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밤하늘의 카논 2 N

[나츠안즈]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amorevole ma non tropo





Debussy - La Fille aux cheveux de lin



[나츠안즈] La Fille aux cheveux de lin ~ amorevole ma non tropo

*안즈른 전력 60분 / 27번째 주제 [감기] / 나츠메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나츠메는 침대의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가쁜 숨을 뱉는 소녀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추운 날씨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더니 기어코 감기에 걸려버린 미련스러운 룸메이트는 침대에 누워 눈을 뜨질 못하고 있었다. 어제 새벽부터 오르기 시작한 열은 한도를 모르고 오르더니 아주 잠깐 동안 내려갔다가 밤이 찾아오자 또 끝을 모르고 오르기 시작해 악몽을 꾸게 하는 모양이었다. 내려앉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표정은 괴로워 보였다. 나츠메는 땀에 젖은 소녀의 머리카락을 넘기고서 이마에 대어진 물수건을 다시 한 번 바꿔 올렸다. 나츠메의 손에 들린 물수건은 따뜻함 뜨거움 중간 사이에 머무르고 있었다. 무심하게 물수건을 바라보던 나츠메는 탁상 위에 놓인 물이 담긴 대야에 수건을 넣고 주물럭거리며 양껏 물을 짜냈다. 언제 뜨거웠다는 듯 수건은 다시 차가워졌다. 나츠메는 적당히 차가워진 수건을 보기 좋게 접어 대야의 옆에 조심히 놓았다. 옆에 놓여 있던 약봉지가 가벼웠다.

 

아기 고양이쨩 잠시 사감 선생님께 약을 받으러 다녀와야 할 것 같아.”

 

침대에 누운 이는 대답이 없었지만 나츠메는 아무렇게나 방치된 소녀의 손을 한번 꼭 잡고 나서 램프를 들고 방을 나섰다. 늘어진 기숙사 복도는 중간중간 마다 불이 들어와 있긴 했지만 걷는 걸음을 보기에는 어두웠다. 결국, 어두운 복도를 걷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불이었다. 사푼사푼 걷는 걸음이 우아하게도 떨어졌고 소등시간을 알리는 드뷔시가 복도에 울렸다. 나츠메는 이 곡을 무척 잘 알았고 가장 아꼈다. 자주 춤추듯 건반으로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듣기가 거슬렸다. 평소라면 허밍이라도 하며 반겼겠지만, 상황이 다른 지금은. 그랬다. 아무래도 달이 아름다워서 소녀가 아파서 묘하게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표정을 일그러트리다 나츠메는 자신이 멈춰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복도는 조용했고 램프 손잡이의 끼익 소리가 깊게도 울렸다. 사감이 올라오기 전에 나츠메는 가야 했다. 자신의 룸메이트는 여전히 아팠고 약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램프에서 끼익 소리가 났고 드뷔시의 곡에 소음이라도 낀 듯 약간 음이 불안했다. 그제야 조금 숨을 쉴 것 같았다. 이렇게도 변덕스러워서야. 진절머리가 날 것도 같았다. 불안정한 마음과 달리 걸음은 당연하게도 우아했지만. 조심스럽고. 비밀스럽게 이게 당연하다는 듯이. 소녀처럼. 그랬다 소녀처럼.

 

사카사키양 무슨 일이죠. 통금시간이 지난 걸 모르진 않을 텐데요.”

 

깐깐하고 날카로운 모습의 사감이 나츠메를 바라보았다. 나츠메는 살포시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그려진 듯 아름다운 모양새로.

 

통금시간. 저는 무척 잘 알고 있답니다. 하나 저의 룸메이트가 아프다는 걸 선생님께서는 잊고 계신 모양이네요.”

 

