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안즈] 들리지 않는 피아노에 관한 결말
*사쿠마 리츠 생일 기념 . 리츠야 생일 축하해 . 리츠 해석 주의 . 안즈 해석 주의 . 흐름 주의
W,포근
놓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당신에 관한 것들이라고 해두자. 같이 쓰던 칫솔, 찻잔, 식기들. 그리고 남겨놓은 당신의 체취가 묻어나는 물건들, 같이 가던 장소들, 남아있는 사진들, 마지막으로 가지 못한 공연에 대한 티켓. 나를 떠나간 당신에게서 나온 것들이라서 가지고 있어도 의미가 없음을 알고 있음에도 놓을 수가 없는 건 당신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당신이 너무 그립기 때문이라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 그냥 당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구질구질하게 보면 괴로운 이 것을 끌어안고 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갈지도 모른다.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티켓을 쥐고서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도 말이다. 같이 갈 이 하나 없이 티켓 두 장을 들고 향하는 자신이 얼마나 초라해 보일지 스스로도 알았다. 그럼에도 가야만 했다. 놓을 수가 없었으니까. 무대만 환하게 빛나는 어두운 공간에서 고요와 함께 시작되는 바이올린 소리. 클래식에 대해 그리 조예가 깊은 건 아니지만 유명하거나 살짝 취향을 타기도 하는 피아노의 넘버들은 알고 있었다. 바이올린은 모르겠지만. 한차례의 연주가 끝나고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으레 주변과 맞춰서 두 손을 만나게 해줬다. 지금은 연주가 좋았던 걸까 귀에 머물지 않고 쉽게 흘러 나가버리는 음은 마치 당신과도 같다. 내게서 머물지 않고 이만큼씩 멀어져 있어서 잡아채지 못하는 내게. 괜찮으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괜찮은 지 안 괜찮은 지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졌다. 모습으로 말하자면 흔히 말하는 망가진 모습도 아니고 그럼 괜찮은 거네. 라고 누군가 말해준다면 속 시원하게 그래! 라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진 않았다. 아무튼 생각보다 아픈 것 같지 않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았단 건 아니다. 그러니까 놓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나름 지금 아픈 것 같다고 생각했기에. 괜찮아요. 라는 말을 하기가 그랬다. 전에는 망설임이 없었을 텐데. 당신 앞에서는 늘 괜찮았으니까. 괜찮아야만 했으니까. 그래서 마지막까지 괜찮아야 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나는 괜찮아요. 괜찮겠죠. 괜찮을 거 에요. 괜찮으니까. 걱정 말아요.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얼굴로. 미안해하는 얼굴로 몇 번이고 자리를 뜨지 못하는 당신이 조금 낯설기도 한 그때는 차라리 여느 때처럼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줬으면 했다. 마지막 순간에서야 수 없이 뒤돌아서 눈을 맞추는 당신을 조금 이르게 만났으면 어땠을까 싶지만 몇 번을 되풀이해도 그럴 일은 없었을 거란 걸 잘 알고 있으니. 꿈속에서 몇 번이고 나를 나락을 떨어트리는 당신. 부디 나를 뒤로 하고 길을 가주세요. 소리 없이 울 테니까. 괜찮지 않고 싶으니까. 제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멀리 가주세요 나에게 괜찮지 않을 시간을 주세요. 괜찮다 말하지 않을 수 있게 웃지 않게 울을 수 있게 그런 시간을 주세요. 마지막 넘버까지 감동에 겨운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앉아 조용히 박수를 쳤다. 하나 둘 두런두런 공연에 대한 감상을 나누며 천천히 공간을 빠져나가고 이윽고 마지막 관객이 되었을 때 무대 위 놓여있는 피아노에서 무언가의 소리가 들리길 기대했지만 어디서 들려 온 건지 모를 끼익 거리는 바이올린 소리에 조용히 절망했다. 어둠이 내리 깔린 무대를 바라보며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물기 하나 묻어나오지 않는 손가락에 울고 싶어졌다. 그럼에도 울 수 없는 건 깊숙한 구석에 박혀 있는 당신의 말이 그래서. 울고 싶은 마음이 목 언저리에서 올라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한 거 같다. 결국은 아직도 당신 품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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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아서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 울지도 않았고 크게 아프지도 않았다. 다만 관련된 모든 걸 손에서 놓는 게 어려워서 뭔가 조금 허해져서 멍하니 있는 시간이 생겼다. 멍하니 당신에 대한 것들을 떠올렸다. 나눴던 대화 비슷한 것 같은. 그날도 그랬다. 어김없는 야근에 아슬아슬하게 막차 시간을 기다릴 수 있어서 역에서 발을 흔들거리면서 멍하니 반대편 플랫폼을 바라보다가 스물 피어오르는 대화 비슷한 것에 조금 진저리가 났다. 털어내듯이 고개를 흔들다가 핸드폰을 꺼내 잭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귀에 꼽았다. 아이돌 노래를 틀려다가 손이 잠시 멈칫했다. 한참을 갈팡질팡하던 엄지손가락은 리츠라고 적혀 있는 폴더를 들어가 첫 번째 트랙을 눌렀다. 그리 무겁지 않게 손가락이 건반을 눌렀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7번. 빠르고 경쾌하게 손이 건반 위에서 춤을 춘다. 그러면서 음이 무겁지 않게 가벼워야 한다. 통통 튀는 나비 같기도 했고 차를 마시는 고양이 같기도 했다. 동글 말아진 손이 펼쳐졌다가 뛰어다니며 무게가 크게 남지 않아 편안하다고 생각했다. 눈을 감고 들으면 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해서 그 모습 또한 하나의 안정감을 줘서 듣지 못할 네게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그 사람과는 상당히 다른 너여서. 유달리 기억에 남는 건 그런 거다. 들리지 않는 정막 속에 홀로 끼익 거리는 바이올린. 잊을 수 없는 피아노 소리. 아무것도 모른 채로 들어도 훌륭하기 그지없는 수려한 솜씨. 잘 친다. 라는 말로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거장들이나 설법한 홀에서나 들어볼 법한 소리임에는 틀림이 없었는데도. 당신의 피아노 소리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다. 지독하게도 옥죄는 소리에 머릿속에서는 불협화음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끼익. 끽. 끼이익. 쾅쾅. 이렇게 끔찍한 소리를 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엉망으로 듣기 싫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바이올린으로 목이 찢어지기라도 한 소리를 내는데 어느 순간 직선으로 망가지던 소리는 동글동글 말려져 지잉 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다. 열심히 활을 켜보는데도 똑같았는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웅웅거리며 귓속이 요동을 쳤다. 그러다 다시 제 소리를 찾고서 쉬지도 않고 소리를 내대는데 점점 높아지는 것 같았다. 길게 이어진 케이블카처럼 쭉 밀려오던 소리는 높음을 이기질 못하고 연신 토해대다 벌벌 떨리는 채로 도착했는데 점점 뭉개지더니 더 이상 도착해 오지 않았다. 고요한 밤이 가득해졌다. 언제쯤이면 낮이 찾아올까 별 생각도 없이 플랫폼에서 기다리다가 무심코 눈에 들어온 피아노 건반을 꾹 눌러보았을 때서야 알았다. 아 나는 너를 잃어버렸구나.
