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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카논 2 N/리츠안즈 동거 50제

[리츠안즈] 지친 하루 속 화해 (동거 50제 중 세번째)





Ease 아이레네 (Eirene) - 여유 (餘裕)



[리츠안즈] 지친 하루 속 화해 (동거 50제 중 세번째)

*리츠와 안즈는 서로 사랑하고 있습니다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3. 사소한 일로 싸우다 화해하기



사소하다 : 보잘 것 없이 작거나 적다




오랜만에 집 안이 정적으로 물들었다. 원래부터 둘 다 큰 소리를 내지 않는 타입이라. 집 안은 항상 조용했지만 오늘따라 분위기가 싸하게 정적이 온 집을 감싸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안즈는 서서 리츠를 단호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리츠는 부루퉁한 얼굴을 하고서 거실 한쪽에 있던 빅만쥬를 품에 안고서 고개를 묻고 있었다. 안즈는 자신과 눈도 마주치지 않는 리츠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다. 리츠의 이름을 불렀다.


“리츠.”


안즈의 입에서 단단한 모양새로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리츠는 잠시 움찔거리다. 여전히 만쥬에 고개를 푹 묻은 그 채로 고개를 들지 않았다. 리츠 나름대로 지금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쟁을 부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두 사람 사이에선 전에 없던 묘한 신경전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몇 시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사건의 시초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나이츠가 얼마 전 앨범 활동을 마무리하고 잠시 휴식기에 접어 듦과 동시에 안즈는 다른 새로운 아이돌을 프로듀스를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신인이고 하 다 보니. 하나하나 세세하고 꼼꼼하게 확인해가며 가르치고 진행해야 했기에 안즈는 평소보다 이른 출근과 늦은 귀가들을 하게 되었다. 그와 동시에 리츠와 있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리츠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원체 밖에 잘 나가지 않는 리츠이기에 혼자 있는 시간은 상당했다. 그렇다고 늦은 귀가 후에 리츠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에 안즈는 지쳐있었다. 오자마자 씻고 잠에 들기 일 수였고. 리츠는 그런 안즈에게 차곡 하니 불만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의 아주 작은 소동으로 인해 그 불만은 크게 터져 버렸다.


날 따라 오랜만의 안즈의 이른 귀가 소식에 리츠는 기분이 좋았다. 일어나 기분 좋게 안즈를 배웅해주고서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다가 잠에 들고 살짝 깨어났다 잠에 드는 리츠다운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느지막한 오후가 되어서야 리츠는 비몽사몽 한 상태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베란다를 보니 소품들이 석양을 받아 길게 그늘이 졌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오렌지 빛이 아름답게 집 안을 비추고 있었다. 리츠의 부스스한 머리카락도 석양의 오렌지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있었다. 리츠는 하품하면서 미닫이문을 열어 베란다에서 노을을 구경했다. 해가 질 무렵의 하늘이 붉은 빛으로 물드는 이 현상은 언제 봐도 마음을 조금 뛰게 한다고 생각했다. 이따금 씩 베란다에서 안즈와 함께 책을 읽다 석양을 보는 때를 리츠는 좋아했다.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안즈의 갈색의 머리카락이 석양빛에 일렁이는 것도. 석양을 바라보는 안즈의 얼굴이 그윽한 미소를 담고 있는 것도. 눈을 감으면 선연하게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워 넋을 놓고 바라봤었다. 혹여 안즈가 이런 저를 눈치 챌까봐 안즈를 따라 읽는다고 꺼내오긴 했지만 실제로는 베개의 용도로 쓰는 책을 베고 엎드려 자는 척을 하며 한 폭의 그림 같은 안즈를 보며 웃곤 했었다. 어떨 때는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와 안즈가 저를 바라보고 웃을 때는 마음에 해가 드는 것 같은 그 때를 리츠는 좋아했다. 노을을 구경하며 기억을 되짚던 리츠는 혼자서 보는 노을이 조금 쓸쓸하다고 생각했다. 안즈와 같이 볼 때는 해가 드는 것 같이 따스하고 행복했는데. 안즈가 보고 싶어. 그런 생각을 하며 리츠는 베란다에 놓인 테이블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잠깐 눈을 감았다 뜰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잠들어 버린 리츠가 일어난 때는 이미 해가 저물고 달이 온전하게 저의 빛을 뽐내고 있을 늦은 밤이었다. 아 잠들어 버렸네. 리츠는 기지개를 켜며 베란다에서 나왔다. 안즈가 이미 왔겠지? 리츠는 신난 얼굴을 하며 안즈. 하고 불렀다. 하나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리츠는 설마 하며 온 집안의 방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지만 집 안 어느 곳에서도 안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리츠의 기분은 순식간에 다운이 되었다. 일찍 온다고 했으면서. 리츠는 괜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한참을 불퉁한 채로 있을까. 현관문에서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리츠는 소파에 늘어져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리츠는 조심스럽게 현관에 귀를 기울였다. 현관문에서 다녀왔어. 하는 안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리츠는 목소리가 들리자 일어서서 안즈에게 다가가 폭 안겼다. 아니. 안즈를 폭 안았다. 안즈는 피곤한 얼굴을 하며 안으로 들어오다 안아오는 리츠에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미안 너무 늦었지 다녀왔어 리츠.


