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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소나타

[카즈이즈] 먹이 기우는 곳, 비가 그칠 무렵에




[카즈이즈] 먹이 기우는 곳, 비가 그칠 무렵에


*데데양을 위한 카즈이즈 . 기녀이즈미Ⅹ화백카즈나리 . 동양AU(일까요?) . 카즈나리 해석 주의 . 이즈미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시작도 그렇게 비가 오더니 끝마저도 비가 왔다. 어쩔 수 없다 라고 여기다가도 끝끝내 마음이 쏟아져서 한시도 제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먹에 묻기를 갈리는 소리에 마음 또한 풀어지기를 얼마나 갈망했는가. 시간이 어찌 흘러가는지 가늠할 수 없게 될 틈에서야 겨우 갈던 소리를 멈출 수 있었다. 창을 통해 들은 깊은 비 그림자가 화지에 일렁였다. 몇 번을 손으로 쓸어도 그림자는 화지 안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창을 닫더라도 여전하게 남아있을 그림자였다. 비가 그치지 않는 한은. 군데군데 검이 진 손으로 붓을 들었다. 곱게 갈린 먹을 붓에 한껏 먹이고 담아내지 못한 넘침을 그렸다. 검은 점 하나 찍기가 그렇게 어려웠는데 막상 닿고 보니 막힘 하나 없었다. 내내 망설였던 선들은 막고 있던 벽이 뚫린 듯 끊김이 없었고 바라보는 것으로도 닳아 없어질까 고이 모셔뒀던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부여잡고 미련스레 굴까 봐서 구석에 넣어놨던 염료도 이제는 열 수가 있었다. 빗방울 돌을 갉아먹을 적에 비 온 그 적보다는 진했고 수국만 한 색을 지니고 있던 당신의 마음 어딘가를 닮았던 푸름이다. 하늘 또한 맑지 못한 푸름이고 내리는 눈물도 색을 입지 못한 푸름이었다. 닮은 당신 역시도 차마 울지 못하는 시원스럽지 못한 따뜻한 푸름이었다. 그리는 내내 그림 위로 내리는 비를 그렇게 참아냈다. 꾹꾹 올라오는 먹구름에도 차오르는 습한 간지러움에도 몇 번의 물에 참아내고서 선을 그려내고 이어가고 푸름을 입혔다. 빗소리가 거세져 갈 즈음에 떨리도록 꽉 잡고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그려놓은 것을 쳐다보고 있자니 얼굴을 감싸 쥐고 울고 싶었다. 생각을 하고 그려도 생각을 하지 않고 그려도 끝내 나오는 건 그 날의 안아주지 못했던 당신. 웃고 있는 듯해서 눈물이 흐를 것 같았던 당신. 처음 만난 순간의 내려앉던 춤을 추던 당신. 언젠가의 날에 안아주던 당신. 끝은 사랑하는 당신이었다. 내리는 장맛비 마냥 그려내고 보니 이 또한 사라지지 못한 흔적이었다. 지우고자 털어버리고자 그려내는 모든 것은 당신에게로 이어지는 그림. 천천히 그린 그림들을 말아 품 안으로 넣었다. 이래도 버리지 못할 마음이라면. 한숨을 크게 쉬고서 빗속을 달렸다. 품 안의 그림은 젖지 않게 깊숙이 넣고서 어디에 있을지 모르는 당신을 찾아서 무작정 빗속을 헤매었다. 늘 옆에서 그랬다. 일개 양반가 부잣집 도련님이 무얼 알 수 있겠느냐고 부모 권세 믿고서 예술이나 하는 자식이 뭘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무엇을 해줄 수 있겠느냐고 옆에 있어 봐야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신분이 땅과 하늘 적으로 다른데 사랑이 무엇이냐 마음을 접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겠느냐. 이제야 생각해보지만, 옆에서 해주는 말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해를 못 하는 게 무어 그리 대수라고 남과 남이 만나면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게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살아온 환경, 수준이 맞은 정해준 사랑을 하는 것이라 인연을 맺는 것이라 주변의 말을 익히 들어왔지만 당연하게도 들어왔던 모든 이야기는 소용이 없었다. 겪어 보고 나서 보니 그랬다. 신분을 고사하더라도 같은 신분이었다 하더라도 서로 걸어온 길도 만나온 사람도 같은 것 하나 없었을 지언데. 어찌 온전하게 있는 그대로를 이해할 수가 있을까. 이해를 못 해도 괜찮았다. 그냥 사랑한다는 건 제게 그랬다. 전혀 다른 당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간단하고도 당연한 안음. 맑은 하늘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와 같이 그렇게 찾아오는 젖어드는 마음을 혼자서 어찌 가누리오. 비에 젖은 것은 말리면 그만이라 말하지만 말린다 한들 옷에 남은 잔향과 비 울음은 어떻게도 지울 길이 없었다. 이게 오래도록 남은 마음이었다. 피할 길 하나 없는 수 없이 내리는 빗속을 달리며 미련을 버리지 못한 지난 자국들을 그렇게 되새겼다. 내리는 비 또한 마음일까. 후회와 먹먹함이 깃든 여전한 애정. 비 내리는 어딘가에 당신은 또 어디에 있을까. 언젠가의 비 내릴 적에 당신을 담았을 때 비가 아니라 이름 한 번 불러 볼 것을. 먹이 들 때에 안아드릴 것 그랬습니다. 물이 아니라 그늘진 먹이 떨어진 끝에 다다라서야 옷자락 한 번 잡을 수 있던 것을. 달리다 보니 깨달아서. 늦었을까 지웠을까 떨어졌을까. 불안한 마음에 넘어져 흙탕물 한번 뒤집어 쓴지도 모르고 일어서서 달리다 보니. 결국, 그 끝에 아슬 하게 떨어질 듯한 당신을 만났다. 옛적에 들어본 적 없는 곡조인데도 눈물이 날 듯한 음으로 떨리게 울더라. 비를 맞지 않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우산을 꼭 잡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니었으면 또 어설픈 당신의 비 때문이에요 라는 말에 속아줄지도 몰랐으니까. 고운 비에 맞춰 떨어지더라 눈물.

