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son Mraz - A Beautiful Mess
[리츠안즈] 아주 작은 이상한 결혼식
*리츠와 안즈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5. 머리 감고 나온 상대 머리카락 수건으로 말려주기
*감은 눈을 뜨고 너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기를 기다렸다.
오후는 느긋하게 흘러갔다. 티타임을 즐기며 안즈는 책을 꺼내 들었고 리츠는 안즈를 따라 책을 하나 꺼내 오긴 했지만 몇 장 넘기다가 그대로 책을 덮고서 책을 베고 엎드렸다. 안즈는 책을 넘기다 말고 책을 베고 엎드려 눈을 감은 리츠를 바라보다가 한동안 쓰고 있지 않던 파라솔을 끌어당겼다. 약간의 무거운 무게가 있는 파라솔을 들지는 못하고 안즈는 최대한 소리를 죽여 가며 리츠가 있는 곳으로 파라솔을 끌었다. 다음 달에는 파라솔 테이블을 사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해가 한 가운데의 떠 있을 오후라 리츠가 혹여 따가워할까 봐 안즈 나름의 배려였다. 리츠의 몸이 전부 태양에 가려지게 자리를 조정하고서 안즈는 이마의 땀을 훔치면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서는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리츠는 따가웠던 햇볕이 가려지자 옆으로 돌리고 있었던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눈에 책을 읽고 있는 안즈가 보였다. 책장을 넘기는 손에서 약간의 먼지가 묻어 있었다. 리츠는 그런 안즈의 손을 빤하게 바라보다. 안즈에게만 들릴 정도로 자그맣게 말을 소곤거렸다.
“고마워 안즈.”
안즈는 리츠의 말에 책에서 눈을 떼고서 리츠를 바라보았다. 리츠는 약간의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안즈는 손의 먼지를 털어내고 손을 뻗어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칭찬이라도 하듯이. 리츠는 그런 안즈의 손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눈을 감았다. 안즈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길을 받는 리츠를 보며 예전의 보았던 리츠의 모습을 떠올렸다. 경계하던 고양이가 길들여진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안즈는 꼭 그런 느낌이었다. 처음 자신을 대할 때의 리츠는 무척이나 손을 꺼렸었는데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준다는 것에 안즈는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눈가에 눈물이 맺힐 뻔 했다. 네가 나에게 이 만큼이나 마음을 열어줬구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서 떨림과 함께 눈물이 배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한참을 리츠의 머리만을 쓰다듬고 매만졌을까. 리츠는 어느새 조그만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어 버렸다. 쓸어주는 손길이 좋았는지 기분 좋게도 잠을 자고 있어. 안즈는 리츠를 깨우려다 살포시 웃고서 계속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리츠는 고양이처럼 갸르릉 같은 기분 좋은 웅얼거림을 내뱉었다. 연인이 아니라 잠만보 고양이 한 마리와 같이 사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안즈는 리츠를 바라보면서 나긋한 미소를 지었다. 잠든 너도. 너를 쓰다듬고 있는 지금도. 살짝 꿈같기도 해. 그래서 가끔 불안하기도 해. 진짜 이게 꿈이면 어쩌지 하고. 안즈는 씁쓸함이 가득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그래. 이게 꿈일까봐 네가 영영 눈을 뜨지 않을까 봐 간혹 불안해져. 그래서 나는 곤히 잠든 너를 깨우곤 하나봐. 네가 눈을 뜨고 나를 보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어 리츠. 그러니까.
“너무 오래 자면 안 돼 리츠.”
세차게 휘날릴 정도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쓰다듬고 있는 리츠의 머리카락도 안즈 자신의 머리카락도 바람의 방향에 따라 살랑거렸다. 지금 순간이 멈추면 좋겠다고 안즈는 생각 했다. 시원하고 적당한 바람. 따스한 햇볕 그리고 너. 이 세 가지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러니 시간 같은 거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너무 이기적일까 리츠?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면서 안즈는 눈을 감았다.
그 뒤에 둘이 일어난 것은 오렌지 빛의 석양이 거실까지 빛을 가득 채워 넣었을 때 였다. 웬일인지 리츠가 먼저 일어나 눈을 떴다. 일어난 리츠의 눈에 담긴 것은 자신의 머리에 닿아있는 안즈의 팔과 석양빛에 반짝거리는 자는 안즈의 모습이었다. 리츠는 잠시 넋을 놓고서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담아도 담아도 혹여 라도 잊어버릴까 봐 눈도 깜박이지 않고 모습을 눈에 담았다. 예쁘다. 리츠는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려 조심스럽게 한쪽 팔을 빼서 자신의 머리에 닿아있는 안즈의 팔을 들고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턱을 괴고서 가만히 안즈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리츠의 미소에는 잔잔함이 어려 있었다. 리츠는 문득 내려놓았던 안즈의 팔을 들어 손등에 입을 맞췄다. 닿은 듯 안 닿은듯하게 살포시 입을 맞췄다. 앞에 있는데도 이렇게 네가 그리워 안즈. 손등에 닿은 입이 애정과 그리움을 말했다.
