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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리츠안즈] 비 조각 기억




Sereno - 우산을 타고 내린 비



[리츠안즈] 비 조각 기억

*안즈른 전력 60분 / 열번째 주제 [장마] / 리츠와 안즈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세상이 무너질 듯 내리는 비가 꽤나 무겁다. 투박한 소리를 내면서 튀는 소리조차도 그리 가볍지는 않다. 

때로는 세차게 내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리츠는 생각했다. 그래도 혼자서는 외로워. 

침대에서 흐트러 진채 리츠는 비가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회색은 어디로 가고 검정만 남았지?

달도 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바깥은 온통 검은 채로 비를 맞았다. 적당하게 느껴지는 약간의 빗방울과 소리가 조금씩 귀를 건들었다. 

그날도 이렇게 많은 비가 왔는데. 리츠는 낮게 말했다. 그러나 텅 빈 방 안에서는 리츠의 목소리가 무척이나 크게도 울렸다. 메아리처럼 돌아오는 듯했다.

조각 나눠진 기억의 파편 들은 비처럼 간간히 스며들어오는 것 같았다.

리츠는 빗소리와 천둥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고서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다.




- 흐린 하늘 조각



하늘은 심해의 바다에 깊게도 잠긴 듯 여러 색채가 풀어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심해바다에 잠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둡고도 푸름의 색을 하늘은 담고 있었다. 리츠는 투명한 우산을 쓰고서 우산을 통해 그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눈으로 쳐다보면 한 없이 멀어 보이는 듯한 하늘도 우산을 통해 보면 한 장의 사진처럼 담겨서 손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리츠는 비오는 날이면 매번 투명한 우산을 쓰고서 잠깐 동안 우산을 통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다만 아쉬운 건 모습을 감춰 보이지 않는 태양이었다. 지금 이런 날씨라면 태양에게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야속하게도 이런 날만 모습을 감춰 리츠는 매번 아쉬워하다가 몇 번의 반복 끝에 하늘에서 태양을 찾는 것을 그만 두었다.


건물 나무 보도블록 자동차 모두 색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바다에 잠겨버린 듯 색채가 낮아져갔다. 얼핏 보면 여러 군데 물그림자가 져있는 것도 같았다. 리츠는 흐린 풍경을 뒤로 하고서 버스 정류장 앞에 섰다. 버스를 타려고 정류장으로 온건 아니었는지 리츠는 버스가 여러 대가 지나갈 동안 그저 우산을 쓰고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아니면 그냥 서 있는 건지 알수가 없는 듯한 모습으로 그저 투명한 우산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후로 몇 개의 버스가 더 지나가고 나서야 리츠는 우산을 접고서 버스정류장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작게 한숨을 쉬고서 우산을 뒤쪽에 기대어 놓은 다음에서야 정류장 창에 몸을 기댔다. 오늘 하루 여러 사람이 다녀갔을 법한 정류장에는 리츠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딱히 외롭다거나 쓸쓸하지 않았다. 그저 보고 싶은 사람이 더 보고 싶어졌을 뿐이었다. 흐린 하늘과 감은 눈언저리에 갈색이 아른 거렸다.


아직 추적하게도 내리는 비에 리츠는 연실 하품을 뱉어냈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여우같은 인물은 못 되어서 오는 시간을 안다고 해도 그 전부터 설레며 기다린 다기 보다 없는 시간을 외로워한다. 사쿠마 리츠란 인물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그저 기다리는 시간은 영겁의 시간처럼 시간이 멈춘 것 같이 느리게 흘러가게 느껴질 뿐이다. 위의 흐린 하늘과 같이 가라앉을 그 뿐이었다. 몇 번이고 왜 가지 않아? 흐린 하늘에 묻지만 하늘은 묵묵하게 비만 떨어트릴 뿐이었다. 정류장에 남겨진 건 외롭지 않았지만 네가 오지 않는 혼자 있는 이 시간만큼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춥고 외롭고 쓸쓸해. 리츠는 더 이상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다. 태양도 없는 하늘은 외로워 보이기 마련이다.




- 비 조각



흐린 하늘은 점차 진해지면서 꾸물거리며 소리를 내다 세차게 비를 쏟아내었다. 귀가 따갑도록 울리는 빗소리는 여러 물체들에 튀어가며 다양한 소리를 내었지만 내리는 소리에 잠겨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잠시 눈을 감았다 떠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눈을 감고 어느샌가 잠에 들어버린 모양인 리츠는 정류장 창에 몸을 기대고 숨소리를 내며 잠을 자고 있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듯한 정류장 안에서 리츠의 숨소리만이 크게도 울렸다. 세차게 내리는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차들은 흐린 세상 속에서 빛을 내면서 앞을 향해 달렸다. 물을 가르는 소리가 났고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비가 세상에 인사를 하고 있었지만 그 누구도 그 인사에 답해주지 않았다. 참 외로운 비였다. 리츠도 비도. 외로움 속에서 외로움 속에 잠들어 있었다.


매섭게 쏟아지는 비를 가로지르고 한 대의 버스가 정류장에서 섰다. 비를 맞으면서 비를 흘리는 버스에서는 단 한 사람만이 내렸다. 하얀 우산이 펴지기 전 내릴 때 갈색의 머리가 흔들렸다. 버스는 미련하나 없는 듯이 일말의 여지도 없이 앞으로 출발했다. 안즈는 우산을 쓰고서 버스가 가는 뒷모습을 꽤 오래 지켜보았다. 이윽고 버스가 더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자 바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굵은 빗방울이 고운 손에 떨어졌다. 그리 큰 손이 아닌지라 몇 번의 빗방울이 떨어지고 비는 손에서 넘쳐흘렀다. 그럼에도 손을 걷지 않았다. 한 동안 안즈는 그랬다. 비에 답해주듯 비를 향해 손을 건넸다. 어쩐지 비가 기뻐하는 듯 보였다.


