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즈이즈] 여름의 더위에 취해 장마를 잊지 않도록 일기예보에 주의하세요
*데네양을 생일을 축하하며 뒤늦은 마지막 글 . 카즈나리 해석 주의 . 이즈미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여름이란 계절은 한 없이 맑아서 무심코 불안해질 때가 있다. 그 안에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푸르러서 겉으로는 구름 한 점 없이 푸름을 바탕으로 여러 색을 보여주며 반짝거려서 저절로 웃어버리곤 하지만 때론 그 맑음이 수 없이 부서질까 두려울 때가 있다. 그렇게 눈이 부시고 부셔 기어코 받아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뒤돌고 나서야 생각해보는 건. 견딜만한 더위였나. 안을 수 있을 만한 눈부심이었나. 아니면 그걸 다 넘어설 만한 마음이 있을까. 모르겠어서. 더위를 잔뜩 먹어 머리가 어지러워서. 그냥 모른 채로. 알면서도 모른 채로 변함없이 웃어주는 너를 뒤로 하고 머리 위에 그늘이 졌다. 한참을 그늘에 서 있을 때도 그 후 천천히 다시 해를 향해 나아갔을 때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다를 바 없이 웃고 있었다. 여름의 태양 마냥 끝없이 모습을 바꾸지 않았던 것 같다. 저렇게 늘 옆에서 웃어줄 것도 같았다. 볼 수 있는 곳에서. 늘 더울 것 같았다. 더워서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늘을 타고 밀려오는 흙냄새가 가득한 습한 바람에도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눈가에서 자꾸 땀이 흘러내렸다. 여름의 더위에 잔뜩 취해 각자가 알고 있음에도 모른 척을 계속 해댔다. 더운 바람이 자꾸만 풀냄새를 몰고 왔다.
한 동안 무더위가 계속 이어졌다. 모든 게 변함이 없었고 평소와 같았다. 하늘은 맑았고 구름 몇 점 흘러가는 더위가 잔뜩 베어 물은 무르익은 여름날이었다. 반복되는 더위에 스물 기어 올라왔던 불안함이 차분히 가라앉아 안정을 되찾아가려 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찾게 되는 이상한 버릇도 눈에 들어오면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도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다정하게 웃어주는 평소와 같은 모습에 더위를 잊을 만큼 안심이 됐다. 따가울 정도의 햇볕이 매번 반갑고 반가워서. 며칠 전 들었던 장마기간의 일기예보도 까무룩 잊고 있었다. 겉으로는 이리 환해서 속아주고 싶을 만큼 찬란해서 몰려오는 먹구름을 잊어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날 새벽 유난히 해가 밝았고 더웠던 낮은 어디를 갔는지 무섭도록 비가 쏟아졌다. 떨어지는 소리는 툭 하고 무거웠고 손에 아프게 떨어지는 빗방울이 유난히 커서 슬픔의 크기가 손바닥을 넘어 얼마나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불안함이 다시 피어올라서 한참을 거실에서 서성거리며 창밖을 보다 애써 잠을 청했다. 억지로 잠을 청하고 얼마나 지났을까. 여러 번을 뒤척거리던 이즈미는 결국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다시 몸을 일으켰다. 기숙사는 잠들기 전과 마찬가지로 빗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밖은 여전히 아프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계속 바라보면 뭔가 알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이즈미는 거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사각 거리는 소리. 종이에 스치는 소리. 연필이 선을 긋는 소리. 아 그림. 그.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리는. 눈에 들어오는 침착하게 내려앉은 눈으로 종이를 보는. 그리는. 카즈나리군. 어쩐지 보자마자 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렇게 한 장의 가벼운 스케치가 끝나고 가만히 고개를 올려 옅게 웃어 보이는 카즈나리가 발견할 때까지 이즈미는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안 자?”
“왠지 잠이 안 와서?”
보통은 더 많은 말이 오갔을 터였다. 시끄럽고 밤도 낮처럼. 가득 메운 빗소리도 지워버릴 만큼. 높게 떠있는 만큼 높이만큼 다정함이 가득한 목소리. 시끄럽다고 생각하다가도. 결국에는 웃어버리고 마는. 많이 듣고 싶어지는 목소리. 빈자리를 느끼게 하는 목소리. 그렇게 목소리의 그리움을 느낄 때 가만히 연필을 만지작거리던 카즈나리가 입을 열었다.
“저기 감독쨩.”
“응?”
“감독쨩 그려도 괜찮아?”
작게도 말했는데 크게도 울렸다.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응.”
대답하나에 사람은 태양같이 웃을 수도 있다. 아주 잠깐 비가 그친 것 같았는데. 아차 하는 사이에 다시 현실이었다. 사각사각 연필이 쉼 없이 종이 위를 움직였다. 무언가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무슨 말을 꺼내지. 한참을 입만 옴짝달싹 움직이며 여러 주제를 고민하던 이즈미보다 먼저 손을 쉬지 않은 채로 카즈나리가 입을 열었다.
