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안즈.
마음은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행동은 마음을 제멋대로 표현한 지 오래였다. 아 그러면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를 생각하다 리츠는 문득 자신이 없을 때의 안즈를 생각했다. 잠결에 희미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안즈는. 그래 즐거운 듯 웃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면서 눈이 감겨가면서 그런 생각들을 했다.
낮에도 오롯하게 떠 있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아
그저 네가 있는 동안에 눈을 떠서 너를 볼 수 있는 그 시간을 원해
*
- 달은 해바라기를 부러워했다.
언제나 해를 태양을 바라볼 수 있는 해바라기가 되고 싶었다.
“저기 리츠?”
“응.”
“왜 그렇게 노려보는 거야?”
“마 군이 부러워서.”
리츠의 영문 모를 말에 마오는 황당한 얼굴을 했다. 그런 마오의 얼굴에도 불구하고 리츠는 마오를 약간의 부러움과 미움을 담아서 노려보는 것을 그만두지 않았다. 마오의 노려보는 리츠를 무시하기로 했다.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이 걸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수업을 안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마오는 리츠를 어이없이 바라보는 것을 그만두고서 앞을 보며 수업에 집중했다. 마오가 고개를 돌리자 리츠는 재미없단 얼굴을 하고서 마오를 잠깐 더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오늘도 여전히 태양은 제 빛을 환하게 내며 모든 것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끝도 없이 빛나고 환해서 그렇게 올곧 하게 너를 바라보는 게 많은가 봐. 나는 네가 가버린 뒤에 야만 비로소 눈을 뜰 수 있는데 정말 잔인하기도 하지. 리츠는 태양을 바라보며 괴로운 얼굴을 했다. 태양이 정면을 다가와 괴로운 건지 마음이 아파 괴로운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어느 태양에게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리츠는 태양을 바라보던 걸 뒤로 하고 교실을 돌아보았다. 다들 재 나름대로 집중하면서 수업을 듣고 있었고 자신을 빼고서 단 한 명도 괴로워 보인다거나 하지 않아서 리츠는 씁쓸한 얼굴을 하며 몸을 천천히 낮춰서 책상에 엎드렸다. 들려오는 수업내용을 귀에 담으면서 리츠는 눈을 감았다. 이대로 잠들지 않으면 좋을 텐데.
흔들리는 몸에 리츠는 가뭇한 눈을 천천히 떴다. 눈을 뜨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는 마오가 보였다. 리츠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생각했다. 결국, 잠들었구나. 허탈함과 함께 입에서 쓴맛이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어떻게 안 되는 걸까. 리츠는 멍하니 눈을 깜박거리다가 마오에게로 고개를 돌려 물었다.
“마군 있지 낮에 잠을 안 잘 수는 없는 걸까?”
“어, 어?!”
“뭐야 그 놀란 표정은 조금 기분이 나쁜데.”
“아니 너가 놀라운 말을 하니까 그렇지.”
“그래서 안 잘 수는 없을까?”
“그나저나 왜 안 자고 싶은 건데?”
“해가 떠 있을 때 나도 떠 있고 싶어서.”
추상적인 말에 마오는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예전부터 이렇게 말한 단 말이지. 중요한 건 제일 알지 못하게 어렵게 말한 다고. 마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리츠 알기 어렵다고. 애초에 나로서는 안 자는 게 당연한 거여서 어떻게 말을 해줄 수가 없어 해가 저렇게 떠 있는데 잠이 올 리가 눈부셔서 눈이 절로 떠져서 바라보게 된 달까.”
마오의 말에 리츠는 부루퉁한 표정으로 마오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묻는 거잖아. 차마 투정부리는 말을 하지는 못하고 리츠는 한숨을 폭 쉬고서는 책상에 엎드려 웅얼거리듯 말을 했다.
해바라기는 부럽네. 떠 있는 동안 바라볼 수 있는 게 당연해서
- 달은 해바라기를 질투했다.
평소와 다르게 소파에서 자고 있지 않고 멀뚱멀뚱하니 의자에 앉아있는 리츠를 본 에이치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들어오다가 이내 원래의 나긋한 표정을 지으며 차를 내릴 준비를 했다. 리츠는 하품을 연실 내뱉으며 에이치를 가볍게 반겼고 에이치가 차를 다 내려 잔에 따를 때쯤 하지메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가든 테라스의 안에 연한 꿀 같은 향이 퍼졌다. 진한 주황빛이 차기에서 나와 찻잔에 소담하게도 담겼다. 리츠는 찻잔을 가만 바라보다가 우유를 하나 꺼내 1/2 정도 찻잔에 붓고서 에이치와 하지메에게 넣을 거 냐고 물어보고서 이대로가 좋다는 말을 듣고서 리츠는 우유를 다시 가져다 놓고서 자리에 앉았다. 리츠가 앉자 셋 모두 아무 말 없이 찻잔을 조용히 들었다. 달칵거리는 소리만이 가든 테라스 안에 조용히 울렸다.
