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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

[치아안즈] 여름은 당신을 닮아있다




[치아안즈] 여름은 당신을 닮아있다


*안즈른 전력 60분 / 여섯번째 주제 [수영장] / 치아키와 안즈는 사귄지 얼마 안된 커플입니다 / 치아키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여름의 늦더위와도 같은 그의 웃음을 나는 좋아했다.

찐득거리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은 무더위 같은 웃음을

그 따갑고도 뜨거운 여름의 태양 같은 그를 나는 사랑했다.

그는 여름을 닮았고 여름은 그를 닮았다.

몸 하나 얼굴 하나 모든 것들이 여름을 담고 있었다.

더위. 반짝임. 푸름. 태양. 열정. 청춘. 그는 여름 그 자체였다.

그는 여름이었다.

내가 사랑한 여름이었다.




- 여름이 오는 이유



덥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여름이다. 이제 겨우 초 중반 쯤으로 온 여름인데 이렇게 더우면 남은 여름은 어떻게 하라는 걸까. 수그러들었으면 하는 태양은 야속하게도 제 모습을 위풍당당하게도 하늘에서 뽐내고 있었다. 더위에 지친 기색으로 안즈는 작게도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왜 자신이 이 시끌시끌한 곳에 있는 걸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그건 아침 일찍부터 초인종을 눌러대며 안즈의 이름을 있는 힘껏 외치면서 안즈를 불러낸 치아키 때문이었다.


여름방학을 시작한지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안즈는 어떻게 하면 아이돌들이 좀 더 빛날 수 있을까에 대해 공부하는 중이었고 의상도 더 잘 만들고 싶어서 여러 패턴을 도전해 보다보니 최근 들어 밤 새기가 일 수 였다. 오늘도 여김 없이 잠든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정신없이 잠을 자고 있던 찰나에 집을 울리는 초인종과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잠결에 어렴풋하게 들려왔지만 안즈는 별 신경도 쓰지 않고 잠을 잤다. 모리사와 선배 목소리랑 닮은 것 같은데 에이 설마. 라고 가볍게 넘겨 버린 게 안즈의 실수 였다. 초인종은 몇 번의 끝에 더 이상 울리지 않았고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 무언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기도 했다. 여기서 이상함을 느끼고 일어나기만 했어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즈는 생각했다. 발소리는 멀리서 울리다가 점점 가까워져 이내 곧 안즈의 방문 앞에서 멈췄다. 방문 앞에서 약간의 헛기침 후에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났다.


“안즈 들어가도 되는가?”


물론 이때의 안즈는 정신없이 자고 있었기에 노크소리도 목소리도 듣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치아키는 곤란한 얼굴을 하다 1층으로 내려갔다. 치아키가 내려가자 1층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두런두런한 말소리가 났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치아키는 다시 2층으로 올라와 안즈방의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미안하다 안즈 실례 좀 하겠다.”


치아키는 약간의 긴장을 하고서 조심스럽게 안즈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눈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건 재봉틀이 올려져 있는 책상과 바닥 여기저기에 어질러져 있는 여러 천들과 무언가를 빼곡하게 적어놓은 여러 권의 노트들 그리고 그 사이에 바닥에서 웅크리고 자고 있는 안즈였다. 약간의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여 치아키는 문턱에서 방을 둘러보면서 아까전과 똑같이 난감한 얼굴을 하다 바닥에 자고 있는 안즈를 발견하고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치아키는 머리를 글 적이며 고민을 하다가 안즈가 깨지 않도록 소리가 나지 않게 방문을 닫고서 바닥에 어질러진 천들을 주워 모아 재봉틀이 있는 책상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펼쳐진 노트를 덮어 차곡차곡 쌓아 방을 치우고서 바닥에 자고 있는 안즈를 깨지 않게 안아 들어서 침대 위에 조심히 눕혔다. 그리고서 자는 안즈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고 열을 없는 것에 안심을 하고서 겨우 침대에 얼굴을 묻고서 바닥에 앉았다.


“안즈 바닥에서 자는 건 좋지 않다.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고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무리는 하면 안 된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잘도 자는 안즈를 보면서 치아키는 듣지 못할게 뻔 하지만 걱정 어린 말들을 혼잣말 하듯이 건넸다. 말을 끝내고 나서 치아키는 왠지 모르게 엄마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플까봐 걱정 되고 말이지. 이러 저래 곤란하네. 방학 내내 이러고 있었던 건가. 좀 더 일찍 찾아올 것을 그랬다고 치아키는 조금 생각했다.


