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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짧은 기다림 속에서 나는 외로웠습니다




Rainy Waltz - SunShine




[리츠안즈] 짧은 기다림 속에서 나는 외로웠습니다


*안즈른 전력 60분 / 여덟번째 주제 [방학] / 리츠와 안즈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볼 수 있어?”

“볼 수는 있겠지.”

“방학 조금 싫을지도.”

“내가 먼저 찾아갈게.”

“안즈 우리 집에서 지내면 안 돼?”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무리야.”

“내가 안즈 집에서 지낼까?”


진심인 모양인지 안즈에게 묻는 리츠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 보였다. 안즈는 자신의 어깨에 기댄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고서 어로 달래듯이 말했다.


“자주 찾아갈게.”


길고 긴 여름의 시작이었다. 청춘의 시작이기도 했고 혹 누군가에게는 기다림의 시작일지도 몰랐다.




기다림이란 것은 무겁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그대를 기다리면서


조심히 눈을 감았다.



방학 한지 얼마나 지났더라? 리츠는 눈을 뜨자마자 제일 먼저 그것을 생각했다. 하루 이틀 사흘 아니 그보다 더 지났다. 일주일은 족히 지났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마오의 얼굴은 지금까지 일곱 번 정도 봤으니 그 정도 쯤 됐으리라고 리츠는 어림짐작했다. 리츠는 졸린 눈을 비비면서 손을 더듬어서 침대 한쪽에 놔두었던 핸드폰의 전원을 켰다. 귀찮은 건 싫으니까. 라는 생각으로 메신저 알림도 꺼놓아서 한 발 더 가서 핸드폰의 전원도 꺼놨었다. 아 메신저 알림도 유일하게 켜진 사람들은 있었다. 마군과 안즈. 마군에게서는 적당한 메시지가 와있었다. 오늘은 못 들리니까 알아서 잘 일어나서 밥 챙겨 먹으라던 가. 형이 싫다고 방 밖으로 안 나가려는 것 좀 그만 두라던가 마군다운 걱정 어린 말들이어서 리츠는 하품하면서 대충 읽고 넘겼다. 안즈에게서는.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때 이후로 아무 연락도. 전화도 문자도 메신저도 메일도 단 한 개도 오지 않았다. 안즈의 메신저를 리츠는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안즈 미워. 먼저 찾아온다고 했으면서. 오지 않을 거면 연락 정도는 줄 수도 있는 거잖아. 거짓말쟁이. 리츠는 기분이 저조해져 감을 느꼈다. 잠의 여운이 확 달아날 정도로 리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참을 뚫어지라 쳐다보아도 연락이라던가. 오지 않는 걸 잘 알고 있다. 리츠는 침대 한쪽에 핸드폰을 던져버리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안즈 보고 싶어. 왜 만나러 와 주지 않아? 바빠? 나에게 문자하나 못 남길 만큼? 아니면 나를 잊어버렸어? 리츠는 들리지 않을 물음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했다. 침울함 속에서 리츠는 조심히 눈을 감았다. 다음에 일어났을 때는 네가 가까워져 있기를 바라며.




눈을 뜬 순간 언저리의 희미한 갈색이 그대 인줄 알았다.


아닌 순간 밀려오는 슬픔에 차가워서


지금이 여름인가 겨울인가를 의심했다



이제 며칠이나 지났을까? 조금씩 의식을 찾으려는 순간 맨 처음 든 생각이었다. 많이 지나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많이 지나있으면 네가 조금은 덜 바쁘지 않을까 그러면 나에게 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서였다. 희미함 사이로 따뜻한 갈색이 일렁였다. 안즈? 리츠는 졸리고 나른한 몸을 최선을 다해서 일깨워 손을 뻗어 갈색을 잡았다.


“리츠? 일어났어? 너 말이야 밥 정도는 먹고 잠을 자라고 사쿠마선배가 걱정하셨다고 너 듣고 있어?”


마군? 안즈가 아니야? 그럼 갈색은 뭐지?


“그리고 모자 좀 놔주지 그래? 이거 여동생꺼 라서 망가트리면 안 된다고.”


마오의 말에 리츠는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손에 든 것을 보았다. 갈색의 밀짚모자 그리고 걱정 어린 표정을 하고 있는 마군. 반짝거릴 뻔 했던 리츠의 눈이 침울함으로 물들었다. 안즈가 아니었어. 분명히 안즈 인줄 알았는데. 리츠의 왠지 모를 처짐에 마오가 고개를 갸웃 거리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리츠 내 말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듣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로 가있는 리츠를 보며 마오가 한숨을 쉬었다. 평소랑은 많이 다르다. 죽을 듯이 잠만 자는 리츠는 어딘가가 이상해져 있는 상태인 것을 마오는 잘 알고 있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쿠마 선배도 나도 아니면 대체 무엇이 너를 이렇게 잠을 자게 하는 걸까. 누구를 기다려 리츠? 아 사실은 알 것도 같지만 마오는 굳이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리츠의 뒤로 따뜻한 갈색이 희미하게 비치는 기분에 마오는 리츠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그 와중에도 리츠는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로 약간 우울해 보이는 붉은 눈동자를 어렴풋하게 빛내고 있었다. 마오는 멍하게 눈을 깜박이면서 앉아있는 리츠를 보며 여러 말들을 입에서 굴렸다. 정작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나의 할 일은 여기까지 라는 걸 마오는 잘 알고 있었다. 문제의 주체가 제가 아닌 이상 할 수 있는 건 걱정 밖에 달리 할게 없었다. 그러다 문득 리츠가 입을 열었다.


