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같이 찾아오는 거대한 이게 여름이지 하는 게 있다. 흔치 않은 날이기에 제대로 기억할 수 있다. 사계절 중 흔하지 않은 낮보다 아름다운 밤의 날이 있다. 여름의 여러 날이 그렇다. 태양보다는 못하지만, 잔뜩 여러 색이 검은 하늘에서 밝음을 자신이 빛나고 있다는 걸 알렸다. 별들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색들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빛난다. 몇 되지 않은 떠들썩한 즐거운 밤의 날임을 리츠는 잘 알고 있었다. 하품을 연실 해대면서도 잠자리에 들지 않고서 리츠는 고민에 빠졌다. 얼굴을 괴고 있는 손을 제외한 나머지 손에는 축제의 포스터가 들려 있었다. 눈에 들어오는 불꽃의 그림이 알 수 없는 마음을 들게 했다. 말하는 건 무엇보다 쉽지만, 마음에 걸렸다. 혹여. 라는 불안감이 알게 모르게 자리하고 있었다. 자신 외에도 안즈와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분명 많을 테고 먼저 가자고 제안받았을지도 몰라. 선약을 중시하는 안즈니까. 곤란하거나 미안한 얼굴을 하며 말할지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리츠는 손에 꼭 쥐고 있던 축제의 포스터를 놓아주었다. 쥐고 있던 손에서 나지막하게 미련이 남아있었다. 팔랑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축제의 포스터가 유난히도 쓸쓸해 보였다. 커튼이 쳐져 어두운 방 안에서 리츠는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았다.
축제 안즈랑 같이 가고 싶은걸.
뱉을 수 없는 말이 천장에 둥둥 떠다녔다. 배려라는 건 이렇게 외로워지는 걸까. 안즈의 곤란한 얼굴이 걸렸기에 처음으로 자신을 뒤로하고 해본 나름의 배려에 리츠는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안즈가 보고 싶어. 웃어주던 안즈의 얼굴이 천장에 선명하게도 떠올랐다.
축제 가지 말까.
어쩐지 가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랑 같이 즐거운 안즈를 보면 마음이 아플지도 몰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질지도. 그리움에 가득 찬 붉은 눈동자가 내려오는 눈꺼풀에 의해 서서히 사라져갔다.
- 밤의 배려는 희미하게 아픈 구석이 있다.
“리츠! 어이 리츠!”
“마…. 군”
“웬일이야 이 시간까지 자고 있고 축제날에는 좀 일찍 일어나 있으면서.”
마오는 말을 하면서 방에 처져 있는 커튼을 걷고서 리츠를 돌아보았다. 온통 새까맣던 방 안에 석양이 새어 들어왔다. 해가 슬슬 저가고 있는 시간이었다. 리츠는 침대에서 여러 번 뒤척거리다 석양에 따뜻해지는 느낌에 몸을 일으켰다. 잠이 가득 들어있는 눈을 여러 번 느리게 깜박이다 눈에 석양이 닿자 리츠는 천천히 온전히 눈을 떴다. 마오는 멍하니 앉아있는 리츠를 꺄우뚱거리며 바라보다 손에 들고 있는 유카타를 리츠의 품에 안겨주었다.
“사쿠마 선배가 너 꺼 라고 주시더라 지금 가면 인파에 죽어날지도 모르겠다.”
상상을 해보는지 마오의 얼굴은 더위에 지쳤을 때의 표정과 똑같았다. 질린 얼굴이었다. 리츠는 사쿠마 선배라는 부분에서 얼굴을 찡그리다가 유카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서 입을 열었다.
“마군 혼자 가.”
“어…어?! 리츠?”
“마군 혼자 다녀와 난 안 갈래.”
“사쿠마 선배가 준 유카타 입기 싫어서 안 간다는 거야?”
“마군은 내가 어린애인 줄 아나 봐 그냥 가기 싫어졌을 뿐이야.”