서로가 같이 잠들면 외롭지 않은데 한 명 만 잠들면 남은 사람은 그 잠든 사람이 무척 그리워 못 견디는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눈앞에 있는데도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 얼굴이 떠올라 그리워진다는 걸알까? 손등에 닿았던 입술을 떼고서 리츠는 고개를 들어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자는 안즈를 보았다. 잘 자는구나. 언제나 눈을 뜨면 안즈가 나를 보고 웃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르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바라보면서 잠든 나를 그리워했을까. 리츠는 조심히 손을 뻗어 잠든 안즈의 얼굴을 매만졌다. 그때 리츠의 손 위로 안즈의 손이 포개졌다.
안즈는 자신의 얼굴 위에 있는 리츠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대로 꼭 붙잡고서 리츠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눈웃음을 지었다.
“잘 잤어?”
“응.”
석양지는 사이에서 웃는 모습이 반짝거렸다. 예전에는 노을이 예쁜 건지 네가 예쁜 건지 몰랐었는데. 노을의 안에서 너는 더 반짝거려 예쁘다는 걸. 나는 왜 늦게 서야 깨달은 걸까. 얼굴이 붉어진 건지 노을 때문에 붉어 보이는 건지 모를 정도로. 리츠는 부드럽게 풀린 얼굴로 안즈를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 노을이 가득 메운 베란다에서 따뜻함이 짙게도 번졌다.
어둠이 깔리려 하자 둘은 베란다를 정리하고서 나와 리츠는 부엌으로 안즈는 욕실로 향했다. 리츠가 차기를 조심히 깨끗하게 씻고 정리를 할 동안 안즈는 먼저 씻고 나오기로 했다. 물론 말을 하기 전에 리츠가 안즈에게 같이 씻자고 말한 것을 안즈는 리츠의 이마에 딱밤을 먹여주고서는 가볍게 흘려버렸다. 그 덕에 리츠는 불퉁한 얼굴로 설거지하면서 중얼거렸다. 안즈 미워.
리츠가 설거지를 다 끝내고 소파에 앉아서 만쥬를 안고 뒹굴뒹굴하기를 한 20분쯤 했을까. 욕실의 문이 열리고 안즈가 젖은 머리를 하고 개운한 얼굴을 하며 밖으로 나왔다. 막 씻고 나와서 안즈의 얼굴은 뽀얗고 따끈따끈해 보였다. 안즈는 곧바로 거실 바닥에 앉아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기 시작했다. 드라이기 에서 따뜻한 바람이 나오고 안즈의 머리도 살랑 거렸다. 그와 동시에 리츠의 코에 달콤한 향기가 닿았다. 안즈 냄새. 안즈 향기. 안즈는 자신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을까? 리츠는 혀로 입술을 훑으며 소파에서 내려와 안즈의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안즈는 살짝 움찔하더니 그대로 가만히 있다가 조심스레 머리를 말렸다. 어느 정도 적당히 물기가 빠졌다 싶어 안즈는 바람의 세기를 약하게 해놓고 말을 했다.
“리츠 가서 씻고 와.”
“이대로 좀 더 있으면 안 돼?”
리츠는 어리광을 피우듯이 안즈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비면서 허리를 껴안았다. 안즈는 드라이기를 완전히 끄고서 허리에 감긴 리츠의 손을 풀고서 뒤를 돌아 자신을 보는 리츠를 꼭 안아주고서 손으로 얼굴을 딱 잡고서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사라지거나 하지 않으니까요 어서 다녀오시죠.”
안즈의 시원한 웃음에 리츠는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고는 졌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얼굴에서 안즈의 손을 떼고 안즈의 볼에 약하게 입 맞추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볼에 손을 대고서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안즈를 쳐다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씻고 오면 입술이야.”
안즈는 마치 범행예고를 하듯 말하고 욕실로 들어가는 리츠를 보다가 팟하고 웃고 말았다. 괜히 괴도가 아닌가 봐. 안즈는 전에 괴도 옷을 입고서 라이브를 했었던 리츠를 떠올렸다. 참 잘 어울린다 싶었는데 말이지. 범행 도중 잠들 것도 같은 괴도지만.