“마군 지금 여름이야?”

“응? 여름이지 밖에 엄청 더워 네가 밖에 안 나가서 모르나본대 익어버릴 것 같다고.”


마오가 질린 얼굴을 하며 검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는 창문을 보았다. 커튼을 걷으면 곧이라도 밀려올 태양빛이 보이는지 마오는 더워하는 얼굴을 했다. 마도 여기까지 올 때 충분한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마오의 말에 리츠는 조심히 몸을 끌어안았다. 마치 추위라도 타는 듯이 이불로 몸을 꽁꽁 둘러 감쌌다.

그리고서 고개를 파묻고서는 웅얼거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추워? 너무 추워서 잠들어 버릴 것 같아


꺼진 핸드폰이 떠올랐지만 어차피 아무것도 와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나를 잊어버렸나봐. 리츠는 좀 더 이불로 몸을 감쌌다. 꽁꽁 둘러맸는데도 리츠는 몸을 잘게 떨었다. 눈이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 버려진 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 벌판에서 외로운 추위에 떨었다. 리츠는 숨이 막히다고 생각했다. 숨이 막히는 감각에 리츠는 차라리 잠을 자자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무 생각도 아무 느낌도 들지 않고 평화로울 거라고. 리츠는 눈이 내리는 벌판 한가운데에 쓰러지듯 눈을 감았다. 온통 하양 속에서 이질 적인 검은 색이 흐트러졌다.




때 아닌 아픔에 눈을 뜨지 못했다.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다림은 힘들다.


그래도 그리웠다.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온 몸이 무겁다 내려앉았다. 몸 위에 납덩이라도 올려놓은 듯이 움직이는 손끝마다 저릿함이 올라왔다. 희미한 눈 사이로 얼핏 자신과 똑같은 검은머리의 붉은 눈을 본 듯하기도 했다. 저항하고 싶었지만 올라가지 않는 손에 리츠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지금 나는 어디 있을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할 정도로 정신이 어지러웠다. 이러는 와중에 안즈가 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을 했는데. 왠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츠는 그냥 이대로 눈을 뜨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기다리는 것은 이렇게나 힘이 든다. 예전도 지금도. 혼자서 벌벌 떠는 건 이제 싫다. 그냥 이대로 눈을 뜨지 말자. 그러자. 그러면 아프지도 않고. 힘들지도 않을 거야. 리츠는 애써 뜨려했던 눈을 그냥 감아버리기로 했다. 몰려오는 수마에 리츠는 가만히 몸을 맡겼다. 멀어져가는 의식 중에 리츠는 안즈가 보고 싶었다.


아득한 꿈을 꾸었다. 방학식의 당일 리츠는 안즈에게 붙어 졸졸 따라다녔다. 학교를 나오는 건 귀찮지만 안즈를 볼 수 없는 건 싫었다. 그래서 계속 붙어 다니면서 안즈에게 이것저것 제안을 했다. 안즈가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리츠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응, 안즈를 안 볼 수는 없으니까. 안즈도 우리 옆집이라면 좋을 텐데. 그런 투정을 부리다가 리츠는 방학동안만 안즈 집에서 있을 순 없나 라는 생각도 했다. 마군이라면 부르면 와 줄 테니까. 그러면 안즈 집에서 안즈랑 마군이랑 같이 있을 수 있어.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리츠는 낮게 웃었다. 안즈는 그런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쉬운 얼굴 하며 리츠를 달랬다. 자주 온다는 말에 불구하고 리츠는 안심이 되지 않아 안즈를 끌어안고서 놔주지 않았다. 반에 들어 갈 쯤이 되어서야 리츠는 아쉬운 얼굴을 하고 안즈를 놔주었다. 안즈는 약간 울적해 하는 리츠를 보다가 반에 들어가기 직전 리츠에게 말을 했다. 말을 하는 얼굴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리츠 방학하고 10일 후에 찾아갈게.




기다리는 동안 괜찮았냐고 묻는 말에


괜찮지 않았다고 말했다.


네가 많이도 보고 싶었다고 그리 말했다.


