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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츠카안즈] 난간의 끝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Sereno - 나의 빛나는 별



[츠카안즈] 난간의 끝에서 손을 내밀었습니다

*흰눈곰님의 얀데레 이메레스에서 동반자살의 츠카사의 대사를 보고 연성한 글입니다 . 츠카사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세상 어디와도 연결된 곳이 있다. 위로 막는 거 하나 없이 탁 트여 어디로든 갈 수 있도록 열려 있는 하늘이 있다. 하늘을 마주하고 츠카사는 높은 곳에 섰다. 하늘이 맑았다. 유유자적 흘러가는 구름도 예뻤다. 태양은 정면으로 바라보기엔 눈이 부셨지만, 그 따가움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렇게 하늘을 마주한 것이 오랜만의 일이기에 츠카사는 기뻤다. 곧 이곳으로 올라올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마음에 더 들뜬 걸지도 몰랐다. 어찌 되었던 길든 짧든 몇십 년간 살아왔던 날들 중에 이렇게 홀가분하고 상쾌한 기분이 드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자연스럽게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느른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있을 때쯤 급박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는 미약한 소리를 내면서 점점 가까워져 왔고 큰 소리를 내며 옥상의 문을 열었다. 조금 녹이 슨 옥상의 문이 끼익 소리를 내자 츠카사는 부드럽게 뒤를 돌았다. 갈색의 머리가 느른한 바람에 힘없이 날렸다. 갈색의 눈이 불안함을 내보이며 자신을 보았다. 뛰어왔는지 몰아쉬는 숨소리가 들렸다. 그 와중에도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갈색의 눈이 좋았다. 자신이 세상에 가장 사랑하는 갈색의 사람. 한 번도 이름을 불러본 적이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왠지 이름이 부르고 싶었다. 츠카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안즈를 향해 소리 없이 입을 움직였다. 안즈. 동글동글한 말이 마음에 입에 남아 가슴이 아릿하게 울렸다.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아릿함이 계속 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입 밖에는 꺼내지 않을 말이 이렇게도 설레었다. 내뱉으면 얼마나 심장을 아릿하게 눌러올까. 마음이 진하게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언제쯤이면 오롯하게 누님의 이름을 불러볼 수 있을까요. 이제 그 기회는 없겠지만, 마지막이니 용서해주세요 안즈.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름인가 몇 번이라도 불러버릴 이름에 츠카사는 더는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안즈가 숨을 몰아쉬고 진정이 되자 안즈는 천천히 몸을 곧추세워 츠카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츠카사군 가자 응?”


불안한 얼굴빛에 떨리는 목소리로 안즈는 말했다.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깊게도 배어있었다. 그 목소리에도 츠카사는 그저 평온한 얼굴로 안즈를 바라볼 뿐이었다. 항상 저를 바라볼 때의 누님은 상냥하고 자애롭고 그런 얼굴이었다. 처음으로 보는 안즈의 새로운 표정에 츠카사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저는 누님께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수도 있는 거군요. 지금 제가 얼마나 기쁜지 누님께서는 모르시겠지요.


“츠카사군 제발 돌아가자.”


거의 울 듯한 얼굴로 안즈는 재차 말했다. 바람은 여전히 느른하게 불었다. 안즈의 갈색의 머리가 다시 살랑거리자 안즈는 한 걸음 앞을 츠카사는 뒷걸음질을 쳤다. 얼굴은 불안함과 평온함이었다. 한쪽은 세계에 종말이 온 듯 한쪽은 세계에 영원한 평화가 온 그런 얼굴이었다. 둘 다 위태롭게 걸음을 뒤로 앞으로 걸었다. 걸음이 끝난 것은 츠카사가 더는 뒤로 걸을 걸음이 없을 때였다. 난간 벽에 기댄 츠카사를 안즈는 조금 안심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하나 안심하기가 무섭게 츠카사는 아슬 한 폭의 난간 벽에 위태롭게 섰다. 츠카사의 붉은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입은 교복 재킷이 바짓단이 펄럭였다. 느른하던 바람에 힘이 들었다. 츠카사는 아랑곳하지 않고서 위험하게도 난간 위에서 몸을 돌려 안즈를 마주 보았다. 작게 말을 읊조리는 안즈의 표정은 간절했다.


“누님.”


츠카사의 부름에 안즈는 여전히 불안함과 두려움의 눈으로 츠카사를 보았다. 보라색의 눈이 맑았다.


