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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나는 소나타

[이타이즈] 당신, 외로울 뿐이잖아요




[이타이즈] 당신, 외로울 뿐이잖아요


*꿈과 현실 사이 잠이 부족한 이타루씨 이야기 . 이타루 해석 주의 . 이즈미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악몽

 

매번 평소와 같이 흘러갈 수는 없는 일이라 바쁜 시기가 찾아온다. 노을이 짙게 물들어 하늘과 하얀 구름과 뒤섞여 여러 색을 내보이며 다음을 기약하는 석양을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 대신 돌아가는 길을 반기는 건 여러 그림 속에서처럼 그렇게 노랗지는 않은 무채색의 달과 근처에서 조금씩 빛을 내고 있는 별.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눈에 담을 수 있는 멋들어진 정경이지만 피곤에 잔뜩 찌들어서야 볼 기운도 없다는 게 흠이었다. 게임 화면을 쳐다보고 있을 기력도 나지 않은 게 요 며칠 동안의 야근이 크긴 컸다. 다행이도 굳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아도 이미 오래전에 외워버린 소셜 게임의 인터페이스 덕에 엄지손가락으로 터치만 연달아 하고 있어도 착실하게 포인트는 벌릴 터였다. 조금 느긋하게 게임 할 시간은커녕 잠도 부족하게 자는 게 지금이라. 사실 잠이 부족한 건 자주 있는 일이긴 했지만. 아무튼 잠을 보충하고 늘어지게 게임을 하고 싶었다. 유난히 일주일이 길었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서 휴일이 오는 게 너무 더뎠다. 어떻게 해서든지 시간은 흘러가고 이런 시기도 금방 지나갈 예정이었는데. 겪는 동안은 왜 이렇게도 괴롭고 지치게 하고 쓰게 웃게 하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조금 정도는 덜 피곤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

 



바쁜 시기가 아니었어도 그랬을지는 모르겠다. 기숙사에 들어온 뒤로 일상의 한 조각이 되어 당연한 인사가 갑자기 그렇게 크게 느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전에도 몇 번 들었기도 했고. 만약 피곤하지 않았더라면 별들마저도 잠드는 유난히 고요한 밤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너의 인사에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을까. 불이 꺼진 기숙사는 조용했고. 자신의 발소리가 그 공간을 가득 메웠다. 평소였다면 크게 느끼지 않았을 그 적막함이 피곤함에 가득 눌려진 몸을 더 누르는 듯해서 뭐든 간에 오늘은 무리 인 것들뿐이구나. 하면서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목소리란 그날따라 유별나게 의외였고. 불이 꺼져 있는 거실의 소파에서 조금 졸린 얼굴을 하며 웃으면서 반겨주는 게. 그게 무척이나 울고 싶게 만들었다. 답하기 까지가 꽤 시간이 걸렸을까. 어떤 마음으로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기억은 없다. 그냥 평소처럼 담담하게 웃으면서 다녀왔어. 목소리가 떨렸던가. 실은 답하는 마음이 많이도 아렸다. 갑자기 생겨난 마음이 아니었기에 구석구석 숨겨둔 마음이 모아놓고 보면 한 더미였다. 원래 겁쟁이들은 감정이나 변화에 예민하고 눈치 채는 건 빠르다. 가장 빠른 손에 접해둔 게임만 봐도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 좋아하는 캐릭터도 아니었음에도 누군가를 닮아있는 외형에 키우기 시작한지 가챠에 손을 뻗은지도 꽤 되었다. 문득 눈에 들어온 여성복에 어울릴 것 같다고 떠올 린지 대체 몇 번이나 되었을까. 근데 뭐가 얼마나 되었든 밖으로까지 간절해지길 바라진 않았다. 이래서 피곤해서는 안됐다. 사람을 몇 번이고 약하게 만들어서 애써 묻어두는 것들을 결국은 수면 위로까지 떠오르게 만들어서 기어코 어떠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타루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 아니었고 꿈이 그 형태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대놓고 맞춰주라는 듯이 익숙한 모습으로 서 있는 이즈미가 있어서. 딱 말해서 나쁘다고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형태의 끝이 겁쟁이인 자신을 몰아붙이는 거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웃을 수 없는 건 둘째 치고 말이다. 아무것도 없는 검기만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즈미를 바라보는 것 밖에 없었다. 이타루의 눈에 비치는 것과 이즈미의 눈에 비치는 건 다른 건지 무미건조한 이타루의 표정과 달리 이즈미의 표정은 심각해지기도 하고 유쾌해지기도 하며 시무룩해지기도 하며 활짝 웃기도 했다. 종종 정말 즐거운지 작게 콧노래가 들려오기도 했다. 새로운 카레 향신료라던가 찾았을까.

 

그렇게 그 애를 보고 있어도 뭔가 나온다거나 생긴다거나 일어나는 일은 없다. 한 공간에 같이 있음에도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한 번도 너는 나를 돌아보지 않고. 사이에 스크린이 있다 라던가 네가 주역인 영화를 보고 있는 중일까. 그렇게 말하는 게 최대한의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돌아보지 않으면 부르면 되는 일 아닌가. 맞는 말이다. 부르면 당연하다는 듯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돌아봐줄 텐데. 겁쟁이인 주제에 갖고 싶은 게 많은 철없는 어른이라. 입 밖으로 꺼내면 더 간절해 질 것 같아서. 지나치게 달면 단맛은 쓴맛으로 변모한다. 달콤한 꿈은 깨고 나면 쓰디 쓸 수밖에 없는 거다. 이루어질 수가 없기에. 사라지고 나면 견딜 수 없을 만큼 슬퍼질지도 모를 일이라. 그럴 바에는 지금이 지켜보는 게 오래 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래도 한 번 정도는 더 달게 꿔도 되지 않을까. 그 만큼의 쓴맛은 달게 안을 테니. 그러니까.

