓일 수도 있고 내려오는 눈이 예쁜 탓일 수도 있고 오늘따라 유난히 밤하늘이 아름다웠던 탓일 수도 있지만 안즈는 예뻤다. 사랑스러웠다. 붉어진 볼이 눈을 보고 즐거워하는 맑은 눈이. 눈이 내려 하양을 덮은 갈색의 머리가. 안즈의 입에서 눈이 반짝거렸다. 언젠가 있지 안즈와 다시 한 번 더 이곳에 오면 좋겠어. 다음번에 둘이서 아쉽지 않게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 안즈의 시간에 내가 나의 시간에 안즈가 있기를 그런 마음으로 리츠는 조심히 걸치고 있던 담요의 끝을 잡고 안즈를 담요의 품 안으로 들여왔다. 안즈의 눈이 조금 커졌고 리츠의 입술이 안즈의 입술에 닿았다. 리츠는 눈이 무척 달다고 생각했다

그랬다 눈이 달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눈이 보고 싶다..

같이 첫눈 맞는 리츠안즈


*밤캠핑은 생각보다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리츠안즈가 꼭 밤캠핑을 가기를 간절히 기도드리옵나이다


*서로의 시간을 함께 하기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