“츠카사군 위험해 내려와.”

“누님은 언제나 상냥하십니다. 지금도 안 다가와 주시고 이렇게 제 말을 들으려고 해주셔서 저는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다 들어줄게. 츠카사군 내려와 제발.”

“무엇이든 말입니까?”

“응 그러니까 내려와 줘….”


응 이라는 대답에 마음이 저릿했다. 어디까지나 누님은 상냥하시군요. 그렇지요 누님은 모두에게나 상냥하시죠. 그게 저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른 사람들에게 모질어질 수 있었다면 괜찮았을까요? 애초에 제가 스오우가 아니었다면 끝은 달랐을까요? 이루어질 리 없는 갖가지의 가능성들이 스치듯 지나갔다. 존재할 리 없는 달랐을 가능성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아프지만 츠카사는 웃었다. 어느 때보다 가볍게 보라색의 눈을 접고 말했다.


“누님 저와 함께 가시지 않겠습니까?”


같이 가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안즈도 츠카사 자신도 무슨 말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말은 자신이 뱉은 말 중 그 어느 것보다 무거웠지만 뱉어내는 호흡이나 숨소리 짓는 표정은 가볍고도 흐렸다. 안즈의 표정은 반대로 방금까지 짓던 표정과는 전혀 다른 무거움이 내려앉았다. 불안함보다는 슬픔이 얼굴에 자욱했다. 무엇에 대한 슬픔인가. 자신인가 상황인가 다른 무엇인가. 갈색의 눈이 진해졌다. 안즈는 빤히도 츠카사를 바라보았다. 대답을 구하는 것이라고 보기에는 눈을 바라보지 않았고 모습을 담는 눈에 슬픔이 그리움이 안타까움이 넘쳤다. 작게 한숨이 나왔다. 다시 느른해진 바람 속에 한숨이 탔다. 이런 걸 바란 적이 없는데. 대체 어디서 잘 못되었고 여기까지 왔는지 안즈도 몰랐다. 분명 츠카사도 모를 것이다. 둘 다 바란 끝이 이곳은 아니었기에. 다시 입을 연 것은 츠카사였다.


“산 자가 죽은 자보다 나은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누님 저는 누님과 함께 가 아니면 이곳은 Hell보다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말해?”


세상이 별거 아니라는 듯 굴러다니는 돌멩이와도 같이 말하는 듯 아무 미련없이 츠카사는 그렇게 말했다. 이루말할 수 없이 슬픔이 느껴졌다. 겉보다는 속에서 눈물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쉽게 떨어져버릴 것 같았다. 가족도 친구도 전혀 아무것도 걸리지 않은 듯 츠카사의 눈은 오롯하게 안즈만 담고 있었다. 계속해서 묻고 싶었다.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지. 어째서 자신외에는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듯이 구는지. 답이 조금은 무서웠다. 알 것 같은 답을 확실하게 알기가 무서웠다. 그래도 들어야 했다. 답은 그랬다. 무거운 마음이었다.


“저는 Hell이라도 누님이 계시면 갈 수 있고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곳이 Heaven입니다.”


진실로 그리하였다. 당신이 있는가 없는가로 판가름 나는 게 지옥이고 천국이다. 그 어떤 가시밭길이라도 당신이 있어 주는 것으로 걸을 수 있다. 발바닥에 가시가 다 박혀 더는 걷을 수 없을 정도로 문드러지고 걸을 때마다 넘쳐흐르는 피에 찰박거리는 소리가 나고 가는 길마다 핏발 자국이 찍힐 만큼 피가 난다고 하여도 걸을 것이다. 그곳에 당신이 있기에 나는 걸을 수 있다. 반면 그 어떤 낙원이라도 당신이 없다면 그곳은 풀 한포기 물 한 방울 나지 않는 황량한 사막과도 불과하기에 아니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공간과도 같기에 세상 모든 것을 포기하겠노라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진실로. 그랬다. 제게 있어 누님은 제 전부니까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떤 것이든 버릴 수 있는 전부.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삶 같은 건 버릴 수 있습니다 누님."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는데 막혔다. 입이 도통 떨어지질 않았다. 안즈는 자신이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가를 생각했다. 아니 그 생각보다. 저 아이가 무슨 말을 내뱉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했다. 살아온 모든 걸 버린다고. 그리 말하고 있었다. 가늠해본 적 없는 상대방의 마음의 무게가 매우 무겁게도 안즈를 짓눌렀다. 상상보다.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은 그 무게는 감히 말을 꺼낼 수도 없을 만큼 무거웠다. 바람이 느른하게 불었다. 힘 하나 없이 꽃잎 한장 흩날릴 정도로만 불었다. 츠카사는 여전히 사람의 발로 더는 걸을 수 없는 하늘을 뒤로한 난간에 서서 안즈를 보고 있었다. 츠카사는 정중하게 한 손을 안즈에게 내밀었다.