“걱정해주고 있었지?”
“어?”
“감독쨩 다정해.”
“알고 있었네 역시.”
“당연하지 그렇게 뜨겁게 쳐다보는데 못 알아볼 리가.”
괜찮아. 괜찮을거야. 그렇게 말하며 손을 멈추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 다정해서. 다정한건 카즈나리군이야.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말을 하려는 찰나에. 연필을 내려놓는 손에 시선이 먼저 갔다. 다 그렸다. 하며 스케치북과 자신을 번갈아 보면서 응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여러 번을 반복하다 끄덕이는 고개가 느려지면서 이즈미의 앞에 잠시 머물렀다 아래로 내려갔다. 진짜 예쁘다. 겨우내 미약하게 흘러나온 간절한 목소리에 스케치북 위로 작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그것에 대해 이즈미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괜찮을리도. 괜찮을 수도. 당연하게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숨죽이던 카즈나리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갈게 감독쨩 잘 자.”
방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으로도 장마처럼 울지 않았다. 실은 날씨와 카즈나리가 바뀐 것이 아닐까 하고 이즈미는 생각했다. 장마는 환한 더위를 자꾸 그려냈다.
그렇게 울지 않는 긴 장마기간이 왔다. 계절도. 너도.
-
티비에서는 끊임없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비가 온다거나 강수량 외출 시 조심하시라는 기상캐스터. 수건을 개면서 잘 듣고 있는 듯 하다가도 한 귀로 흘려버려 정신이 없나 싶다가도 수건이 잘 개진걸 보면 막 나쁘지도 않은가 싶었다. 요 며칠 간 기상캐스터의 말은 시원하게 빗나갔다. 많이 온다 적게 온다의 수준이 아니라 한 방울 조차 내리지 않았다. 하늘 만 구름에 가득 뒤덮여 하얗기만 할 뿐이었다. 한참 밖의 꾸물거리는 탁하면서도 하얀 하늘을 보면서 어쩐지 하늘이 울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듯 보여 마음이 쓰였다. 마지막 수건을 집어들 때에서야 귀에 남자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기상캐스터는 제 할 일을 마치고 화면에서 떠난 지 좀 된듯했다. 흉흉하거나 골치 아픈 뉴스가 연달아 스쳐지나가서야 이즈미는 고개를 돌려 마저 수건을 갰다.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아 올리고서야 수건 밑에 깔려있던 리모콘을 들어 티비를 껐다. 맞지도 않는 일기예보를 꼬박꼬박 챙겨보는 것도. 참 별일이지 싶었지만. 장마니까. 오기 전에는 그렇게 내리지 않기를 바랬는데. 지금은 일기예보가 한번이라도 맞으면 좋을텐데. 라고 이즈미는 생각했다. 울었음 싶었다. 천둥도 번개도 잔뜩 성을 냈으면 싶었다. 그렇게 애써 해를 보여주지 않았으면 했다. 울지 않으려는 네가 괜찮아 하며 더위를 흉내 내는 네가 슬퍼서 울고 싶어졌다. 이건 어쩌면. 알고 있지만. 모른 척 했던 것에 대한. 더위에 취해있던 핑계를 댄 것에 대한 벌일지도 몰랐다. 그리움은 지나쳐가고. 누구도 울지 않아서. 누구도 괜찮지 않았다.
그러니까 실은 나도 장마였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수정해야 합니다....일단 재빠르게 하고 후에 수정을...
*지각한 글입니다만. 데네양 생일 축하해요 3개월만에 드리네요...
*맹고이즈 더 안쓰겠다고 실은 다짐하곤 합니다만 너무 난이도가 높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기 생각하는 맹고는 여름을 정말 한 아름 안고 있는 아이인데.
장마같은 부분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울려고 하는 듯 울지 않고 우는 거
가끔은 시원하게 울었으면 좋겠구나 하고.
*한눈에 봐도 가득 사랑을 안겨주는 사람이라. 한 여름 같이 보이면 솔직하게 겁이 나곤 할 것 같습니다.
밝고 찬란하고 눈이 부시고.
늘 맑았으면 해서.
무더위 종종 취하지 않도록 일기예보를 제대로 확인하도록 합시다.
분명 물을 많이 마시라던가 할거에요.
*올해 장마는 어떻게 될까요. 그 아이도 비 오는날을 무척 좋아했네요.
*사실은 이것은 초기안은 뭐지 맹고로 시작했습니다만 최종은 이렇게 되었네요.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잘 마무리해서 올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건 맹고로 시작해서 결론은 상, 하 같은 느낌인가요.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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