불퉁한 얼굴로 마오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고서 창가로 고개를 돌리는 리츠를 마오는 이상한 얼굴로 빤히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보았기에 알 수 있는 게 있다. 지금의 리츠는 무언가 이상해져 있다고. 한동안 괜찮다가도 간혹 올라오는 묘한 행동들은 억지로 무리하고 있다던가 혹은 상태가 매우 안 좋다는 걸 마오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쉬고 마오는 장난스런 미소를 얼굴에 띄웠다. 이대로 둘 수도 없고 말이지. 일단 밖으로 데리고 나오면 리츠 나름대로 무언가를 찾아내고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마오는 리츠를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뭐하는 거야 얼른 안 갈아입고 이번엔 너가 나한테 어울려줘야지 이쪽은 매번 휘둘려주고 있는데.”
얼떨결에 잡아당겨 져 일어서게 된 리츠는 멍한 얼굴로 시원하게 웃는 마오를 보았다. 어쩐지 울고 싶었다. 안즈가 떠올랐다. 아마 안즈가 찾아와서 이렇게 가자고 끌어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먼저 나서서 마음을 보여주기를 자신은 조금 기대를 했을지도 모른다. 배려라는 건 변명에 불과했을지도. 작은 두 손으로 자신의 손을 꼭 잡고서 얼마 되지 않는 힘으로 저를 당기면서 축제에 가자고 해줬을지도 모른다. 시원하게 사랑스럽게 웃어줬을 그 모습에 사랑스러워서 자신도 모르게 웃어버리면서 끌려가 줬을지 모를 그 모습이. 상상이라도. 마음이 아팠다. 안즈 있지 사실 너무 보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어. 입에서 차마 뱉지 못할 말이 안에서 맴돌며 찌르는 것 같았다. 아픔이 표면으로 올라왔다. 얼굴이 일그러졌다.
“리츠 아파? 그러면 말을 해주지 그냥 집에 있어 미안해 억지로 나가자고 해서.”
마오는 미안한 얼굴을 하고서 리츠의 손을 놓고서 말했다. 리츠는 놓인 손을 미안한 얼굴을 한 마오를 가만히 바라보다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아니야 가자 마군.”
미안한 얼굴이. 안즈가 곤란해 하는 얼굴이. 연실 겹쳐서 떠올랐다. 배려라는 건 힘든 구석이 많았다. 자신의 마음을 뒤로한다는 건. 상대방을 먼저로 한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표정이 수없이도 희미해져 갔다.
- 배려보다는 원래의 밤을 사랑했다.
시끌벅적한 소리와 함께 석양과 닮은 듯 안 닮은 듯 애매모호한 주황의 빛이 길을 비췄다. 여기저기 냄새와 소리와 색이 퍼져갔다. 퍼진 그 사이로 사람들이 소리를 내며 걷고 웃고 있었다. 이 중에서 우울한 얼굴을 한 건 사과 사탕을 떨쳐버린 아이와 리츠뿐이었다. 아이는 떨어진 사탕을 보면서 세상을 잃어버린 듯 울었다. 리츠도 닮았다. 아이처럼. 자신의 세상이 사라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밤의 하늘은 아직 별과 달만 떠 있을 뿐 깜깜했다. 자신도 위의 하늘처럼 속이 겉이 까맣기만 했다. 사랑한다면 배려를 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배웠던 그 마음은. 참으로 힘든 마음이구나. 즐거웠어야 할 낮보다 환했을 여름의 밤에 리츠는 외로움을 느꼈다. 만약 여기서 안즈를 발견한다면 나는 더는 서 있지 못할지도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오늘의 시끄러운 밤은 태양보다도 견디기 힘들지도 몰라.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붉은 눈동자가 참으로 슬퍼 보였다. 어느새 인파에 휩쓸려져 마오와 떨어져 길 한가운데에서 멀뚱멀뚱하니 서 있던 리츠는 앞으로 걷던 걸음을 뒤로하고 등불이 존재하지 않은 어두운 길을 향해 뒤를 돌아 걸었다.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길에 리츠는 조금의 웃음이 지어졌다. 소리를 내며 한 걸음을 걸었을 때 귀에 어렴풋한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아주 미세하고도 작은 소리지만 자신의 이름이기에 리츠는 잠시 뒤를 돌았다. 길은 여전히 떠들썩하고 소리가 향이 웃음이 퍼져있었지만 그중에 자신의 이름은 없었다. 아마 그리운 나머지 환청이 들렸다 싶은 느낌에 리츠는 다시 뒤를 돌아 걸었다. 다시 한 걸음 더 내딛자 이번엔 정확하게 리츠라는 이름이 귀에 들어왔다. 귀에 들어온 소리는 말은 갈색의 온기를 띄고 있었다. 너무 익숙하고도 사랑하는 목소리다. 뒤돌아보면 안즈가 있어. 그 말은 행복과 아픔 중간에 자리하고 있었다. 만난 게 기쁘지만 아마 다른 사람과 있을 안즈를 보면 정말 무너져 버릴지도 몰라. 리츠는 걸음을 내디뎠다. 그 순간 잡아오는 손에 몸이 뒤로 기울었다. 코끝에 따뜻함이 풍겼다. 안즈다.
