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나는 하품 속에 졸림이 묻어났다. 하품을 여러 번을 해도 졸림이 떨어지지 않아. 이건 여전히 남은 더위와 같이 남은 잔해 비슷한 것이라고 리츠는 생각하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일어날 때가 되어서 일어난 것이었고 일어난 뒤 부스스한 머리를 한 리츠를 맞이하는 건 선선한 바람이었다. 생각보다 더위는 없었다. 한동안 계속된 더위가 진득하게도 달라붙어 잠들지 못하는 밤과는 달랐다. 찬기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카락이 살랑거릴 정도로 불어대는 선선한 밤이었다. 리츠는 목을 여러 번 돌리고서 침대에 몸을 일으켜 앉아 창가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괴고 심드렁한 얼굴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밤인데도 불구하고 날따라 조금 심심하게도 느껴졌다. 달빛이 새들어오는 방의 안에서 붉은 눈동자 안에 밤을 담던 리츠는 잔잔한 밤이 아쉽다고 생각했다. 얼마나 전까지만 해도 축제로 이곳저곳이 반짝거리고 떠들썩하게 소리를 냈다. 누군가는 소음으로 느껴졌겠지만 리츠에게는 그 밤의 빛이 소리가 듣기 좋은 노래와도 같이 들렸다. 여기까지 생각이 나자 리츠의 얼굴에 미소가 띠어졌다. 반짝거리고 떠들썩하던 흔치 않은 밤 속에 같이 있었던 사람이 떠올랐다. 자신에게 있어서 환상 같기도 한 사람이라고. 간혹 리츠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아 사실은 보지 못하는 순간은 정말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만나는 순간순간들이 이리도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부르는 것만으로 떠올리는 것만으로 세상이 반짝이는 게 느껴졌다. 지루해 보였던 잔잔한 밤이 예뻐 보였다. 리츠는 창가에서 기분 좋게 바람을 맞이하다 감고 있던 눈을 뜨고서 붉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침대에서 내려와 방을 나섰다. 밟는 소리마다 경쾌함이 일었다. 늦은 여름밤 리츠는 미소를 짓고서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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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카디건을 걸치고서 리츠는 무작정 걸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떠오르는 기억들에 걸음이 잘도 내딛어졌다. 조용했고 어두웠고 내리는 달빛과 비치는 가로등만이 걸음의 길을 밝혀주었다. 늦은 시간이기에 리츠와 같이 걸어주는 이는 달빛과 가끔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밖에 없었다. 문득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사실은 매 순간 듣고 싶지만. 리츠는 핸드폰을 챙겨오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1번을 꾹 누르고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익숙하지만 낯선 노래가 들렸다. 리츠는 이 노래가 누구 노래더라 를 생각하다가 마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게 트릭스타의 노래 인 걸 알았다. 살짝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중에 몰래 바꿔버려야지 마군 노래 별로인걸. 괜스레 심술이 삐져나왔다. 노래가 끊기고 나긋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여보세요?”
순간 리츠는 숨을 잠시 멈췄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참 좋아서. 이 순간대로 멈춰도 괜찮지 않을까. 리츠는 잠시 생각했다.
“리츠?”
“난 줄 어떻게 알았어?”
“그냥 감 같은 걸 까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나.”
“왠지 리츠 같았어. 틀렸으면 부끄러울 뻔했지만 다행이네 리츠여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따라 웃었다. 안즈가 웃는 얼굴이 눈앞에 선하게 보였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자세로 웃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평소 웃었던 작은 미소가 담긴 웃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런 웃는 소리였기에.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모습은 그랬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그냥 안즈 목소리가 듣고 싶었어.”
안즈는 말이 없었다. 뱉는 말에 무언가 이상한 게 있었나 생각했지만 달리 이상할 건 없었다. 둘 사이에는 작은 숨소리만이 오고 갔다. 안즈가 입을 열었다.
“있지 나도 듣고 싶었어. 리츠 목소리.”
아마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지 않을까. 목소리가 떨리진 않았을까. 심장이 크게도 울렸다. 핸드폰 너머로 이 소리까지 들리지 않을까 안즈는 핸드폰을 꼭 잡고서 주저앉고서 밤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찬바람에 얼른 달아오른 얼굴이 식기를 바랐다. 듣고 싶었고 보고 싶었다. 아 그런 마음이 오늘 밤 따라 매우 들었다. 혹시나 축제의 그 일들이 한여름의 꿈일까 봐 조금 무서웠다. 그리 무서울 게 없었는데 유난히도 예뻤던 그 여름밤이 꿈일까 두려웠다. 전화를 걸까 말까를 수 없이 고민했다. 먼저 내보이는 마음은 무섭고 두려웠다. 언제나 리츠도 이랬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 찰나 울리는 전화에 당황하다 급하게 받았던 안즈는 아무 대답이 없는 상대방에 의아해하다 문득 울리는 마음에 바램을 담아서 리츠를 불렀다. 목소리는 나긋하게도 밤이 내려앉은 편안한 목소리였다. 마음이 떨렸다.
아. 작은 떨림을 내포한 말이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다. 걷고 있던 걸음을 멈추고서 말을 몇 번이고 되감아 듣고 싶었다. 흔치 않게도 보여준 마음이 이리도 마음을 울렸다. 이 말에 어떻게 답을 해야 맞는 걸까. 어떤 말을 해야 안즈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담길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보고 싶었다. 그 갈색의 눈을 마주치고 좋아한다고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지금이 환상 속에 잠겨있는 한여름 밤이라면 지금 이 모퉁이를 돌면 바로 안즈가 있었으면 했다. 아 그런 되지도 않는 기적을 리츠는 지금 순간 바랐다. 걸음이 빨라졌다. 모퉁이를 돌았다.
“안즈.”
안즈. 부르는 이름이 사랑스러웠다.
“리츠?”
놀란 눈을 하고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안즈를 향해 작게 웃으며 리츠는 안즈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얼굴을 감싸고서 입을 맞췄다. 가로등 아래에서 진한 입맞춤이 보였다. 입을 떼고서 리츠는 코앞에서 안즈의 눈을 맞추고서 작게 속삭였다. 아 조금 더 진한 마음을 담아서.
“안즈 사랑하고 있어.”
놀랄 틈도 없이 전해오는 말에 안즈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리츠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리츠는 그런 안즈를 웃으며 보다가 일으켜서 끌어안고 등을 작게 토닥였다. 심장이 뛰는 소리가 울렸다. 기적과도 같이 있어 준 안즈에게 이 여름밤에 감사했다. 혹여 지금이 꿈이라 할지라도.
꿈이라면 깨지 않으리라 리츠는 그리 생각하며 안즈를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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