얼마의 시간이 갔을까. 꽤 흘러갔다고 생각했을 즈음에 안즈는 손을 걷고서 우산을 접고 정류장 안으로 들어왔다. 정류장 안이 눈에 들어오자 안즈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리츠다웠지만 비가 이렇게 세차게 오는 데도 잘도 자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안즈는 물이 떨어지는 우산을 한쪽에 세워놓고서 자고 있는 리츠의 옆에 조심히 앉았다. 정류장 창에 기대자는 리츠는 작은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안즈는 그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가만히 손을 들어 리츠의 자는 볼을 쓸어내리다. 안즈는 리츠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뉘었다. 어깨에 닿은 온기가 차게도 느껴졌다. 얼마의 오랜 시간을 너는 여기서 나를 기다렸을까? 안즈는 들리길 바라며 리츠에게 마음을 속삭였다. 흐린 하늘 속에 밝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가 반짝 거리는 듯했다. 자는 아이의 코끝에 따뜻함의 냄새가 닿았다.


‘안즈?’

‘일어났어?’

‘언제 왔어?’

‘아까 전에.’

‘눈 감고 있는 다는 게 자버렸어.’

‘그럴 것 같았어.’

‘안즈는 나를 잘 알고 있구나.’


리츠의 늘어지는 말에 안즈는 작게 웃었다. 안즈는 일어났음에도 눈도 뜨지 않고 어깨에서 몸을 일으키지도 않는 리츠를 그대로 두었다. 이대로가 리츠는 좋은 거라고 그리 생각했다. 안즈는 정류장 안에서 보이는 바깥을 보고 놀라하다가 미소를 머금었다. 흐린 하늘 속에서 빛나고 있는 태양이 내리는 비가 아름다웠다. 햇빛을 머금고서 반짝거리는 비가 내렸다. 황금의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즈는 리츠에게 이런 것을 선물하고 싶었다. 마음이 벅차오르는 그런 것들. 안즈는 매고 왔던 가방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작고 작은 상자였다. 안즈는 상자를 열어 태양을 담은 듯한 반지를 꺼냈다. 지금의 절경에 비할 바 못되지만 좋아하기를 바라며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리츠의 네 번째 손가락에 조심히 끼워주었다.


‘안즈?’

‘리츠 있지 눈 떠보지 않을래?’

‘눈? 별로 상관없지만.’


붉은 눈 가득 태양이 담겼다. 흐린 하늘 가운데 마치 세상이 다시 태어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태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비는 계속 내려 태양의 색을 머금은 비는 반짝거렸다. 매번 비오는 날마다 이런 광경을 꿈꿨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꿈꿔도 된다고 알려주는 듯한 이런 경치를 원했다. 언제나 안즈가 함께 하는 순간 기적이 이뤄져. 어째서 너는 이렇게도 나에게 기적을 보여주는 지. 리츠는 안즈의 어깨에서 머리를 떼고 몸을 바로하고 정류장 바깥의 풍경을 눈에 가득 담았다. 손은 여전하게 잡고 있었다. 리츠의 손에서 태양을 닮은 무언가가 햇빛을 받아 반짝 거렸다. 안즈는 그런 리츠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리츠를 따라 바깥의 경치로 고개를 돌리고서 리츠의 손을 잡고 앞으로 뻗었다.


‘예쁘지?’

‘응.’

‘이 경치보다 안 예쁠지도 못할지도 몰라 그래도 리츠에게 따뜻함을 선물한다고 약속할게.’

‘안즈?’

‘리츠 우리 결혼하자.’




- 기억 조각



비가 내린다. 지금도. 그 때와 똑같이도. 무언가가 크게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괜찮아. 리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리츠는 조심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바닥에 발을 내딛었다. 방문을 열고나서면 빗소리에 들리지 않았던 재즈음악의 소리가 들려온다. 리츠는 이리저리 둘러보다 베란다에서 비를 구경하는 안즈를 발견하고 곧장 안즈를 향해 발을 옮겼다. 베란다의 문을 여니 차가움이 확 와 닿았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뒤에서 안즈를 껴안았다


“잘 잤어?”

“으응 있지 안즈 예전 일이 떠올랐어.”

“무슨 일?”

“안즈가 나한테 태양을 선물해 준 일.”

“내가? 그렇게 대단한 걸 선물한 적은 없는데.”


안즈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리츠는 그런 안즈를 좀 더 끌어안으며 마음 속 으로 말했다. 아니 안즈는 분명 나에게 태양을 선물해줬어. 이렇게도 손에서도 기억속에서도 현실에서도 반짝이고 있는 걸 빛이. 그렇지만 이건 아주 나중에 말해줄게. 내가 안즈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을 때쯤에 말이야.


“사실은 안즈가 나한테 프러포즈 한 일이 떠올랐어.”

“에? 리츠 그런 건 안 떠올려도 되는데 나 지금 부끄러워서 어디 숨고 싶은데.”

“그때 안즈 멋있었는걸.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해?”

“…….기억 안 나는데 나도 모른다고 할 거니까.”

“다시 듣고 싶다.”

“안 해줄 꺼 니까 포기해.”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태양이 떠있는 채로 비가 내리는 그 순간이 참 예쁘다고 생각합니다


*안즈가 안즈가 프러포즈...안즈의 훈남력 최고..ㅠㅠㅠㅠ


*전력 지각대장이 아닌가 싶은..ㅠㅠㅠㅠㅠㅠㅠ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