안즈가 핸드폰을 가지고 놀면서 한 30분쯤 지났을까. 욕실 문이 열리고 머리를 수건으로 덮은 채 리츠가 거실로 걸어 나왔다. 리츠는 터덜터덜 걸어와 안즈의 앞에 털썩 하니 안고서 안즈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막 씻고 나온 리츠에게서는 샴푸와 바디워시 냄새가 풍겨왔고 따끈따끈함이 느껴졌다. 씻고 나면 피로가 막 몰려오는 느낌이니까. 조금 노곤해졌을지도. 안즈는 연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에서 살포시 리츠의 머리를 떼어내고 리츠의 머리에 얹어져 있는 수건으로 리츠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안즈?”
“빨리 말리지 않으면 감기 걸려.”
안즈의 손길에 따라 머리가 이리저리 흔들리는 리츠는 수건으로 자신의 머리를 말려오는 안즈의 손길에 놀라하다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자신의 머리를 말려주는 안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즐거워 보여. 이상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면서 자신의 머리를 말려주는 안즈를 리츠는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았다. 안즈 손길도 기분 좋고 말이지.
수건의 감촉이 더 크지만 그 아래로 느껴지는 동글동글한 리츠의 머리에 안즈는 조금 즐거웠다. 아프지 않게 그래도 물기는 잘 빠지도록 안즈는 머리카락 사이에 손을 넣어 물기를 털어냈다. 어느 정도 다 털어진 것 같으니까 드라이기로 말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안즈는 뒤쪽에 놔둔 드라이기를 들었다. 따뜻한 바람 속에서 손에서 사르륵 빠져나가는 부드러운 리츠의 머리카락에 안즈는 신기해하면서 머리카락을 털어냈다. 어떻게 머리를 관리하면 이럴 수 있는 걸까. 얼마 안 되는 짧은 머리였기에 머리를 금방 말려졌다. 안즈는 아쉬운 마음으로 드라이기를 끄고서 리츠의 머리를 만졌다. 폭신폭신해. 안즈는 머리를 다 말리고 나서도 리츠의 머리를 만지다가 이내 리츠의 머리에 볼을 비볐다. 한참을 그렇게 가지고 놀다가 안즈는 다시 수건을 리츠의 머리에 덮어주고서 리츠와 눈을 마주치고서 말했다. 마주친 김에 안즈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리츠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씻고 나오니까 더 예뻐진 것 같기도 하고. 피부도 하얘진 거 같고 입술이랑 눈도 더 붉어 진 것도 같고. 리츠는 그런 안즈를 이상하게 쳐다보다 똑같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 예쁘다.
“안즈?”
“리츠 신부 같아.”
안즈의 말에 리츠는 이상한 얼굴을 했다. 리츠의 그런 얼굴에 안즈는 소리를 내며 약간 웃다가 리츠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하얀 수건 뒤집어쓰고 있으니까 면사포 같은 느낌이 들어서 왠지 신부 같아.”
“흐응.”
안즈의 말에 리츠는 묘한 감탄사를 내면서 안즈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안즈에게 손을 뻗으라고 말했다. 안즈는 어리둥절해 하면서 리츠에게로 손을 뻗었고 리츠는 안즈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빼고서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있는 반지를 빼서 안즈의 손가락에 끼워주고서 안즈에게 반지를 건네주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안즈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일단 리츠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안즈가 반지를 자신의 손에 끼워주자 리츠는 안즈에게 자신의 머리에 얹어져 있는 수건을 약간 걷어 달라고 말했다. 점점 더 영문을 알 수 없는 요구에 안즈는 이상해하면서도 리츠의 요구대로 해주었다. 안즈가 손을 뻗어 수건을 약간 걷어주자 리츠는 생긋 웃으며 안즈에게 다가가 입을 맞췄다.
“신부가 전하는 맹세의 키스야.”
입술을 떼고서 바로 코앞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리츠의 목소리에 안즈의 얼굴이 빨개졌다. 리츠는 그런 안즈를 보고서 낮게 웃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있지 다음에는 안즈가 신부해줘.”
거실에서의 작은 아주 작은 이상한 결혼식 속에서 얼굴이 붉어져 있는 신랑에게 신부는 한 번 더 입을 맞췄다.
유난히도 사랑스러운 맹세의 키스였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대마다 틀려질 수 있어요.
*제가 어릴적에 수건가지고 결혼식 놀이를 한정이 있습니다..수녀님 놀이도 했었는데..
*하얀 수건..면사포 비슷무리..하지 않나..?
*그래서 리츠안즈 언제 결혼한대요???? (대망상쇼)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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