한 모금을 넘기고서 셋 모두 찻잔을 내려놓자 에이치가 문득 리츠를 돌아보았다. 하지메는 가만히 찻잔을 만지작거리면서 리츠와 에이치의 표정을 살펴보다 가만히 찻잔 주변을 둥글게 만지작거렸다. 리츠는 스트레이트를 가장 즐기는 편이라 밀크티를 자주 마시지 않는 편이었다. 보기 드문 리츠의 밀크티에 에이치는 가볍게도 웃으며 물었다.
“웬일이야 밀크티라니.”
“밀크티가 잘 어울리니까.”
“단지 그 이유로?”
에이치의 물음에 리츠가 에이치를 노려봤다. 오랜만에 보는 재밌는 리츠의 모습에 에이치는 즐거워했다. 흔치 않으니까 말이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에이치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으로 리츠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리츠는 밀크티 보다는 스트레이트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오늘따라 밀크 티인 이유는 마음이 조금 쓰라려서였다. 부드럽게 마시면 조금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보 같은 생각에서였다. 온종일 생각하느라 지쳐버려서이기도 했다. 어째서 이렇게 힘든 걸까. 그렇게 큰 걸 바란 걸까? 다시 생각하자니 마음 한쪽이 아려왔다. 애써 표정은 평소의 그대로였지만 입에서 느껴지는 밀크티의 뒷맛이 까슬하게도 느껴졌다. 그저 그냥 그렇게 넘어가 주면 안 되려나. 리츠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응 그냥 그 이유로.”
에이치는 리츠의 미소에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다시 나긋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구나. 라는 대답을 하고서 에이치는 더는 리츠에게 묻지 않았다. 리츠는 에이치의 답을 듣고서 미소를 얼굴에서 지우고서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나 가든 테라스 안을 걸었다.
리츠는 가든 테라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테라스 안은 생각보다 넓고 햇빛이 가득하게도 들어왔다. 꽃이 자라기 위해선 당연하지만 서도. 리츠는 꽃향기와 함께 햇빛을 받으며 걷다 밖으로 통하는 테라스의 끝쪽에 자리한 해바라기를 발견했다. 아. 하고 탄식이 절로 흘러나왔다. 신기하면서 당연하게도 해를 향해 고개를 하고 반짝거리고 있었다. 리츠는 해바라기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뻗었다. 꽃잎이 모습이 따뜻했다. 해를 바라봐서 해와 닮아가는 걸까? 질투 나게도 닮아가는구나. 모습이 향기가 따뜻함이. 온통 물들어서 닮아가고 있어서. 리츠는 잡아뗄 듯이 해바라기의 꽃잎을 잡아당겼다.
이젠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것들은 여전하게도 익숙하지 않았다. 몇 번을 겪어도 외로움을 익숙해지지 않았다. 기다리는 것들도. 매번 혼자 남겨지는 건. 받지 못할 마음은. 아프도록 쓰라렸다.
리츠는 한때 자신이 해바라기와 같다고 생각했다. 기다렸으니까. 한참을 오래도록 바라봐 줄 때까지 기다렸으니까. 해바라기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을 했었다. 기다림 그리움을 가득 담은 이 꽃을 닮았다고 그리 생각했었다. 하나 지금에 와서 보니 가장 큰 다른 점이 존재하고 있었다. 적어도 해바라기는 태양을 바라보며 그리워할 수 있었다. 기다릴 수 있었다. 그게 가장 달랐다. 태양이 이미 가버린 뒤에서야 눈을 떠가는 뒷모습을 보며 태양을 그리는 게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멀어져가는 그 모습에 얼마만큼의 외로움을 느끼는지. 적어도 해바라기는 같은 시간 내에서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마 군도 다른 사람도 가장 환한 그때의 안즈를 안즈의 밝고 환한 그 웃음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은 어쩌면 잘 볼 수 없는 그 웃음들을 모습을. 부럽고도 미웠다. 아 그런 추잡한 마음이 자꾸 피어났다. 리츠는 처연한 얼굴로 해바라기를 바라보다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아.
리츠가 나간 자리에는 노란빛의 꽃잎이 한 장 떨어져 있었다.
- 해바라기가 되지 못하는 달에게
태양은 말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시간은 어이없게도 빠르게 흐르고 만다. 리츠는 석양빛으로 물든 복도를 지나면서 드문드문 고개를 들어 서서히 들어가려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리츠는 가던 길도 멈추고서 태양이 조금씩 들어가는 순간을 눈에 새기고 있었다. 붉은 눈동자에 석양이 태양이 담겼다. 그런데도 눈은 무척이나 슬퍼 보여 눈물이라도 톡 하고 떨어질 것만 같았다. 한참을 멍하게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리츠를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리츠군?”