“하아...하..리..츠...군 왜 도망쳐?”
달려온 듯 안즈는 숨이 찬 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 와중에도 잡은 리츠의 손은 있는 힘을 다해 잡고 있어. 그 손이 무척 간절해 보였다. 리츠는 잡힌 손에 몸이 얼기라도 한 듯 꿈적도 하지 않았다. 아니 돌아보기가 무서웠다는 게 사실 맞을지도 몰랐다. 안즈를 보기가 무서웠다. 안즈는 약간의 시간 동안 숨을 더 쉰 뒤 입을 열었다.
“왜 안 섰어? 목소리 들렸잖아.”
물어오는 말에 확실하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무섭다고 어떻게 말을 할까. 안즈가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운 듯 웃고 있을까 봐 그게 무서워서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어떻게 말하면 되는 거야 안즈? 물론 나오는 말은 없었다. 그저 속으로 여러 번 묻고 말할 뿐. 안즈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자신에게 잡힌 채 앞을 보고 서 있는 리츠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손을 더 꼭 잡고서 말했다.
“있지 리츠 미안해 나 너무 당연하게 리츠군이 먼저 축제 보러 오자고 할 줄 알았어. 언제나 당연하게 리츠군이 먼저 마음을 써서 다가와 주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어. 오늘 축제 오기까지 엄청 고민했어. 혹시 리츠군 보면 어쩌지 하고 마오군이랑 재밌게 놀고 있으면 어쩌지 마주치면 어쩌지 하고 보면 엄청 외로워져 버릴 것 같아서. 리츠군 발견했는데 말 걸기까지도 오래 걸렸어. 무서워서 리츠군 즐겁게 웃고 있으면 어쩌지 다행인데 즐거우면 다행인건데 그게 무서워서 말 걸기까지 너무 오래 걸려버렸는데 그래도 용기 내서 리츠군 불렀는데 돌아봐 주면 안 되려나?”
마지막의 말끝이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들려오는 말이 환상인 것도 같았다. 내가 제멋대로여서 안즈가 분명 곤란해 하는 줄 알았어. 곤란한 얼굴이 조금은 미안해서 나름의 배려라는 걸 했어. 사랑하면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거라고 들었거든. 근데 배려라는 게 생각보다 외로워서 쓸쓸해서 많이 아팠어. 이게 나뿐인 줄 알고 조금 원망도 했어. 안즈도 나처럼. 외로웠구나. 무서웠구나. 말이 들려오니까. 눈물이 터질 것도 같았다. 리츠는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안즈의 손을 반대쪽 손으로 잡고서 몸을 돌렸다. 안즈의 갈색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리츠군 같이 축제 구경하지 않을래?”
먼저 내민 손이 말이 따뜻했다. 어느샌가 서로에 익숙해져서 너무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었다. 자신의 제멋대로도 안즈의 따뜻한 기다림과 상냥함도. 어쩌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도 안즈에게 자신이 익숙함의 큰 일부라는 게 기뻤다. 처음으로 먼저 건네준 같이 하자는 마음이. 사랑스러웠다. 아마 배려라는 사랑의 방식은 저에게 맞지 않은 게 분명했다. 사랑의 종류가 여려가지 이듯이 분명 사랑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고 여러 가지일 것이라고 리츠는 그렇게 생각하며 안즈의 내민 손을 잡았다. 리츠의 눈이 예쁘게도 접혀 웃었다.
내민 손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검은 밤하늘에 색의 불꽃이 축제를 알렸다. 아직 낮보다 환한 여름의 밤은 길다고.
안즈 너의 오늘 밤을 나에게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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