낮이 한가운데로 왔을 즈음에 안즈는 눈을 떴다. 눈도 채 다 뜨지 못하고 일어나서는 안즈는 앉아서 잠깐 꾸벅 꾸벅 졸다가 눈 뜨기를 반복하다가 이내 볼을 착착 때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여러 번의 하품을 하며 일어나려다 안즈는 고개를 꺄우뚱 거렸다. 침대에서 잤던가? 바닥에서 잠들었던 것 같은데 안즈가 침대에 앉아서 의문을 띄우자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 안즈 일어났구나! 저녁이 될 때까지 안 일어날까봐 걱정했다구!”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해맑은 표정으로 웃고 있는 치아키가 보였다.


“에? 치아키 선배?”


안즈는 이게 꿈인가 싶어 볼을 한번 꼬집고서 눈을 비볐지만 여전히 눈앞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치아키가 보였다. 잠결에 들었던 그 목소리는 환청이 아니었던 건가? 이건 현실이다. 지금 치아키선배가 내 방에 있는 게 현실이다. 안즈는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눈을 떠 방 안을 둘러보았다. 자기 전까지 이리저리 어지럽혀져 있던 방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방 선배가 치워주신거에요?”

“음? 아아 멋대로 손대서 미안하다 발 디딜 곳도 없어서 말이지 책상위에 쌓아놓았는데 손대면 안 되는 것이 였던건가?”

“아니요 치워주셔서 감사해요.”


안즈는 두 손을 모으고서 안즈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는 치아키가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다. 한 쪽으로 쓸어놓으면 그만인데 부러 다가 수고해가면서 차곡차곡 정리해준 것은 선배답기도 하면서 고마웠다. 이런 점을 좋아하는 걸까. 정직한 점 말이지. 안즈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막 일어난 상태지? 엉망인 상태로 지금 선배 앞에 앉아 있던 건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자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렸다. 조금 죽고 싶을지도. 안즈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늘어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렸다. 치아키는 안즈의 행동에 고개를 갸우뚱 하다 안즈에게 다가와 안즈의 이마로 손을 뻗었다.


“열이라도 나는 건가?”

“아, 아, 아니 선배 좀 떨어져 주시면..”

“응? 괜찮은 건가 안즈?”

“네 괜찮으니까 떨어져 주세요. 너무 가까워요.”


안즈의 기어들어가는 말에 그제야 치아키는 자신과 안즈의 거리를 자각했는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황급히 안즈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서 떨어졌다. 그리고서 자신도 고개를 푹 숙였다.


“미, 미안하다.”

“아니요 선배 저 씻고 올 테니까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안즈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조용히 방을 나섰다. 방에 혼자 남은 치아키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져 있는 채였다. 혼자 남은 방안에서는 왠지 모르게 빠르게도 뛰고 있는 심장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치아키가 붉어진 얼굴을 갈무리 했을 때 쯤 안즈가 뽀송뽀송 해진 모습으로 방으로 들어왔다. 안즈는 약간의 헛기침을 뱉어내다 재봉틀을 밑으로 내리고서 치아키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 동안 약간의 침묵이 돌았다. 안즈는 조심스레 먼저 말을 꺼냈다.


“저.. 선배 어쩐 일로?”

“응? 아 그렇지 중요한 걸 잊고 있었군! 안즈 수영장에 가자!”

“네?”


안즈의 되물음에 치아키는 그저 하하 하고 웃을 뿐이었다. 안즈는 치아키의 웃음에 점점 더 알수가 없어졌다. 어째서 수영장에 가야하는 걸까? 안즈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하자 치아키는 그런 안즈를 곧게 똑바로 바라보며 나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알수 없다는 얼굴 하지 마. 여름이고 하니 놀러가는 겸 해서 라이브 아이디어를 얻으러 가는 거다 그리고 너와 가고 싶었다. 이번 여름은.”