“안즈?”
리츠는 약간 놀란 얼굴을 하고서 자신을 보고 있는 안즈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거야? 리츠는 이맘때 쯤 항상 트릭스타와 하교를 하는 안즈를 알았다. 그 모습은 리츠로 하여금 여러 마음을 가지게 했다. 태양이 바라봐 주는 해바라기. 생각하면서도 안 좋은 마음들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그 김에 리츠는 불퉁한 채로 말했다.
“왜 여기 있는 거야?”
왠지 모를 리츠의 가시가 돋쳐 있는 말에 안즈는 의문을 띄우며 리츠에게 다가갔다. 빠르지도 않게 그저 석양이 퍼지는 것처럼 안즈는 리츠에게 다가갔다.
“리츠군 외로웠어?”
안즈의 말에 리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대로 외로웠다고 하면 뭐가 달라져? 리츠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음을 겪어봐서 알고 있었다. 떠나지 말라고 해도 떠난다. 결국, 외로웠다고 말해도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다. 그저 외로울 뿐이야. 리츠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서. 그저 가만히 안즈를 보고 있었다. 안즈를 좋아하지만 나를 좋아해 달라고 바라봐 달라고 하지 않아. 그냥 볼 수 있게 만 해줄래?
“리츠군 울지마.”
알게 모르게 뚝뚝 떨어지는 눈물에 안즈는 좀 더 다가가 리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안즈의 손에 리츠의 눈물이 묻어났다. 어린애 같은 얼굴로 리츠는 얼굴에 대어진 안즈의 손을 잡고서 조용히 눈물을 떨어트렸다. 석양빛에 눈물이 반짝거리며 보석처럼 떨어졌다. 눈물이 잔뜩 고인 눈으로 리츠는 안즈를 바라보며 눈물이 떨어지듯 말했다.
“있지 안즈 가끔 밤에도 떠주지 않을래?”
이건 아주 작은 욕심이다. 커버린 마음을 채 담지 못한 작은 욕심. 아주 가끔이어도 괜찮아. 떠준다는 사실 자체가 있으니까 그걸로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르니까. 리츠는 조심히 안즈의 손에서 손을 뗐다. 안즈는 리츠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쩐지 알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즈는 리츠의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고서 어루만지며 말했다.
“리츠군 낮에는 제대로 자는 게 좋아. 리츠군 밤에 움직이는 거잖아. 낮에는 걱정하지 마 리츠군이 일어나면 낮에 가장 반짝거렸던 이야기를 해줄게. 그래도 외로우면 자고 있는 동안 꿈속에서라도 들리도록 작게 말을 걸게. 밤에는 있다 잠들어 버릴 수도 있겠지만 달 무척 좋아하니까 가끔은 괜찮을 거야. 이왕 있지 달맞이꽃이라도 되어 볼까?”
장난스럽지만 부드럽게 웃는 안즈가 이곳에 있었다. 아. 진실인지 거짓인지. 말 뿐이라도. 믿고 싶게 만드는 따뜻함이 말에 배어있었다. 리츠는 울 것 같으면서도 웃고 싶었다.
“안즈는 바보구나 달맞이꽃은 밤에 밖에 필 수 없어.”
리츠의 말에 안즈는 오묘한 표정을 한 리츠를 바라보다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낮에는 떠 있는 거니까 밤에는 피어있는 거지 안 그래?”
예상치도 못하게 울음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목 놓아 울어버리고 싶었다. 왜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나는 너에게. 리츠는 손을 뻗어 조심히 안즈를 그러안았다. 눈물이 섞인 소리가 안즈의 귓가 언저리에 약하게 들렸다.
“괜찮아 달이 태양을 바라보고 싶은 것처럼 태양도 그저 달을 바라보고 싶은 거뿐이야.”
단지 그런 이야기다. 달이 해바라기가 되고 싶었던 것처럼. 태양도 그저 달맞이꽃이 되고 싶었던 그런 이야기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우리의 홍차부가 마시는 홍차는 포트넘&메이슨 사의 [로얄블랜드] 랍니다
밀크티로 마시면 굉장히 굉장히!! 맛있는!!ㅠㅠㅠㅠㅠ
물론 스트레이트로 내려도 쓴맛이 거의 없고 홍차의 맛이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 좋은 차랍니다
우유와 굉장히 잘 어울리는..ㅠㅠㅠㅠ 추가로 설탕이나 레몬즙도 넣으면 좋아요 이건 개인취향으로다가!!
*왠지 해바라기도 달맞이꽃도..힘냈으면 좋겠습니다
*번외편? 2편? 잘은 모르겠지만..아마 올라갈것이라고 생각합니다..뭐 번외편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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