 

그에 맞춰 꽃도 떨어지더라 울음.”

 

올 줄 알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이어가는 목소리는 평화로웠다 생각보다도. 돌아본 얼굴은 울음 자욱 가득했지만 서도 말이다.

 

먹을 한 움큼 머금고 장마.”

 

울고 있는 비

먹이 기운 곳에

웃고 있는 비

안녕을 기약했습니다.

그에 따라 당신도 우시렵니까.

 


-

 


하지에 접어들어 이제 본격적으로 더위가 오려나 싶었던 하늘은 예상외로 푸름보다는 백지를 표현하고 있었다. 태양이 뜬지 안 뜬지도 모를 만큼 구름이 푸름을 먹어 꾸물거리면서도 밝았다. 그리 검기만 한 구름은 아니었던지라 비가 온다는 느낌을 안 줄 정도로 화지와 비슷한 색을 하늘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여름이긴 하다고 습한 기운이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새들은 사람들과 가까이 날았다. 올 듯 말 듯 하면서도 오지는 않았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는 듯. 그래도 난감하긴 난감했다. 종이가 습기를 먹어 못쓰게 되는 경우가 다수여 카즈나리는 멋쩍은 얼굴로 종이를 훑어보다가 나갈 채비를 했다. 때 마침 친우도 만나야했으며 화지도 그 겸사 겸사였다. 좋은 염료나 붓이 있으면 더 좋은 일이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갓을 단단히 여미다 문득 하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왠지 비가 올 듯 했다. 옆에 하인이 준비해놓은 우산을 한참을 바라보다 카즈나리는 우산을 놓고서 집을 나섰다. 감은 늘 맞진 않았다. 오늘도 그럴 예정일 테니. 무엇보다 젖을 일이라고는 있을 리가 없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니. 드문 사내일세. 사내라면 모름지기 기방에는 들려봐야 하는 법이지. 그림을 그리는 자가 예술을 하는 자가 술과 여자를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마침 근방에서 유명한 기녀를 볼 기회가 있단 말일세. 자네도 이제 혼기도 찼고 하니 어떤가 어울리는 것은? 혼기와 기방은 밀접한 연관이 있질 않은가. 혼례를 치르기 전에 여러 여자를 만져봐야 사내 아니겠는가.