너는 나를 보며 웃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머리도 무겁지 않았고. 몸도 가벼웠다. 한밤 자고 일어난 것이 괜찮은 모양이었다. 리츠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다 침대 언저리에 얼굴만 묻고서 자는 레이를 발견했다. 옆에는 수건이라던가 물이 담긴 대야가 있어 밤새 간호하다 지쳐 잠들었나 싶었다. 리츠는 과연 이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짜증난다. 간호해준 건 고맙다. 이제 그만 나가줬으면 한다. 그래도 고맙게 생각한다. 어떻게 말해야 하나 리츠가 고민하는 사이 레이가 움찔 거리면서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레이는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리츠가 일어나 앉아 있는 것을 보고서 안심 한 얼굴을 했다. 리츠는 자신이 고민한 새에 일어난 레이를 보다가 얼굴에 떠 있는 안심된 미소를 보고 입을 달싹 거리다가 한 마디 내뱉었다.


“고마워.”


레이는 순간 자신의 귀가 이상해진 줄 알았다. 한참을 귀를 툭툭 건드리다가 말이 현실이었음을 깨닫고서 곧 울 것 같은 얼굴로 리츠를 바라봤다. 리츠. 하고 부르는 말과 얼굴에 다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이제 좀 나가지. 잔뜩 찡그린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레이는 행복에 겨워 환하게 웃고서는 리츠의 방을 나섰다. 나가서도 발걸음에 즐거움이 묻어나와 리츠는 약간 더 짜증이 났다. 뭐가 저리 즐거워? 아 말해주지 말 걸 그랬어. 리츠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커튼을 걷었다. 검은 커튼이 걷어지자 방이 조금씩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리츠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커튼을 걷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다. 10일. 사실 지금이 10일이 지났는지는 모를 일이다. 시계 같은 거 잘 안보니까. 의미가 없어서 방에도 흔한 시계조차 안 달려 있다. 유일하게 시간을 알 수 있는 건 핸드폰뿐인데 충천을 해놓지 않은 터라 전원은 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리츠는 이제 별로 상관이 없었다. 지금이 10일 지났건 지나지 않았건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안즈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그러면 아직 10일은 지나지 않은 것이다. 안즈는 약속을 지켜주는 아이니까. 응. 오랜만에 보는 태양은 아찔했다. 환하고도 빛나서 한동안 눈을 뜨지 않았던 리츠에게는 괴로웠다. 그럼에도 리츠는 웃고 있었다. 안즈가 올 거야. 그런 생각이 가득했다.


창문을 연지 오래 지나지 않아 리츠는 줄어드는 기운에 힘이 빠졌다. 계속 보고 있는 건 무리 일지도. 그 치만 창문을 보고 있어야 오는지 안 오는지 보이는 걸. 멀리서 라도 오고 있는 안즈를 제일 먼저 발견하고 싶었다. 감기를 털고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덥기 보다는 추위가 더 느껴졌다. 리츠는 일단 창문을 닫고서 이불을 몸에 둘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나섰다. 며칠만인지 모를 발걸음 이였다. 하얀 이불을 몸에 둘러 질질 끌고서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이 조심스러웠다. 혹시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할까봐 리츠는 사분히 움직였다. 귀찮아 지니까. 라는 생각으로 리츠는 살그머니 거실까지 나왔다. 거실에는 조용하게 선풍기만이 돌아가고 있었다. 나갔나 보구나. 라는 생각으로 거실을 지나쳐 부엌으로 가려던 참에 초인종이 울렸다. 살짝 얼굴이 찡그려졌다. 이른 시간에 누구야. 예의가 없는 녀석이네 마군이면 설교라도 해줘야지 라는 심정으로 리츠는 하얀 이불을 질질 끌고서 문을 열었다.


“잘 지냈어?”


쏟아지는 햇빛을 뒤로하고서 갈색의 머리를 반짝였다. 연한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고 하얀 원피스가 바람에 살짝 나불거리며 햇빛에 반짝거렸다. 안즈. 리츠는 순간 말을 잃었다. 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응, 기다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일찍 올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보다 오늘이 10일이였어? 리츠가 어안이 벙벙해 아무 말이 없자 안즈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있지 보고 싶어서 일찍 와버렸어 실례였어?


아니 전혀 아니야. 오히려 너무나 좋은 걸. 리츠는 속으로 여러 말을 했다. 혼자서 잊고 있다가 착각하고 조금의 원망도 했다. 그런 나에게 너는 보고 싶어서 일찍 왔다고 말해주어서. 한편으로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없이도 행복했다. 리츠는 느릿하게 고개를 저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안즈를 안았다. 안즈는 안아오는 리츠는 당연하게 마주안고 쓸어내렸다.


“괜찮았어?”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았어.”

“나도 그랬어.”

“그랬구나.”

“많이 보고 싶었어.”


응, 나도 무척이나 많이도 보고 싶었어. 안즈.


안즈를 끌어안은 리츠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올랐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방학에도 헤어지기 싫어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여서.


*진짜...우주지각..제대로 하네요..정말 죄송합니다


*전력은 항상 뒷 마무리가 부족하네요


*리츠안즈..내내 어여뻐라..ㅠㅠㅠㅠㅠ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