“누님과 함께라면 그 어디라도….”


스오우 츠카사는 웃었다. 이때까지 안즈의 앞에서 지어주었던 어떤 웃음보다도 찬란하게 환하게 아름답게 그는 웃었다. 웃음에서 일말의 망설임도 두려움도 있지 않았다. 그는 그저 웃었다. 꽃처럼 따스하게. 안즈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자신이 츠카사에게 대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 웃음이 미소가 아름다워서 슬퍼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따스해 보이는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설령 그 밑이 기댈 곳 하나 없는 하늘의 한가운데라도. 떨어져 있는 손이 뻗어있는 손이 쓸쓸했다. 그래도 따스함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손을 잡고 싶었다.


“츠카사군.”

“강요는 하지 않아요. 누님 그저 알아주세요. 누님을 사랑했던 사람 중에 스오우 츠카사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그거면 저는 웃을 수 있습니다.”


혼자서 가게 되면 바라는 건 하나였다. 당신이 나를 잊지 말아 주길. 당신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영원히 살기를 츠카사는 간절하게 바랐다. 살아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죽어서 당신 곁에 영원히 머물겠노라고. 당신 속에 마음의 형태로서 영원히 살겠노라고 그게 기사 스오우 츠카사가 바라는 것이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이고 아름답게 같이 죽을 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어릴 적 읽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사랑 앞에서 망설임 없이 죽을 수 있다는 게 상대방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게 어린 눈에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동경한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츠카사는 생각했다. 그러나 동경은 어디까지나 동경이다. 현실은 극과 다르다. 언제나 그대로 자유롭기를 바라는 사람이기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자유로웠으니까. 권유는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는다. 혼자 가게 되더라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누님의 앞이니까요. 가는 순간 보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누님 사랑해서 행복했습니다. 츠카사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밀었던 손을 천천히 걷었다. 그 순간 걷는 손을 꼭 잡는 손이 있었다. 내밀어 진 손에 올라온 작은 손은 갈색의 온기를 품고 있었다.


“같이 가 츠카사군.”


안즈는 손을 잡았다. 웃었다. 울었다. 웃는 얼굴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고 흘렀다. 후회의 눈물일까? 안타까움의 눈물일까? 아니었다. 그저 아름다웠기에 흐르는 눈물이었다. 마음이 아름다웠다. 웃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저 내밀어진 손이 쓸쓸했기에 아파 보였기에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마음이 앞섰다. 끝내 손을 잡았고. 손은 따뜻했다. 후회라던가 그런 감정은 전혀 없었다. 아 잡아서 다행이야 라는 생각이었다. 그리움보다는 함께 있는 것이 좋을테니. 지독하게 하늘만 올려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게 마지막 함께 같이 보는 예쁜 하늘이다. 안즈는 츠카사의 손을 잡은 채로 조심히 난간으로 올라섰다.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안즈는 고개를 돌려 츠카사를 보고 웃었다. 츠카사는 일련의 과정을 놀란 듯 멍하니 안즈를 따라 눈을 움직이다 안즈가 자신을 보며 웃자 이내 곧 저도 부드럽게 따라 웃었다. 당연하게도 둘은 서로를 향해 예쁘게 웃어보였다. 잡은 손에 더 힘을 주고서 웃었다. 웃음이 미소가 더할 나위 없이 환했다.


둘은 아주 가볍게 침대에 눕듯 하늘에 누웠다.



* * *




어디에 살고 어디에 존재하던 제 옆에 있어주세요. 당신과 함께라면 어떤 곳이든. 그곳은 천국일 테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흰눈곰님 연성에서 받은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는데....ㅠㅠㅠㅠㅠ 어찌 이리 되었는가ㅠㅠㅠㅠ


*모두들 흰눈곰님의 얀데레 이메레스의 츠카사를 봐주세요...진짜...최고ㅠㅠㅠㅠ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