-그래서 여름은



확 이끌려 따라오긴 했어도 일어 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지라 안즈는 움직이기가 귀찮았다. 그저 걸터앉아 수영장 안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게 제일 좋았다. 그 옆에서 즐겁게 뛰노는 여러 사람들 풀 안으로 뛰어드는 통에 대량의 물이 여기저기로 하늘 위로 튀어 올랐다. 그 순간 물을 햇빛에 비춰져 세상 어떤 보석보다 밝게 빛나다가 다시 물 안으로 섞여 들어갔다. 안즈에게도 물이 꽤나 튀어 젖었지만 그리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다. 여름이 실감 나는 순간이었다. 더위에 한껏 녹아내렸다가 맞는 시원함은 갈증이 해소되는 것 같았다. 안즈는 발로 물장구를 치면서 저쪽에서 아이들을 놀아주고 있는 치아키를 바라보았다. 아이들도 치아키도 한껏 즐거워 보여 안즈는 자연스럽게도 미소가 지어졌다. 지금 이 수영장에 있는 어떤 사람들 보다 치아키와 저 아이들이 제일 신났을 것 이라고 아니 어쩌면 치아키가 가장 신났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문득 안즈는 자연스럽게 다른 유성대 멤버들이 떠올랐다. 미도리군이라면 오면 우울해 하겠지만 적어도 테토라군이랑 시노부군이랑 카나타 선배는 엄청 좋아했을 것 같은데. 놀러가는 거고 라이브 아이디어 얻는 겸이니까 같이 왔으면 좋았을 걸. 이미 와버린 거 어쩔 수 없나. 안즈는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물을 가르면서 세게 걷어찼다. 물방울들이 다시 튀어 올랐다.


물장구치는 게 지루해질 무렵 안즈의 볼에 차가운 게 닿았다. 고개를 올려다보니 치아키가 음료수를 들고서 서 있었다. 안즈가 볼에 대진 음료수를 받아들자 치아키는 안즈의 옆에 앉아 수영장 물에 발을 담갔다. 탁 하고 캔을 따는 청명한 소리가 났다.


“안즈는 수영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은 건가?”

“좋아해요 너무 복잡하고 시끄러우면 조금 싫기도 하겠지만.”

“그렇군! 전혀 놀지 않아서 싫어하는 줄 알았다만.”

“싫어하지 않아요. 다른 때 같으면 신나게 놀았겠지만 일어 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늘어진다고 해야 할까 기운이 별로 없다고 해야 할까.”


안즈는 멋쩍게 웃으며 치아키를 바라보았다. 치아키는 안즈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는지 쉼 없이 만지작거리던 음료수 캔을 옆으로 놔뒀다. 그리고 작게 물장구를 쳤다.


“그럼 다음에는 미리 날을 정하고 수영장에 와야겠군. 안즈가 신나게 놀 수 있도록!”

“네? 아니 괜찮은 걸요 선배 방학 때 내내 바쁠 예정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안즈를 만나느라 바쁠 예정 이였으니까 말이다.”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하는 치아키를 보며 안즈는 조금 마음이 울렁거렸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해서 곤란하단 말이지. 덕분에 겨우 초중반인 여름에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더워서 그런 거라고 핑계라도 댈 수 있어서 다행이다. 조금 따갑기도 한 이 올곧음이 과분할지도 모른다. 더위를 먹을지도 모르지. 너무 뜨거워서. 그래도 여름이 이렇게 눈부시게 웃어주는 걸 바라봐주는 걸. 그것만으로 여름을 안기에 충분해. 안즈는 아지랑이는 마음을 뒤로 하고서 바닥을 짚고 있는 치아키의 손에 깍지를 끼고서 향해 웃었다.


“수영장도 다시 오고 또 축제도 가고 바다도 가고 여기 저기 다 가볼까요.”

“좋아! 가자! 뭐든 둘이 함께인 편이 즐거우니까 말야.”


여름이 벅찬 듯 하면서 겨우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것은 이 때문이다. 숨을 꽉 죄이는 반짝이는 풍경이 있고 올곧게도 나를 향해 곧장 마음으로 다가와서 도무지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것이어서 더워서 견디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나는 이 여름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따뜻함에 반짝임에.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치아키 선배는 저런 느낌이려나요..


*치아키 선배는 천연덕스럽게 사람을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즈도 부끄러워할저도로 말이죠


*아 수영장이 주제인데..어째서 수영장이 짧은 이유는 묻지 말아주세요..


*늦게 시작했더니..늦게 끝났..벌써 몇번째 지각인가 샐수가 없다


*전력은 항상 뒷 마무리가 부족하네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