 

이즈미.’

 

이름 한 자 부르는 게 오래도 걸리네. 간혹 생각해 보는 일인데. 감독이 아니라 이름으로 부르면 어떤 얼굴을 할까 하고. 나는 네가 부르는 내 이름에 웃고 싶기도 울고 싶기도 하는데. 놀랄까. 그러다가 웃어버리고 말까. 대답은 변함이 없을까. 시간 감각이라거나 느껴지지 않는 꿈속이긴 하지만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천천히 고개가 돌아가고 마주본 갈색의 눈동자가 동그랗게 보름달 마냥 떠졌다가 살살 접히며 반달이 되어갔다. 변함이 없는 대답 속에 불안했던 마음이 가라앉아서 안심이 돼서 따라 웃어버리고.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게임 속 일러스트 마냥 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 오래 보고 나면 꽤 오랫동안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불러보지 못할 이름을 여러 번 불러보고 나면 그리움이 채워지지 않을까. 말해버리고 나면 욕심을 좀 더 견딜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들리지 않을 애정을 꿈속의 네게. 꾸역꾸역 밀려오는 마음 덩어리에 몹시 지쳐버리고 말아서 여기가 한계인가 싶어서 한숨을 가득 담아 웃지 못한 일그러진 얼굴로.

 

좋아해.’

 

너는 나를 따라 일그러졌다. 슬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손을 뻗었다. 한참을 물기가 가득한 이타루의 눈가에 이즈미의 손이 머물렀다.

 

이타루씨는 외로운 거 뿐이잖아요.’

 

.

 

그렇게 제가 필요한 것처럼 굴지 말아주세요.’

 

그런 게.

 

누구라도 좋은 거면서.’

 

아니야.

 

외로워서 누구라도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거잖아요.’

 

정말 아닌가?

 

이타루씨가 외롭지 않으려고 절 외롭게 만들려는 거 에요?’

 

나는.

 

정말로 소중한 것도 아니면서.’

이즈미.’

제일 중요한 건 이타루씨잖아요.’

 

어느새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소리 없는 울음이 떨어졌다.

 

'정말 좋아하긴 해요?'



-

 



시끄러운 알람이 귀를 때렸다. 얼마 못 잔 거 치고는 깔끔하게 일어나지긴 했다. 피곤함이 없어진 건 아니지만. 밖은 이미 여러 가지 소리로 소란스러웠다. 심란한 건 둘째 치고 일단 출근준비를 하긴 해야 했다. 이즈미의 얼굴도 봐야겠고. 알고 있다. 그렇게 말할 사람이 아니란 것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인 것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눈물이 가득한 얼굴이 선명하게 그려져서.

 

이타루씨 다녀오세요.’

 

예쁘게 웃는 얼굴을 자신이 그렇게 만들까봐서. 다녀올게. 말이 무거웠다. 외로운 게 사실이라서. 외롭다고 느껴서. 마침 옆에 있던 게 너라서 외롭지 않으려고 욕심을 내서. 나는 너를. 그리워했던 걸까. 온갖 마음 덩어리는 사실 겉모양 껍데기를 뒤집어 쓴 외로움 덩어리였나.

 


-

 



연 이은 야근은 계속 되어갔고. 꿈 역시 계속 되어 갔다. 까맣기만 한 공간에서 울음이 가득한 얼굴로. 이제는. 이름 언저리 조차 나오지 않았다.

 

당신 외로울 뿐이잖아요.

 

무한한 루프라도 타고 있는 듯이 똑같은 울음에 똑같은 말에 귓가에서 말이 떠나가질 않았다.


이건 악몽이라 불러야 할까.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처음이네요 이타이즈를 올린 건 꽤 많이 썼다고 생각은 했는데 실제로 올리는 건

진짜 이것뿐이네요.

좀 더 분발을 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잠을 자고 싶은 건지 자고 싶지 않은 건지

잠을 자고 싶지 않은데 약간 졸릴 때가 종종 있습니다만

그럴 때는 금방 깨곤 하네요

편하게 잠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꿈은 깊은 잠을 자고 있지 않다고 했던 것 같은데


*bgm EXO - 꿈(She's dreaming)


*저는 정말 이타루씨를 좋아합니다 진짜에요.


*이타루씨에 대한 제 감상은 정말 얼굴에 치우쳐 있습니다만

철이 안드는 어른인 면도 간혹 보여주는 어른 같은 모습도

전부 좋아하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잘생겼잖습니까


*이타루씨를 겁쟁이라고 자주 말하곤 합니다.

왜냐면 이 사람 겁쟁이 같으니까요? (아무답도 안되잖냐!!

저는 아직까지 봄조2부에서 스토리가 머물러 있는지라 그 후에 이타루씨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현재까지의 저의 스토리 진도 상 이 사람 진심을 말해야 할 때 금방 도망쳐버린다고 종종 생각합니다

상처 받는 것도 두려운 것 같고 자신이 먼저가 아니면 불안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외로워서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가 더 외로워져 버릴 수 있다고.

과연 이 사람이 누군가가 먼저가 되었을 때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아마 총 이후에 2편이 더 올라갈 것 같고

다음편은 악몽 - 심화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저도 몹시 궁금합니다!!

제발 올릴 수 있기를 바라며.

새로운 게임을 시작해서 말이죠.

아마 무릴려나...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