나츠메의 말에 사감의 표정에 아차 하는 표정이 지나쳐갔다. 애써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서는 나츠메에게 잠시 기다리라며 밖으로 나섰다. 아마 그녀는 오래 걸릴 게 분명했다. 이때까지 과자나 먹으며 시시덕거리고 있었으니 학생이 아픈지도 까먹고 있었을 건 당연했다. 30분 아니 더 긴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었다. 나츠메는 조금 안으로 들어가 피아노의 앞에 섰다. 사감이 바뀐 뒤로 쓰지 않던 피아노는 먼지가 폭 하니 쌓여있었다. 나츠메는 손가락 끝으로 먼지를 살짝 쓸어보다 묻어나오는 검댕에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서 사감의 책상에 놓여 있던 휴지로 먼지를 살살 쓸었다. 대충 먼지를 내리고서 나츠메는 조심히 피아노를 열었다. 희고 검은 것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건반이 보였다. 나츠메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피아노 바로 옆에 위치한 창문에서 교교한 달빛이 흘러들어왔다. 붉은 머리카락 안에 숨겨진 옅은 색소의 머리카락이 달빛에 반짝거렸다. 숨겨진 머리카락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색을 띠고 있는 손으로 나츠메는 건반을 두드렸다. 건반이 답하듯 맑은소리를 노래했다. 곡은 소등을 알리는 노래였다. 드뷔시의 피아노 전주곡 1권의 8. 딱히 악보를 보지 않아도 칠 수 있는 곡이었다. 나츠메는 언제나 일정한 표현으로 이 곡을 쳤다. 되새기듯이. 자신에게 되새기듯이. 소녀를 떠올리며 그랬다. 소녀의 머리카락이 햇빛에 반짝거리며 금빛을 자아낼 때 뒷짐을 지며 얼마나 손을 꾹꾹 잡았는지. 그것만 해도 아팠는데 소녀가 순간 상냥한 미소를 지어버리면 나츠메는 분명 아팠다. 크게도 높게도 깊게도 열이 올랐다. 홧홧하게 열이 올라 숨이 꾹 막혀 코가 맹맹해졌다. 목 안이 텁텁하니 막혀왔고 입술이 파삭하니 말라왔고 손이 심하게도 떨려왔다. 곧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건 당연했다. 처음은 당연하게도 호기심이었는데 어느새 여까지 왔다. 좋지 않은 습관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해석하는 걸 관두지 못한 결과가 이렇게 크게 오는 게 분명했다. 자신은 경고성으로 크게 아플 것이라 알려주는 옅게 울리는 열을 무시했다. 따끔하게 건드리는 아픔도 쉴 것 같은 목소리도 기침이 나올듯한 간지러움도 먹먹해지는 순간들도. 무엇이든 전부. 오래 지나지 않아 사라질 줄 알았는데. 그럴 줄 알았는데. 감기는 나을 기미가 보이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 갈 뿐이었다. 나츠메는 영리한 아이였고 약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었다. 감기의 원인도 약도 똑같았기에. 나츠메는 조용히 감기가 사라지기를 오래 기도했고. 심해지지 않도록 자신에게 일깨워주었다. 피아노는 좋은 수단이었다. 건반을 누르며 언제나 소녀를 애정을 가지고 사랑스럽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중간을 유지하기를. 되새기듯 나츠메는 그렇게 피아노를 연주했다. 그리고 충동적으로 자신이 뒤의 표현을 잊지 않기를 간절하게도 바랐다. 곡이 끝나갈 무렵 열이 올랐고 마지막 건반을 누른 손끝이 뜨거웠다. 사감이 돌아왔다. 나츠메는 자연스럽게 열을 갈무리했다. 나츠메는 다시 어두운 복도를 지났다. 지나쳐가는 하얀 방문들에서 조곤조곤 말소리가 들려오기도 간혹 시끄러운 소리가 나기도 했지만, 그저 지나쳐 갈 일들이다. 걸을 때마다 슬립이 사락사락 소리를 냈다. 205를 지나 206의 앞에서 나츠메는 멈췄다. 문고리를 돌리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은 열띤 숨소리만 들렸고 소녀는 여전히 아팠다. 램프의 불을 정리하고서 나츠메는 소녀의 침대 앞으로 걸어가 상태를 확인했다. 나가기 전보다는 조금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이미 열에 뜨뜻해져 버린 이마에 올려놓은 물수건이 눈에 들어왔다. 나츠메는 받아온 약을 탁상에 두고 뜨뜻한 물수건과 곱게 놓인 말라버린 물수건과 대야를 가지고 욕실로 향했다. 얼마간의 물소리가 들리고서 소녀의 이마에는 다시 시원해진 물수건이 올려놓아 졌다. 나가기 전과 같이 별반 다르지 않게 나츠메는 물이 담긴 대야를 탁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시원한 물수건을 들어 땀에 젖은 소녀의 얼굴을 닦아주었다. 일련의 과정은 조심스럽고 고요했다. 손은 목까지 닦다 멈추었다. 물수건을 든 손이 덜덜 떨려왔고 나츠메는 손을 거뒀다. 소녀이기에 감기를 앓고 있지만, 소녀이기에 나을 수 없는 감기였다. 날 따라 소녀는 아팠고 날 따라 달이 아름다웠다. 열에 취해 무슨 말이라도 해버릴 것 같았다.

 

아기 고양이쨩.”

 

달이 아름답네. 차마 뱉지 못할 말이 쓰고 썼다. 나츠메는 쥐고 있던 물수건을 다시 탁상에 돌려놓았다. 얼마나 꽉 쥐었는지 곱게 접혀 있던 모양새가 일그러져 있었다. 아직 손끝이 저릿했다. 토악질이라도 나올 듯 자꾸만 울렁거렸다. 감기는 심해졌다.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게 분명했다. 나츠메는 나가기 전처럼 조심히 소녀의 침대에 걸터앉고서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소녀의 손을 꼭 잡고서 파삭 바른 소녀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낫지 못할 감기라면 차라리 더 아픈 게 나을지도 모른다며. 그렇게 말로는 뱉지 못할 아픔에 닿은 입술이 조요한 달빛에 빛났다. 달빛만 아는 오랜 사실은 소년은 소녀를 사랑했었다. 소녀는 소녀를 사랑했다. 소녀는 오래도록 감기를 앓고 있다. 소년도 역시 오래도록 아프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나츠안즈 난이도 별 여슷개.....이거 어쩌면...호칭부터에서 엄청난 난감함을 느꼈으며...도
저히 짱을 대신할 말을 못찾겠.... 울고 싶고...

*나츠메 너는 어려운 녀석이다 매력적인데 어려우면 어쩌라는 거시냐..ㅠㅠㅠㅠ

*난중에 좀 더 풀어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여자기숙학교 나츠안즈 커밍쑨...???

*문득 여장이 떠올랐던 것이고 그래서 요딴게 나왔던 것입니다.

*감기 , 사랑 , 아픔 , 소녀 , 소년 , 피아노 만세???

*드뷔시 곡 좋아합니다 후후후후

*달이 아름답네요 여러분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