잃어버린 피아노 소리를 돌아오지를 않고 빠진 이어폰 사이로 눈앞에는 고요한 막차가 이제 막 역을 떠나고 있었다.
새하얀 진료실에는 가벼운 잉크 냄새가 미미하게 났다. 원인은 스트레스와 피로. 흔한 질병이지만 낮은 빈도의 확률로 양쪽이 손실된다지만 다행히도 초기의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질 경우 회복되는 확률이 높으니 병원에 바로 오신 게 잘하신 거라고 몇 번이고 쓰시곤 했다. 종이에는 알 수 없는 검은 글씨가 가득 채워져 갔지만 의사 선생님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가지를 몇 번이고 동그라미 쳐가면서 강조했다. 집중적인 치료역시 중요하지만 절대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하얀 종이 위 강조하듯 빨간색 볼펜으로 동그라미 쳐진 스트레스, 피로, 절대안정이 병원을 나와서도 아른거렸다. 아마도 생각보다 스트레스였나 보다. 치료를 위해 미루고 미룬 휴가를 잔뜩 쓰고 나니 치료가 좀 오래 걸려도 여유가 있을 정도의 시간이 생겼다. 1/3의 확률로 회복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 회복하거나 대부분 회복한다고 하니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해지기도 했다. 회복되지 않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도 생각해야할 부분일지도.
일단 연락들을 돌려놓는 게 중요했다.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니 간단한 연락은 문자나 메신저 긴 연락이 될 것 같은 건 메일. 미뤄두다가 목록으로 부재중으로 남기는 것보다 미리 처리하는 게 나았다. 업무 관련으로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받을 수 없는 전화는 나중에 연락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목록에 부재중으로 많이 남는 다는 건 슬프기 짝이 없다. 그러니까 그 시절의 안즈 역시도 그렇게 그 사람의 통화목록에 부재중으로 많이 남았을 거다. 아무튼 연락을 정리하던 중 울린 이 전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냥 연락을 보내놓으면 되지. 지금 이렇게 되었으니 전화는 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냈던 것처럼 그렇게 보내면 될 일인데. 부르르 손안에서 진동을 내면서 화면에 띄워진 사쿠마 리츠의 이름이 너무나 무거워서. 안즈는 한참을 그렇게 리츠의 이름만을 보다가 전화를 받지도 연락을 보내지도 못했다. 화면을 얼마 가지 못하고 어두워지고 핸드폰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졌다. 안즈는 어두워진 화면을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때마침 핸드폰의 화면이 다시 밝아졌다. 리츠에게서 온 연락이었다. [안즈 연주회 하는데 이번에도 보러 올래?] 전화도 아닌 연락이었지만 안즈는 한 글자도 보내지 못한 채 절망을 조금 느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나 이상한부분은 자주자주 수정하러 올 예정입니다 볼 때마다 틀려질 수도 있어요
*추천 bgm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7번
*리츠야 생일 너무 축하해!!!!!!!
*리츠에게 올해도 생일을 축하하며 리츠답게 있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하루 종일 내내 잔뜩 축하받으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리츠야 생일 축하해 널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
한 가득 진심을 담아 말하고 써보아도 늘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말이고 축하고 글이 되어서
늘 미안하지만
역시 안즈와 같이 12시의 종이 울리는 순간까지 같이 웃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보냅니다.
리츠야 비가 가득 내리지만 똑똑 울리는 피아노 소리처럼 들리는 즐거운 생일이 되기를.
*리츠 생일인데 리츠의 출연이 전무한 생일글이 되서 슬프지만
이것에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
*간만에 글을 올리는데 리츠의 생일인 가을이 되어버렸어요
여름의 리츠안즈 아직 못올렸는데 가을이라뇨...
이렇게 된 이상 여름의 끝무렵이라고 우기고 올리는 수밖에는.
*새삼스럽지만 리츠와 피아노를 함께 쓰는게 너무 좋습니다
김리츠 정말 피아노와 너무 잘 어울리는 남자 같으니라고..
*리츠야 너무 생일 축하해.
몇번을 말해도 모자라서 후..
*문의는 트위터(@pogeun_anzu)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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