 

지독한 향내가 풍겼다. 술 냄새가 진동하고 허허 점잖게 웃는 소리는 처음 뿐 노골적으로 희롱하는 소리와 함께 여인들의 웃음소리들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풍문으로 들었지만, 눈으로 마주하니 생각보다 눈이 찌푸렸다. 발 디딜 연이 없다고 생각한 곳에 떠밀리듯 끌려와 있자니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했다. 애써 미소를 그리고 있지만 정말 불편했다. 낮에 만난 텐마의 경고가 문득 떠올랐다. 그 어르신은 하며 최선을 다해 열을 내며 토하고 있는 친구의 모습은 자신을 향한 걱정이 가득했지만 이제 와서 받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아버지의 소개로 만나게 된 어르신인지라 자칫하면 안 좋은 일도 번질 수도 있기에. 별일이야 있겠어 하고 간 것이. 이런 결과를 불러들였다. 감이 맞긴 맞았다. 술에 매우 젖고 있는 중이었으니. 양옆에 기녀 둘을 끼고서 입이 찢어져라 술을 들이붓는 어르신은 낮에 만난 분과 같은 분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적당히 둘러대고 빠지는 게 이쪽에도 자신에게도 좋을 듯 싶었다. 어르신보다는 같이 온 젊은 사내들에게 귓뜸 해두는 게 여러모로 편했다. 십중팔구 붙잡을 어르신은 사양이었다. 기간 내 그림만 그려드리면 그 뒤로는 만날 일은 없을 테니. 나가야겠다. 술잔을 내려놓고서 헤픈 낯짝으로 옆 사람을 불렀다. 이보시오.

 

. 문을 닫고 나오자마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향내에 찡했던 코가 이제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되도록 오고 싶지 않은 곳이구나. 말로는 술과 여자를 몰라선 아니 된다고 하지만. 자신에게는 영 아닌 모양이었다. 재빠르게 벗어나고 싶었지만, 예상보다 술이 꽤 들어간 모양이라 자꾸만 딛는 걸음이 꼬아졌다. 발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듯한 감각이 꽤 재밌긴 했지만 이러다간 돌아가는 길이 한참 걸릴지도 몰랐다. 어찌 어찌 굽은 선을 발로 그려가며 신에 발을 구겨 넣는 것 까진 좋았지만 술기운을 이기지 못해 내려가는 계단에 주저앉아 버렸다. 아픔이라던가 감각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술 덕분이었다. 아무래도 걸으려면 술기운이 바람결에 타고 날아가야겠다. 온도가 높아지면 기분도 같이 오른다. 눈살이 찌푸려졌다 한들 콧노래가 나오는 건 무슨 경우일까. 언젠가 저잣거리에서 만난 유학생에게서 이런 곡조를 들었다. 가사가 떠오르진 않았지만. 구슬프고도 어쩔 수도 없는 무엇에 관한 건 정확하게 받을 순 없었지만 분명 깨달을 날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까진 없지만 말이다. 그게 무슨 곡조였나 하며는. 그래 딱 지금 바람결에 타고 오는 이 곡조였다. 울고 싶은 감각을 주는. 이런. 유학생은 별난 사내였는데. 지금 이 곡조는 가녀린 여인의 목소리였다. 음이 높아지니 떨어지는 게 아득함을 크게 만들어주는구나. 이런 곡조를 부르는 여인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얼굴을 하며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 것일까. 문득 든 생각이다. 아마도 긴 머리를 하고. 옷을 그렇게 예를 갖춰서 입진 않았을. 눈은 슬픈? 의외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화장을 옅게 했을 것도 같다. 손을 붓 삼아 흙바닥을 종이 삼아 그리고 보니 얼추 슬픈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 곡조는 마치 비가 내렸으면 했으니 여인도 빗속에 살 터이다. 짧게 혹은 길게 여인 옆에 작대기를 그리고 나니 진짜 비가 온 듯 손등 위로 물방울이 톡 떨어졌다. 술에 취해도 단단히 취한 모양이었다. 비를 그렸다고 비가 떨어질 리 있나. 그러고 보니. 곡조가 좀 더 가까워진 듯 했다. 그리 느낀 건 가사가 똑똑히 들려와 이제는 자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인은 높게 자신은 낮게. 고운 비에 맞춰 떨어지더라 눈물. 물방울이 또 한 번 손등에 닿았다. 머리에 그늘이 졌다. 그 뒤로 따갑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림의 끝에 고운 신을 신은 작은 발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발에서부터 고개를 올리니 제대로 차려입지 않았지만 화려한 오비를 늘어트리고 그에 동등할 정도로 화려한 후리소데를 하오리 마냥 걸치고 있는 긴 머리의 여인이 있었다. . 눈이 따뜻하다.