“리츠 점심 안 먹었지? 저녁 같이 먹을까?”


안즈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부엌으로 들어서 너무나도 말끔한 조리대를 발견하고서 리츠를 향해 말했다. 안즈의 말을 듣고 나서야 리츠는 오늘 자신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리츠가 부엌을 향해 걸어오자 안즈는 좋다는 표시임을 알았다. 그리고서 안즈는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하다 냉장고 문을 열고서 약간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말했다.


“리츠 장 안 봤어?”

“응?”


안즈의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로 리츠는 안즈를 쳐다보았다. 안즈는 안즈 나름대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을 하며 냉장고 앞에 걸린 블랙 보드를 가리켰다. 블랙보드 안에는 마카로 오늘의 당번 사쿠마 리츠 라고 굵직하게도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장보기 빨래 청소 등이 줄줄이 달려 적혀 있었다. 안즈는 냉장고 문을 닫고서 리츠의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이 리츠를 바라보았다. 리츠는 오늘 자신이 무엇을 했나 생각 했지만 오늘은 온종일 잔 것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무 대답이 없는 리츠를 보며 안즈는 아. 하루종일 잤구나. 라고 금세 깨달았다. 안즈는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오늘은 리츠 차례잖아.”


리츠는 조금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애초에 나 한다고 한 적 없었구.”


물론 그렇긴 했다. 당번을 정하기로 했을 때는 같이 살기로 시작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리츠는 안즈와 함께 산다는 사실에 들떠 무엇이든지 응응거리면서 안즈 곁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진심으로 한다고 하진 않았을 거라곤 생각을 하긴 했었다. 그래도 해주긴 하는 리츠에 안즈는 조금의 감동을 하고 있었다. 그저 오늘따라 피곤해져 신경이 예민한 탓에 아무것도 안해져 있는 이 상태에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싶었다.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아무 말이 없는 안즈를 가만 지켜보다 리츠는 부엌을 나서 불퉁한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 애초에 먼저 약속을 안 지킨 건 안즈인데. 그리고 그까짓 당번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리츠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자신 나름대로 서운했다.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지만 자신이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는지 안즈는 알까? 리츠는 만쥬 하나를 가져다 끌어안고 얼굴을 파묻었다. 이런 건 싫어. 너무 어둡고 쓸쓸해.


“리츠 말 안 할 꺼야?”


대답도 미동도 없이 앉아 있는 리츠를 몇 번을 불렀을까. 안즈는 슬슬 지쳤다.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것은 끝이 없는 기다림과 같은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안즈는 본인이 일할 때 혼자 집에 남아 있을 리츠를 떠올렸다. 리츠는 집에서 외로웠을까? 넓다고 생각하면 넓은 집에서 혼자 자고 일어났을 때 눈을 떴을 때 옆에 아무도 없는 그 허하고 텅 빈 느낌을 리츠는 몇 번을 아니 몇십 번을 느꼈을까. 안즈 저도 리츠도 서로 많이 지쳐있었다. 외로움에 일에. 안즈는 조심히 소파에 앉아있는 리츠 앞으로 다가가 쪼그려 앉아 말을 했다.


“미안 리츠 외롭게 혼자 놔둬서 미안해.”


리츠는 안즈의 말에 만쥬에 파묻었던 고개를 들어 안즈를 마주보았다. 안즈의 눈은 충혈돼있는 채로 약간의 눈 그늘이 깔려 있었다. 리츠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안즈의 눈가를 쓸었다 예쁜 눈이 엉망이 됐어. 리츠는 오랜만에 안즈의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전보다 더 마른 얼굴과 팔이 보였고. 얼굴은 나름대로 미소를 짓고 있지만 피곤이 여기저기 깔려 있었고 체온은 전보다 뜨거워 미열이 있었다.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안즈는 리츠의 앞에서 미안하다 말하고 있었다. 리츠도 그제야 깨달았다. 안즈도 저만큼 이나 지쳐있었다는 걸. 리츠는 만쥬를 옆으로 치우고 소파에서 내려와 쪼그려 앉은 안즈를 꼭 안았다.


“미안해 안즈.”


리츠의 말에 안즈는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곧 미소를 짓고서 리츠를 마주 안았다. 미안함과 사랑을 담아서. 서로에게 서운했던 걸 풀기라도 하듯이 둘은 한동안 서로를 안아주었다. 토닥여주는 손길에 따뜻함이 베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조금 시간이 흐르고 마주 안은 손을 풀고서 안즈와 리츠를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언제 말도 안했냐는 듯이 둘은 서로 손을 꼭 잡고 베란다에서 밤 하늘을 보며 웃었다. 


그 미소가 아름다워 달빛이 부끄러워 숨어버릴것 만 같았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 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 있어요.


*제 3제는 주제를 조금 변경시켰습니다.


*하루에 한 개씩 쓰면 리츠안즈 떡밥이 터진다라는 최면을 걸면서 쓰고 있습니다.


*리츠안즈 싸워도 예쁘게 웃기를. 진심으로 싸우면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사소한 것들은 쉽게 풀릴 것 같은 아이들 입니다.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