 

비가 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 곡조는 여인께서 부르셨습니까?”

좋은 그림입니다 화백.”

이건 멋대로 여인께서 부르시는 목소리를 듣고 상상해본 것뿐입니다.”

많이 닮았습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림과 화백 말입니다.”

여인께서 더 닮으셨습니다.”

좀 더 가벼운 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여인께서는 저를 알고 계십니까?”

화백께 그려져서 다행입니다.”

장마같이 말씀하십니다.”

화백께서는 생각보다 이슬비처럼 말씀하십니다.”

비가 내릴 줄 알았습니다.”

 

저는 비가 내리길 바랐습니다. 대화 어디에도 시원스레 이어지는 건 없었다. 그럼에도 대화를 했다고는 생각했다. 취해서 저도 모르게 그늘이 나왔던 걸 수도 있다. 그늘이라고 비가 들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옷자락 끝이 젖어 드는 것도 모르고 그림을 그려대니 마음 또한 젖어 드는 것 또한 몰랐던 거다. 분명하게 젖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에 접어든 흰색을 가득 닮은 하늘을 한 어느 날은 곡조 따라 비에 젖던 날이었다. 별난 유학생에게서 가사도 모른 채 마음 한 구석에서 굴러다니던 곡조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가사가 붙어 의미를 얻고 모르는 사이에 전체가 되어 가득해졌다. 비가 올 어느 무렵에 잔잔하고도 오래도록 가득해졌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결국 끝내 맹고이즈를 쓰게되었군요...진짜...저는 모르게써요..잘 쓴것인지...아시다시피 이거슨 1편입니다만

2편은 올릴 생각이 젠젠 없는 고로 여러분의 상상으로 중간과정을 드리겠사옵니다..

기쁘지요?

2편 전개는 파국으로 치닫는데...이걸 어케 공개합니까...


*카즈군이 일본화를 그린다고 했을 때부터 기녀화백 너무 떠올라서 늘 보고싶었는데...

없다고 하더군요..여러분 카즈이즈 기녀화백 트루아닙니까?ㅠㅠㅠㅠ


*실은 맹고이즈에 일의 무엇도 없었습니다만...우리의 자랑스러운 데넨네양께서...친히 주입식교육을 시켜주셔서

맹고이즈 트루럽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맹고의 침착한 부분을 매우 좋아합니다. 간혹씩 보여주는 그 그늘이 슬프면서도 본인을 잘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카즈군이 일본화를 그리는 큰 점이 그부분이 아닐까라고도 생각해요...

좀더 카즈군이 그림 그리는 모습을 많이 보고싶네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